[일요서울ㅣ박형남 기자] 박근혜 정부 출범을 앞둔 상황에서 정치권에 수많은 얘기들이 나돌고 있다. 박근혜 정부 인선과 관련된 뒷이야기 뿐 아니라 의원 개인에 대한 얘기도 많다. 의원에 대한 험담은 물론 아름다운 얘기도 종종 들린다. [일요서울]에선 기사로서는 담을 수 없었던 뒷얘기를 담고자 ‘여의도 뒷담화’ 코너를 만들었다. 그 첫 번째로 연말만 되면 후원금 모금에 안간힘을 쓰는 정치인들에 대한 뒷담화 내용을 담았다. 이 가운데 새누리당 K의원이 보좌진들에게 ‘후원금 할당금액’을 제시해 논란이 되고 있다. 후원금 마감이 지난해 12월 31일을 기점으로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K의원에 대한 논란은 좀처럼 가라앉질 않고 있다. 해도 해도 너무했다는 것이다. 그 속사정을 알아봤다.
정치권은 매년 연말만 되면 후원금 모금에 안간힘을 쓴다. 심지어 보좌진 월급을 쪼개서 내기까지 하는 의원들의 후원금 모금 방식은 ‘천차만별’이다. 특히 2010년 청목회 사건 이후 후원금 모금이 어려워지자 보좌진들이 후원금 모금에 앞장섰다. 친·인척, 지인을 동원해 후원금을 모금했다. 의정활동 능력의 평가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의원들은 자신의 이름을 걸고 후원금 마련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K의원의 후원금 욕심
이 가운데 유독 새누리당 K의원이 후원금 모금에 부쩍 신경을 쓴 것으로 전해졌다. 심지어 보좌진들에게 후원금 할당액을 정해줬다는 게 정치권 한 관계자의 말이다. 이를 두고 K의원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며 어떻게 할당 금액까지 정해줄 수 있느냐는 것이다. 오로지 K의원의 욕심이 지나치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당연히 K의원실 보좌진들은 이런 얘기를 입 밖에 꺼낼 수 없다. 사실이라고 해도 사실이라고 인정하지 못하고 벙어리 냉가슴 앓는 중이다. 이를 발설하면 의원에게 해고통지를 받고 하루아침에 ‘백수’가 된다. 그저 속으로 신세한탄을 할 뿐 보좌진들은 ‘의원님 영업맨’이라는 자조 섞인 불만만 조용히 읊조릴 뿐이다.
‘영업맨’이라는 말이 나온 배경을 이해하려면 먼저 K의원이 보좌진에게 제시한 후원금 할당액을 알아야 한다. 의원실은 4급 보좌관 2명, 5급 비서관 2명, 6급 비서관 1명, 7급 비서관 1명, 9급 비서관 1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에 K의원은 급수별로 ‘할당액’을 정해줬다. 4급 비서관에게는 3000만 원, 5급 비서관은 1000만 원, 6·7급 비서 500만 원, 9급 비서 100만 원을 모금해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국회의원 한 명이 한 해에 공식적으로 받을 수 있는 후원금 총액 1억5000만 원 중 절반이 넘는 9000만 원을 보좌진들이 후원금을 모금해 와야 했던 것이다.
이로 인해 K의원실 보좌진들은 적지 않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싫은 내색은 커녕 전혀 티를 내지 않고 있다. 결국 보좌진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K의원이 제시한 할당 금액을 채우는 데 발 빠르게 움직였다는 후문이다.
이 같은 사실이 정치권에 조금씩 퍼지면서 K의원에 대한 ‘신상털이'가 시작됐다. 우선 K의원은 정치권에서 악명 높기로 유명하다. 어린나이 때부터 정치권에 욕심이 많아 정치인이 되기 위한 코스를 밟아왔다. 더구나 의정활동 하는 데 있어서 ‘티'를 내는 것을 좋아할 뿐 아니라 언론에 비쳤을 때는 ‘척'을 무척 잘한다는 후문이다.
또 선배 의원들에게는 상냥하게 대할 뿐 아니라 욕심이 너무 많은 것으로 유명하다. 실제 정치 경력에 비해 K의원은 대외적으로는 적잖은 위치에 올라와 있다. 이를 위한 물밑 작업도 대단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 박근혜 정부 탄생에서 보이지 않게 한 역할을 했으며, 지금도 승승장구하고 있다.
때문에 K의원을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보좌진을 ‘영업맨'으로 부리는 것에 대한 그의 뒷면이 눈에 가려져 있어서다. 또 겉과 속이 너무나도 다른 사람이라는 말도 심상치 않게 나온다.
한 보좌관은 지난 9일 [일요서울]과 만난 자리에서 “의원들이 보좌진들에게 후원금 모금에 대해 얘기를 꺼내는 건 사실이지만 K의원처럼 하지는 않는다”며 “막무가내로 보좌진들에게 후원금을 모으라고 하는 것은 보좌진들의 업무 수행 외적으로 영업을 해오라는 것과 마찬가지다. 보좌진을 ‘영업맨’으로 아는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보좌진들 사이에선 K의원에 대한 불만이 극에 달해도 정작 K의원의 보좌진들은 속으론 불만을 품을 수 있지만 외적으로 드러내지 않고 있다. 밥줄과 연관되어 있어서다. 따라서 K의원의 보좌진들은 밥줄이 끊어지지 않기 위해 충성하기 바쁘다.
단적인 예로 K의원은 자신이 제시한 할당액을 채워 온 보좌진 한 명을 잘 챙기고 있다. 실제 이 보좌진은 같은 급 보좌진이나 당직자들 사이에서 부러움의 대상이 될 정도로 승승장구 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K의원의 보좌진에 대해 “능력이 좋다”, “(우린) 아무리 열심히 해도 알아주지 않는데 그래도 의원이 챙겨주냐”는 식의 얘기를 많이 한다.
또 다른 보좌관은 지난 9일 [일요서울]과 만난 자리에서 “K의원이 보좌진들을 하수인으로 알고 있는 것 같다”며 “의원의 이러한 행동이 싫으면 떠나거나 아니면 수긍하고 따를 수 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일부 “보좌진들은 정책 등으로 능력을 인정받는데 후원금으로까지 스트레스를 받으면 안된다”며 “보좌진들도 의원들 마음대로 자를 수 있는 게 아니라 계약직으로 변경해야 되는 것 아니냐”는 말도 서슴치 않게 나오고 있다.
의원-보좌진 신경전
한편, 보좌진들은 여전히 후원금 모금 시즌만 되면 힘들어 한다. 청목회 사건 이후 후원금이 줄어들면서 유명세를 타지 못한 의원실 보좌진들은 더더욱 그렇다. 일부에선 후원금 모금 시기가 임박하면 의원과 보좌진들 사이에 신경전이 벌어진다.
때문에 아예 일부 보좌진들은 후원금을 자신의 월급에서 자동이체 시키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특히 친·인척 뿐 아니라 지인까지 동원하라고 지시할 정도다. 보좌진들이 후원금 모금을 위해 얼마나 피나는 노력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한 보좌관은 [일요서울]과 만난 자리에서 “후원금의 경우 법적으로 쓸 수 있는 테두리 안에서 써야 한다. 그러나 개인적인 비용으로 쓰는 것이 너무 많은데…”라며 “후원금에 대한 압박이 없어졌으면, 특히 보좌진들에게까지 떨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보좌진들로서의 업무로만으로도 지치고 힘든 상황에 업무 외적인 것까지 압박받지는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이 보좌진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박형남 기자 7122love@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