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스토리] 연구 지원이냐? 로비용 기부냐?
[사이드스토리] 연구 지원이냐? 로비용 기부냐?
  • 이범희 기자
  • 입력 2013-01-08 10:49
  • 승인 2013.01.08 10:49
  • 호수 975
  • 27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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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진 풍산 회장, 미국 연구소에 50만불 기부 논란

정치자금 기부 어려워지자 상원의원과 연관된 기관에 기부해 물의
자회사의 자체적 판단이란 해명에도 우발채무 부담 존재 가능성 엿보여

[일요서울 l 이범희 기자] 류진 회장이 이끄는 풍산은 1968년 10월 22일 풍산금속공업(주)으로 설립해 1970년 한국조폐공사의 주화소재(鑄貨素材) 생산업체로 지정됐다. 1974년 동·동합금 제품의 KS(한국산업규격) 표시허가를 획득한 후 성장세를 이어왔다. 자회사인 PMX 또한 미국 조폐 시장에 진출해 미 조폐국에 동전 소재용 금속을 납품하고 있다. 그런데 지난해 12월 아이오와주립대의 ‘하킨 공공정책 연구소'에 기부한 자금이 미국 공화당과 일부 시민단체의 ‘이해충돌 지적' 논란에 휩싸이면서 홍역을 치르고 있다.

AP와 연합뉴스에 따르면 풍산의 미국 자회사 PMX와 류진 풍산그룹 회장은 아이오와주립대의 ‘하킨 공공정책 연구소'에 각각 25만 달러씩 총 50만 달러(약 5억4000만원)를 기부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연구소는 톰 하킨(73) 상원의원(민주·아이오와)의 관련기록과 국내외 정책 연구 성과 등을 소장·전시하기 위해 지난해 개설된 기관이다.

문제는 하킨 의원이 그간 1달러 지폐를 대체하는 1달러 주화 발행을 꾸준히 추진해왔다는 점이다.
PMX는 미 조폐국에 동전 소재용 금속을 납품하고 있어 1달러 주화 발행이 성사되면 큰 이익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고 AP는 전망했다.
‘책임과 윤리를 지지하는 시민들'의 멜라니 슬론 상임이사는 “상임의원과 연관된 기관에 기부하는 것은 영향력 있는 의원의 환심을 사는 새로운 방법이 될 수 있다"며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공화당 측도 하킨 의원과 밀접히 연관된 연구소에 대한 풍산의 기부가 이해충돌 소지가 있다고 비판했다.
풍산 측은 이번 기부가 PMX의 자체적인 행동이라며 그룹과의 연관성에 선을 긋고 있다.
풍산 관계자는 “일부 보도를 접하긴 했지만, PMX의 기부와 관련해서는 자회사 자체적으로 진행된 일이다”며 “이번 기부의 배경에 대해 그룹이 아는 것은 없다"고 일축했다.
하지만 이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국내 신용평가사의 입장은 다르다. 관계사로서 우발채무 부담이 존재한다는 것. 이 때문에 이번일이 그룹과 무관하다는 설명은 이해가 어렵다는 주장이다. 또한 류 회장이 미국 시민권자가 아님에도 일부 자금을 기부한 것도 이해되지 않는다는 것.

한국기업평가 관계자는 “미국 생산법인 PMX에 대한 지급보증을 중심으로 하는 관계사 우발채무 부담이 내재해 있어, 자회사의 추세적 실적개선이 재무구조 안정화로 연결되는지 여부는 동사와 관련한 주요 모니터링 요인이다"라며 여전히 의구심을 드러냈다.

 skycros@ilyoseoul.co.kr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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