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모럴 해저드의 끝은 어디인가. 급기야 인터넷 화상채팅에 ‘쇼걸’까지 등장했다. 얼굴을 보면서 좀 더 친밀한 커뮤니케이션을 실현한다는 화상 채팅이 본래 의도와 달리 ‘탈선의 장’으로 변질되고 있다. 홍등가를 방불케하는 이들 사이트는 퇴폐적이고 음탕한 욕망들만이 마구 뒤엉켜 현대판 ‘소돔과 고모라’를 연상케 한다.
기업형 화상채팅 사이트
지난 5월 20일 경남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음란 화상채팅 시스템을 개발하여 판매한 송모(32)씨와 이를 구입해 운영한 86명을 적발했다. 경찰에 따르면 송씨 등은 ‘시간당 3만원이상 수익 보장’을 미끼로 모집한 여성회원들을 이용, 신체 특정부위를 노출시키고 나체쇼와 자위행위같은 음란행위를 보여주는 대가로 남성회원들로부터 1회에 2,000원에서 1만원씩의 회비를 받거나 솔루션을 개발, 판매하는 수법으로 240여억원을 챙긴 혐의다. 특히 이번 사건은 화상채팅 사이트가 기업형으로 운영되고 있음을 드러내 충격을 주었다. 송씨는 사이트와 연계된 서브 사이트를 대리점 형태로 운영하면서 서브 사이트 개당 3,000만~5,000만원을 받고 분양시켜 176개에 이르는 음란화상사이트를 조직적으로 확산시킨 것으로 밝혀졌다.
본능과 욕정 뒤엉켜 ‘아수라장’
‘즉석부킹’, ‘얼짱녀 24시간 대기’, ‘일대일 라이브 화상채팅’, ‘은밀한 대화, 보면서 즐긴다’, ‘몸매짱 여성만 대기중’…. 화상채팅 사이트에서 내세우는 광고문구의 일부다. 이처럼 현란한 광고를 내세우며 남성들을 유혹하는 화상채팅 사이트는 모 포털 사이트에 개설된 사이트의 숫자만 거의 백여개에 이를만큼 나날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는 현실이다. 화상채팅 사이트에는 밤낮이 없다. 특히 밤 11시가 넘으면 화상채팅 사이트에는 그야말로 ‘밤을 잊은’ 사람들로 불야성을 이룬다. 이들은 자정이 훨씬 지난 새벽 3~4시까지도 자리를 뜰 생각을 하지 않는다. 심한 경우는 해가 뜰 때까지 화상채팅에 몰두하는 이들도 있다.
채팅사이트에는 건전한 방이 오히려 이상하게 여겨질 만큼 ‘원초적 본능’을 자극하는 방 제목들 일색이다. 이 공간에서는 체면도 격식도 존재하지 않는다. “최근 화상채팅은 익명성과 폐쇄성을 내세워 얼굴 대신 신체의 은밀한 부위를 드러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단순히 대화만 하려고 들어오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화상 채팅 사이트에서 만난 박모(25)씨의 말이다. 실제로 화상채팅에서 성 경험담 및 노골적인 음담패설은 기본이다. 한 사람이 옷을 벗기 시작하면 방에 있는 사람들도 뒤따라 벗는 것이 철칙이다. 이 과정에서 ‘몸이 멋있다’ 혹은 ‘가슴이 예쁘다’는 식의 칭찬과 ‘좀 더 자세히 보여달라’, ‘화끈하게 벗어보라’는 요구는 이 바닥의 네티켓. 간혹 다른 회원들의 나체를 구경만 하거나 머뭇거리는 사람, 심지어 캠이 없는 사람은 가차없이 강제퇴장의 대상이 된다.
사이버 홍등가 ‘쇼걸’ 등장
24일 자정 XXX러브 화상채팅방. 여느 채팅 사이트와 다른 점은 여성들이 훨씬 적극적이라는 것이다. 신체 부위별, 노출 수위, 서비스의 강도 등으로 가격을 흥정하는 여성들로 북적이는 사이트의 분위기는 ‘윤락가’와 별반 다르지 않다. ‘몸팅(서로 벗은 몸을 보여주는 것)’을 하자며 말을 걸어오는 이들도 부지기수. 자신을 30대 초반 주부라고 소개한 여성은 ‘남편이 잠든 사이’라는 묘한 방을 개설해놓고 반라 상태로 대화상대를 기다리고 있었다. 또 17살의 한 여고생은 자신의 뒷 나신을 찍은 사진을 걸어놓고 아예 신체부위별로 흥정을 해오기도 했다.
“맛보기로 가슴만 보여주겠다. 더 궁금하면 연락달라”, “텔레뱅킹 입금을 하면 자위행위를 하는 모습까지 보여주겠다”며 노골적으로 말을 걸어오는 여성들도 상당수. 문제는 이들이 단순히 나체를 보여주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음란화상채팅에는 신체 각 부분을 이용한 ‘쇼’가 벌어지기도 한다. 실제로 남성의 모든 요구에 순응하는 ‘노예방’에서는 차마 눈뜨고 보기 힘든 가학적이고 변태적인 ‘자위쇼’가 이뤄지고 있었다. 또 패티시 화상 채팅방에서는 스타킹을 이용한 음란한 성행위 장면까지 연출한 여성이 인기를 끌고 있었다. 한 회원은 “쇼의 음란함과 노출부위, 노출 수준, 체위 등에 따라 가격이 다르다”며 “어떤 방에서는 집단 나체쇼가 벌어지기도 한다”고 전했다.
직거래 알바걸 극성
더욱 큰 문제는 이들 중 상당수의 여성들이 사이트측과는 별도로 남성들과 개별영업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과정에서 돈이 오가는 것은 놀라운 사실이 아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이들이 대부분 평범한 여성들이라는 사실이다. 한 사이트의 회원 A씨는 “20대 여성이 주류를 이루지만 중고생뿐 아니라 주부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며 “심지어 초등생도 있다”고 전했다. ‘몸파는 것도 아닌데 뭐가 문제냐’ 혹은 ‘심심풀이도 되고 용돈도 벌고 일석이조’라는 인식이 대부분이라는 것. 그러나 이들 중 ‘조건’이 맞는 경우에는 실제 만남으로 이어지기도 한다는 것이 A씨의 주장이다. 이때 몸매나 외모가 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당연지사.실제로 사이트에는 ‘유부녀’임을 강조한 여성들이 여럿 눈에 띄었다. 아예 ‘남편은 출장중’, ‘번섹(섹스를 목적으로 만나는 것)가능’이라는 말로 노골적으로 유혹하는 이들도 있었다. A씨는 “이 여성들은 여성회원에게는 모든 서비스가 무료로 제공된다는 점을 이용하는 것”이라며 “사이트측과는 별도로 직거래를 통해 쏠쏠한 수입을 올리는 이들도 있다”고 귀띔했다.
# ‘보여주는’대가로 수입올린 고수입자 ‘입건’
20일 경남지방경찰청은 여성 회원 20여만명 중 사이트 운영자로부터 최소 1,000만원 이상의 돈을 받은 ‘고수익자’17명을 입건했다. 이들을 포함한 3,713명은 대부분이 평범한 학생과 직장인, 주부들로 밝혀져 충격을 주었다. 사이트 운영자는 성인 남성에게 ‘맛보기’로 3분 동안 음란화상채팅을 무료로 제공한뒤 보다 노골적인 장면을 보려면 휴대폰이나 신용카드 등으로 결제하도록 하는 방법으로 돈을 챙긴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에 따르면 사이트 운영자들은 스팸메일을 보내 남녀회원을 모집했으며 여성회원은 음란행위 대가로 받은 포인트를 1주일마다 정산해 개인통장으로 입금해주는 방법으로 관리했다. 경찰 관계자는 “4천명에 가까운 여성회원이 3~5개의 사이트에 중복가입하여 음란행위를 보여주는 대가로 돈을 받아왔는데, 이들 중에는 한달에 3,000만원의 수입을 올린 여성도 있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자신의 주거지에 여러대의 컴퓨터를 설치해 아예 전문적으로 나섰는가하면 심지어 자기 자녀의 주민등록번호로 회원가입을 함으로써 수입을 올린 주부도 있었다”며 혀를 내둘렀다.
# 한국컴퓨터 생활연구소 어기준 소장 - 화상채팅은 초딩들이 주도한다
한국컴퓨터 생활연구소 어기준 소장은 26일 통화에서 “채팅문화에서 세대교체가 일어났다”는 말로 입을 열었다. 어소장에 따르면 과거 남고생들이 주도하던 채팅문화가 2003년을 기점으로 남자 초등학생들이 주도하는 분위기로 대체되었다는 것이다. 이는 음란채팅에서 초등생들이 차지하는 비중을 짐작케 하는 부분이다.
- 초등학생들의 음란화상 채팅은 어느 정도인가.▲2003년을 기준으로 초딩 채팅방의 30%이상이 음란방으로 나타났다. 현재는 훨씬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 사이버 음란물을 처음 접하게 되는 시기는. ▲이메일이나 홈피 등으로 날아드는 스팸메일로 인해 유치원생 정도만 되면 의도하지 않아도 음란물에 노출된다.
- 초등학생 음란 화상채팅의 특징은.▲역할놀이와 상황설정 놀이를 들 수 있다.
-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가.▲스승과 제자간의 성행위, 부부놀이, 성폭행놀이, 주인과 노예 놀이 등 비정상적인 성적 상황을 설정해놓고 서로 역할을 맡아 즐기는 것이다.
- 표현수위는 어떤가.▲예상외로 초등학생들의 표현수위가 훨씬 적나라하다. 중고등학생만 돼도 우회적인 표현을 하는데 반해 초등학생들의 경우에는 노골적이고 직설적인 표현을 스스럼없이 한다.
- 동영상이 유포되는 과정은.▲초등학생들은 채팅이 끝나면 그만이라고 생각하거나 자신의 은밀한 사진을 대화상대만 가지고 있을 것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상당수다. 그러나 순간의 모습이 캡쳐되고 동영상으로 저장되어 유포되는 것은 순식간이다.
- 초등학생들의 음란채팅이 더 위험한 이유는.▲왜곡된 성을 접하게 된다는 점이다. 또 음란 화상채팅이 가져다주는 은밀한 즐거움과 매력에서 벗어나지 못해 중독으로 이어지거나 원조교제로 발전할 가능성도 다분하다.
- 초등학생들의 화상채팅은 자유로운가.▲최근에는 채팅 사이트보다 메신저를 이용하기 때문에 거의 제약이 없다고 봐야한다. 기술적으로 차단할 수 있음에도 업체측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것도 문제다.
# 화상채팅 캡쳐해 협박 … 돈 뜯기고 몸 버려
“화상채팅한 남자가 만나주지 않으면 캡쳐한 것을 인터넷에 뿌리겠다고 협박한다.” “50만원을 입금하지 않으면 화상채팅한 동영상을 올리겠다고 한다.”한 포털 사이트의 게시판에는 이처럼 낯선 사람과 화상채팅을 했다가 그것을 빌미로 갖은 협박을 당하는 사례가 하루에도 십여건씩 올라오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피해자들은 ‘음란한 행위’를 했다는 약점 때문에 고스란히 당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지난 3월 강서경찰서는 나체 동영상을 빌미로 수십차례에 걸쳐 이메일을 보내 협박한 20대 남성을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 남성은 화상채팅 때 캡쳐해놓은 여성의 나체 동영상을 빌미로 성관계나 돈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해 서울 중랑경찰서는 동성애자 전용 화상 채팅 사이트에서 만난 남성의 동성애 장면을 CD에 담아 이를 가족에게 알리겠다며 30여차례에 걸쳐 협박한 남성을 구속하기도 했다. 사이버수사대의 한 관계자는 “낯선 사람에게 신체 일부를 노출하는 것은 물론이고 음란한 대화를 하는 자체가 예상치 못한 ‘덫’이 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그는 “특히 주부들의 경우 ‘남편에게 알리겠다’는 협박에는 꼼짝없이 당하는 경우가 많다”며 “협박과 요구에 이끌려 만났다가는 강간과 같은 더 큰 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수향 thelotu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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