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VS 이명박 ‘자리’ 두고 곳곳 충돌
박근혜 VS 이명박 ‘자리’ 두고 곳곳 충돌
  • 최은서 기자
  • 입력 2013-01-15 09:21
  • 승인 2013.01.15 09:21
  • 호수 976
  • 2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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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하산 자리 놓고 친박-친이 신경전

[일요서울|최은서 기자] 이명박 정부 임기 말에도 ‘낙하산 인사’는 계속됐다. 최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건설근로자공제회,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의 감사 자리에 청와대 비서관 출신들이 줄줄이 선임됐다. 이에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가 낙하산 인사 관행에 대해 옐로카드를 꺼내들어 그 대상으로 분류되는 MB 낙하산 인사들이 마음을 졸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자유총연맹 회장 선거와 대한축구협회장 선거를 앞두고 친박 인사와 친이 인사가 ‘대리전’을 벌이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우리나라 대표 보수 이념운동단체인 한국자유총연맹은 선거 때마다 확실한 외곽조직으로써 역할을 해왔다. 특히 한국자유총연맹은 ‘MB복심’으로 불리는 박창달 회장의 연임설이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축구협회장은 대한체육회와 맞먹는 1000억 원대의 예산을 운용하고 국민 스포츠인 축구의 모든 행정을 총괄하는 자리인 만큼 위상이 각별해 체육계 뿐 아니라 정· 재계에서도 욕심을 내는 자리다. 2002 한일 월드컵을 통해 정몽준 회장이 대선후보로 떠올랐듯 축구가 지닌 ‘보이지 않는 힘’을 무시할 수 없다. 이 자리를 두고도 친박 인사와 친이 인사가 선거전에 뛰어 들어 누가 수장에 오를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사진=정대웅 기자]
박창달 한국자유총연맹 회장은 국내 최대 보수단체의 사령탑으로서 대북 강경 목소리를 대변해왔다. 한나라당 원조로도 알려진 그는 여권 내부에서 ‘조직의 달인’이라고 인정받고 있다. 대선기간 중에서도 외곽 지원 세력을 규합하는데 앞장서 MB정부의 창업 공신으로 평가받기도 했다. 이처럼 대표적 친이계 인사로 분류되는 박 회장의 임기는 오는 2월 25일 끝난다. 앞서 박 회장은 2009년 3월 제11대 총재로 선출된 이후 2010년 정기 총회에서 제12대 회장으로 선출돼 연임한 바 있다.

박창달 회장 행보 ‘관심’

최근 정치권에서는 박 회장의 임기 완료를 앞두고 ‘박창달 회장 연임설’이 솔솔 나오고 있다. 박 회장이 임기 만료를 앞두고 연임을 위해 측근들을 전진배치 했다는 것이 그 내용이다.

역대 자유총연맹 조직은 대통령과 지근거리에 있는 원로급 인사들이 주요 보직을 차지해왔다. 정치권에서는 박근혜 정부 출범을 앞두고 자유총연맹 역시 친박 성향의 원로급 인사들이 투입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그런데 박 회장의 연임설이 불거져 나오자 곧 임기가 끝나 물러나는 MB가 ‘영포라인 챙기기’에 나설 것인가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공교롭게도 자유총연맹 13대 회장의 임기 시작은 2월 25일로 박근혜 정부 출범일과 동일하다.

정치권에 따르면 친이계 역시 박 회장 연임설에 난색을 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당선자가 MB 낙하산 인사 관행에 대해 ‘경고’를 하고 나선 상황에서 친이계 인사인 박 회장이 연임에 나서면 박근혜 정부에 ‘미운털’이 박힐 수도 있다는 판단에서다.

연임설과 관련해 박 회장은 “연임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 연임가능성을 열지도 닫지도 않은 상태”라고 밝혔다.

자유총연맹 핵심 관계자는 “박 회장이 연임 할 것 같다. 일부 반대 여론도 있지만 조직 내부의 전체적 분위기는 연임에 무게를 싣고 있다”며 “자유총연맹이 전문성이 있어야 하는 집단은 아니지만 박 회장이 그동안 별다른 탈 없이 조직을 잘 이끌어왔고 정권이 바뀐다고 해서 수장이 반드시 바뀌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원로급이면서 총리, 장관, 의원 등등의 자리에 있었던 분들이 가고 싶어 하는 자리가 자유총연맹 회장 자리다”라고 전제한 뒤 “아무래도 박 회장이 연임하게 된다면 이해관계가 얽힐 가능성이 있다. 같은 당이지만 당 내에서도 친박과 친이 간 대결 구도가 있다 보니까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대한축구협회장 선거전 ‘후끈’

제52대 대한축구협회장 선거전도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현재까지 공식적으로 제52대 축구협회장 선거에 뛰어든 후보는 역대 최다인 총 5명이다. 정몽규 전 한국프로축구연맹 총재와 허승표 피플웍스 회장, 김석한 전 중등연맹 회장, 안종복 남북체육교류협회장, 윤상현 새누리당 의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특히 정 총재와 윤 의원은 한 때 긴장관계에 있던 박 당선인과 정 회장의 대리전을 떠올리게 한다.

후보는 아니지만 정몽준 축구협회 명예회장이 이번 선거를 관통하는 인물이다. 정 회장은 일선에서는 물러났지만 여전히 큰 입김을 갖고 있다.

박 당선인과 대권후보 경쟁을 벌였던 친이계 인사인 정 명예회장이 지원하는 인물은 사촌동생인 정 총재다. 그는 프로축구연맹 총재로서 특별한 과오 없이 긍정적인 평가를 듣고 있다는 점도 플러스 요인이다. 강력한 야권 연합이 이뤄지지 않다면 당선이 유력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축구계에서는 정 명예회장이 정 총재를 통해 권력을 세습하려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는 점이 약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GS라는 거대 기업 출신이라는 배경을 가진 허 회장은 축구계가 미는 대항마로 야권으로 분류된 인사다. 제48대 축구협회장 선거에서는 정 명예회장에게, 제51회 선거에서는 조중연 현 회장에게 졌다. 조 회장이 정 명예회장 지지를 받았던 것을 감안하면 3번 모두 정 명예회장과 직간접적으로 싸우는 셈이 된다.

여기에 ‘친박실세’로 꼽히는 윤 의원도 출마를 선언해 선거전에 뛰어 들었다. 후보군 중 유일한 정치인인 윤 의원은 당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50% 이상의 가능성을 갖고 출마했다”고 자신감을 드러낸 바 있다. 그는 국민생활체육 인천시 축구연합회를 8년간 이끌어 왔다는 경력을 강조하고 있다. 정치인의 축구계 입성을 달갑지 않게 바라보는 시선이 적지 않다는 점이 극복해야할 과제로 꼽힌다.
 

최은서 기자 choie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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