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로 중국 상하이나 선양 등에서 행해지는 원정성형은 싼 가격에 중국여행까지 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성형을 하고자 하는 한국인들에게는 귀가 솔깃해진다. 실제로 쌍꺼풀 수술을 하는데 우리 돈 200만원 정도면 체류비와 비행기표, 수술비 등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 최근에는 브로커들까지 생겨나고 있는 실정이다. 브로커들은 “한국이나 미국, 일본 등에서 성형의술을 배운 중국 성형외과 의사들에게 싼값에 성형수술을 받을 수 있다”고 이메일 등을 통해 광고를 하고 있다. 성형수술을 하고 싶지만 경제적 사정으로 망설이는 사람들에게는 달콤한 유혹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쌍꺼풀 200만원 … 브로커 등장도
그러나 중국에서 싼 값에 성형수술을 받은 사람들이 부작용 등을 호소하며 국내 성형외과에서 복원 수술 등 재수술을 받는 사례가 늘고 있다. 올해 초 상하이에서 가슴 확대수술을 받은 최모(28·여·회사원)씨. 최씨는 국내 성형외과보다 3분의 1 싼 가격에 수술을 받았지만 최근 가슴에 몽우리가 지며 통증을 느꼈다. 강남의 한 병원을 찾은 최씨는 중국에서 받은 성형수술의 부작용으로 가슴조직이 괴사해 재수술을 받아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진찰결과 최씨의 가슴에 삽입된 것은 실리콘으로 밝혀졌다. 이것을 중국에서는 ‘인공지방’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그러나 성형외과 전문의들은 인공지방이라는 것은 의학교과서나 보고서 등에도 나오지 않는 매우 생소한 것이라며 가슴에 실리콘을 삽입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경고하고 있다.
가슴성형 후 조직 괴사로 재수술
엔제림 성형외과 심형보 원장은 “가슴에 삽입하는 물질은 식약청 등에서 안전기준을 통과한 식염수 팩이나 젤 등을 사용하는 것이 대체적이다”며 “실리콘과 같은 물질을 가슴에 넣는 것은 매우 위험해 국내를 비롯한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실리콘은 사용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심 원장은 중국 원정에 대해 “중국은 성형 의료 수준이 아직 초보단계인데다 위생도 제대로 되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수술 기구, 재료 등의 질이 낮아 많은 부작용을 발생시키고 있다”며 “중국에서 성형수술을 받고 그 부작용으로 다시 재수술을 받으려는 환자들이 최근 부쩍 늘었다”며 중국 원정성형을 생각한다면 신중을 기할 것을 당부했다.
가정주부 박모(31)씨의 경우는 지난 3월 중국으로 원정성형을 갔다 병원에서 도망치다시피 나왔다고 한다. 코를 높이는 수술을 위해 브로커를 통해 간 중국의 한 성형외과. 그곳에 도착한 박씨와 일행 3명은 병원에 들어서는 순간 병원의 위생상태가 의심스러웠다. 매우 허름한 병원에서 의사 1명과 간호사 1명이 진료를 하고 있었다고 한다. 박씨와 그 일행을 줄행랑치게 한 결정적 이유는 의사가 장갑을 끼지 않고 맨손으로 수술을 하기 때문이었다. 박씨는 “의사가 과연 면허증이나 있는지 의심스러웠다”며 “매우 비위생적인 병원의 상태도 충격이었다”고 말했다.
전신마취전 건강체크도 안해
중국의 병원 중에는 전신마취전 기본적인 건강체크도 하지 않는 병원도 있다고 한다. 윤모(27·여·회사원)씨는 중국에서 원정 성형을 할 때 전신마취를 하기 전에 아무런 검사도 없었다고 한다. 윤씨는 “원정 성형을 다녀온 후 나중에야 마취전 기본적인 건강체크를 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며 “다행히 몸에 이상이 없었는지 마취 부작용은 나타나지 않았지만 지금 생각하면 아찔하다”고 말했다.마취과 전문의들은 “마취전에는 간기능, 부정맥 여부 등을 검사하는데 건강한 사람의 경우도 전신마취 후에는 간기능이 약간은 떨어지게 되며 시간이 지나면 회복된다.
하지만 이것은 간에 이상이 없는 사람의 경우고 원래 간이 안 좋은 사람이 전신마취를 하게 되면 간을 더욱 악화시킨다”며 “부정맥이 있는 사람의 경우는 전신마취를 하게 되면 사망할 수도 있어 매우 위험하다”며 전신마취 전 건강체크는 기본임을 강조한다. 중국 성형외과에서 사용하는 수술 재료들의 경우는 안전성을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이 더욱 큰 문제가 되고 있다. 국내를 비롯해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철저한 임상실험과 식약청에서 검사기준을 통과한 재료들만 쓰는 반면 중국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는 것.
낮은 의료수준에 무면허까지…
물론 모든 중국의 성형외과가 이렇게 수준이 낮은 것은 아니다. 한국이나 미국 등에서 성형의술을 배운 중국의사들의 경우는 제대로 시설이 갖춰진 병원에서 검증된 재료로 수술을 한다. 하지만 이런 병원의 수술비는 국내보다 더 비싸다. 예뻐지고 멋있어지고 싶은 것은 모든 사람들의 본성이다. 최근 성형외과술의 발달로 많은 사람들이 본성을 충족하고 있다. 하지만 적은 돈을 들이고 좋은 외모를 갖고 싶다는 이유 때문에 검증되지 않은 중국의 의사들에게 자신의 몸을 맡긴다는 것은 자칫 외모를 더욱 망칠 수 있다. 중국 성형원정을 생각한다면 신중히 고려해 봐야 할 것이다.
김정욱 jkim@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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