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아이콘 이석채 KT회장, ‘퇴진론’ 급부상
논란의 아이콘 이석채 KT회장, ‘퇴진론’ 급부상
  • 박수진 기자
  • 입력 2013-01-14 16:33
  • 승인 2013.01.14 16:33
  • 호수 976
  • 29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KT 살생부’, ‘대국민 사기극’ 논란 잠재울 수 있나

[일요서울│박수진 기자]이석채 KT 회장이 삼중고를 겪으면서 퇴진론이 불거지고 있다. 지난해 끝났다고 생각했던 ‘인력퇴출 프로그램’ 논란과 ‘세계 7대 자연 경관 선정 국제전화’ 의혹이 또다시 수면위로 떠오른 것. 두 사건 모두 각각 법원과 감사원을 통해 의혹이 객관적으로 입증된 상태라 그동안 ‘사실무근’ 이라며 정당성을 주장했던 이 회장에게는 큰 타격을 입힐 전망이다. 더욱이 이 회장은 2009년 KT 회장에 취임할 당시부터 ‘독불장군식 경영’ 행태를 일삼으며 갖가지 논란을 야기한 바 있다. 종편투자 의혹, 낙하산인사 의혹, 고강도 구조조정, 2G강제 종료 등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해마다 제기되는 이 회장의 퇴진론, 그 실체를 되짚어 봤다.

법원, KT인력퇴출 프로그램 인정했지만… KT 계속 ‘부인’
여전히 행방 묘연한 전화 투표 이익금… 도대체 얼마길래

법원은 KT가 인력퇴출 프로그램(C-Player)을 운영해 직원을 부당하게 해고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지난 8일 밝혔다. 그동안 KT의 살생부로 알려진 인력퇴출 프로그램은 본사 차원에서 직접 기획·운영, 직원들을 부당하게 해고해왔다는 의혹이 계속해 제기돼 왔다. 하지만 법원에서 인력퇴출 프로그램과 해고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한 것은 처음이다.

청주지법 민사항소 1부(이영욱 부장판사)는 KT청주지사에서 일하다 해고당한 한모(53)씨가 KT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1심을 뒤집고, 한씨에게 1000만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KT가 산하의 각 지역본부와 지사에 지시해 공통적인 기준에 따라 부진인력 관리 계획을 마련해 시행케 한 것으로 추인된다”며 “한씨의 파면처분도 부진인력 관리계획과 공통된 기준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한 재판부는 “한씨는 KT 본사의 인사팀 차장인 문모씨가 작성한 부진인력 관리대상자 명단에 포함됐고, 그 이후 현장개통 업무를 수행하고 수회의 업무촉구와 서면 경고에 이은 파면을 당했다”며 “부진인력 관리계획과 공통된 기준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그동안 KT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과 인권단체 등이 끊임없이 제기해 온 인력 퇴출 프로그램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며 강력하게 부인해 왔다. 게다가 지난해 9월에는 2003~2005년 KT 본사 기획조정실에서 일했던 박찬성(44)씨가 직접 기자회견을 통해 “회사의 지시에 따라 부장을 포함해 5명이 전담반을 만들어 퇴출 작업을 했다”고 주장했지만, KT측은 “명예퇴직은 있었지만 외부에서 말하듯 강제 퇴직은 없었다”며 계속해 부인했다. 현재 고용노동부에서 KT의 인력퇴출 프로그램을 재조사하고 있어 이번 판결이 앞으로 미칠 영향에 귀추가 주목된다.

‘가짜 국제전화’ 재논란

지난해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 과정에서 불거진 ‘가짜 국제전화’ 논란도 다시 되살아났다.

참여연대는 지난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인동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KT가 감사원 발표에 대해 해명한 내용을 반박했다. 감사원은 지난해 12월 말 “KT가 국외에 실착신 번호가 없음에도 국제전화 식별번호(001)를 사용해 전기통신번호관리세칙을 위반했다”며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방송통신위원회에 통보했다.

안진걸 참여연대 민생경제팀장은 “KT는 국외에 실착신 번호가 없음에도, 즉 국제전화가 아님에도 국제전화 식별번호를 사용했다. 그래서 감사원이 번호관리세칙을 위반했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일본에 있는 서버에 투표 집계를 했기 때문에 국제전화가 맞다는 KT의 주장은 거짓말”이라고 말했다.

국제전화 의혹을 폭로하고 최근 해고 통보를 받은 이해관 KT 새노조 위원장은 “투표 결과 데이터를 일본에 보냈다고 국제전화가 되는 것이 아니다. 데이터 송수신과 전화는 성격이 다르다. 전화는 한 회선이 사용 중이면 ‘통화중’이라고 뜨지만, 데이터망은 여러 사람이 한꺼번에 접속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참여연대는 KT의 위법행위 의혹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와 검찰에 신속한 조사를 촉구했다. 안 팀장은 “3월 부당이득을 얻은 혐의로 KT를 검찰에 고소했고, 국제문자 요금을 약관에서 정해진 건당 100원이 아닌 150원을 받은 것에 대해 공정위에 고발했지만, 아직까지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KT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KT는 “감사원 발표는 번호관리세칙을 위반했다는 의미이지, 국제전화가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 아니다”라며 “감사원 발표대로 실착신 번호가 없었지만, 투표 집계 시스템이 있는 일본이 실착신지다. 따라서 전화투표 서비스는 국제전화”라고 밝혔다. 

한편, 지난해 정보공개청구로 드러난 제주도 행정 전화비가 211억 원인 것을 감안했을 때 KT에게 돌아간 수익금도 수십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방송된 KBS <추적60분>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의 경우 전화투표로 인한 수입 중 10~15%가 통신사에게 배분됐고, 국내에서도 비슷한 방식이 적용됐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당시 KT는 “전화투표 이익금 모두는 사회에 환원한 상태라 문제될 것이 없다”고 반박했지만 정확한 전체 전화 통계는 밝히지 않아 논란을 더욱 증폭시켰다. 

진흙탕 싸움에 소비자 실망

이 회장의 리더십 논란은 이 뿐만이 아니다. 과도한 보조금 지급으로 세 통신사가 공정위로부터 순차적 영업정지에 들어간 가운데, KT가 LG유플러스와 불법 영업 여부를 놓고 치열한 공방전을 펼쳐 소비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8일 KT는 엘지유플러스가 영업정지 기간 중 불법 영업행위를 했다며 방송통신위원회에 신고했다. 이에 LG유플러스 측은 “흠집 내기일 뿐 사실이 아니다”며 즉각 반박에 나섰다. 하지만 KT 측은 “자사 직원 2명을 고객으로 가장해 LG유플러스 대리점에서 신규가입에 성공했다”며 이에 대한 증빙자료를 방통위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를 바라보는 소비자의 시선이 곱지 않다는 데 있다. 아무리 ‘이통사 가격 전쟁’, ‘보조금 전쟁’등 ‘전쟁’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시장 경쟁이 치열하다고 하지만, 경쟁사 흠집 내기에 혈안된 진흙탕 싸움은 소비자들의 신뢰만 떨어뜨릴 뿐이다.

KT 가입자인 최모(34)씨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통신사가 아이마냥 유치하게 이르는 듯한 모습이 보기 좋지 않았다”며 “공정위의 처벌에 반성은커녕, 흠집 내기에 혈안이 돼 있다”고 비난했다.

또 다른 가입자인 이모(29)씨 역시 “이것이 기업 싸움인지 동네 꼬마들 싸움인지 분간이 안 된다. 저렴한 요금, 차별화된 서비스 등 소비자를 위한 좋은 경쟁을 기대하기엔 무리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soojina6027@ilyoseoul.co.kr

박수진 기자 soojina6027@ilyoseoul.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