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해부]재벌家 3, 4세들의 ‘막장 백태’
[집중해부]재벌家 3, 4세들의 ‘막장 백태’
  • 박수진 기자
  • 입력 2013-01-08 10:41
  • 승인 2013.01.08 10:41
  • 호수 975
  • 2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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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

[일요서울│박수진 기자]재벌가 2~4세들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새해 초부터 이들의 승진소식이 알려질 만큼 주목받는 이들도 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재벌가에서는 사고를 일으켜 사회에 물의를 빚는 자제들도 속속 등장한다. 어린 나이에 마약을 하고, ‘돈’과 관련된 사기죄로 검찰 조사를 받기도 한다. 그 수법 또한 기묘해 보는 이들을 놀라게 할 정도다. 게다가 대체로 이들은 집행유예 등의 솜방망이 처벌만 받았을 뿐 별 다른 불편함 없이 생활하고 있다. 재벌가 자제들의 사건·사고를 유형별로 정리해 봤다.

한진家 3세 “그래 개XX야, 내가 조원태다 어쩌라고”…막말
롯데家 3세 사기 혐의 기소 유예… 두산家 4세 수사 도중 잠적
현대家 3세 마약하다 덜미…차량안 대마초 흡연 불구속 입건

'막말형'

잘못된 언행으로 사고 못지않은 사고를 쳐, 세간의 관심을 받은 재벌 3세가 있다. 그 주인공은 다름 아닌 故 조중훈 한진그룹 회장의 손자이자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의 아들인 조원태 대한항공 신임 부사장이다. 재벌가 자제인 그의 입에서 육두문자가 쏟아져 나왔을 때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지난해 12월 14일 인천 인하대에서는 나올 엘 무타와켈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부위원장에 대한 체육학 명예박사 학위 수여식과 사단법인 인하학원 이사회가 열렸다. 당시 조양호 회장과 조원태 부사장은 이 날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인하대를 찾았다. 이에 맞춰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인하대 운영과 관련된 정보 공개 요청’을 요구하는 피켓 시위를 벌였다.

그동안 시민단체들은 조 부사장이 지분 40%를 보유하는 등 한진그룹 총수 일가가 대주주인 한진정보통신이 인하대의 정보통신망 사업을 따낸 것에 대해 계약서 공개를 요청해왔다. 또 인하대병원 1층에 조양호 회장의 막내딸인 조현민 대한항공 상무가 커피숍을 운영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계약서 공개도 주장해 오고 있었다.

조 부사장의 막말 사태는 시민단체 관계자들과 조 부사장이 인하대 정석도서관 앞에서 마주하면서 발생했다.

시민단체 관계자가 “조원태가 왔다. 조원태 전무는 인하학원과 한진정보통신간 거래내역을 공개하라”고 외쳤다. 그러자 조 전무는 불쾌한 듯이 다가와 “내가 조원태다. 어쩔래 ×××야”라며 욕을 했다. 뿐만 아니라 조 전무는 현장에 있던 기자들에게도 서슴지 않고 막말을 내뱉었다. 당시 조 전무는 부사장 승진 전이었다.

조양호 회장 역시 시민단체와 말다툼을 벌였다.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정보공개 거부 이유와 학생들의 도서관 출입을 불허하는 이유에 대해 따지자 조 회장은 “학생이 주인이 아니다. 이 학교 주인은 나다. 여긴 사립학교이고 사유지다”라고 반박해 충돌을 빚었다.

'사기형'

일반 서민이 생각지 못 할 재산을 소유하고 있는 재벌도 돈을 가지고 사기를 칠까. 대답은 ‘그렇다’이다. 

서울중앙지검 조사부(이헌상 부장검사)는 롯데그룹 계열사 상품의 공급을 미끼로 소셜커머스 업체로부터 5억 원을 받아 챙긴 혐의(사기)로 고소당한 롯데가(家) 3세 신형근씨를 기소유예 처분했다고 지난 3일 밝혔다. 신씨는 롯데그룹 총수인 신격호 회장의 5촌 조카인 신동인 롯데자이언츠 구단주 직무대행(전 롯데쇼핑 사장)의 아들이다.

검찰에 따르면 신씨와 김모씨는 매월 15억 원 상당의 롯데 계열사 제품을 공급하는 조건으로 소셜커머스 업체 ‘쿠팡’ 측으로부터 이행보증금 5억 원을 받았지만, 실제 계약 내용은 이행하지 않았다. 당초 신씨는 2010년 IT업체인 케이코하이텍을 인수한 뒤 자회사인 ‘케이코’를 통해 롯데 계열사 제품을 비롯한 대기업 상품을 주로 판매하는 ‘엔젤프라이스닷컴’을 지난해 5월 오픈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사업이 예정대로 진행되지 않고 사이트 오픈도 차질을 빚자 쿠팡 측은 지난해 1월 신씨 등을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두산가(家) 4세도 억대 사기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았다.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김윤상 부장검사)는 사기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던 중 잠적한 두산가 4세 박중원(45)씨에 대해 기소중지했다.

박씨는 지난 3월 인터넷 쇼핑몰 운영자 홍모(29)씨에게 빌린 5000만 원을 포함해 주변 지인들로부터 1억5000만 원을 빌린 후 갚지 않고 가로챈 혐의(사기)를 받고 있다. 이에 검찰은 지난해 11월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박씨는 예정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지 않고 잠적했다.

박씨는 故 박용오 전 두산그룹 회장의 차남으로 이번 사건 외에도 앞서 2007년 코스닥 상장사인 뉴월코프를 무자본 인수한 뒤 자기자본으로 인수한 것처럼 공시해 주가를 끌어올린 혐의(증권거래법 위반)로 구속 기소됐다. 2010년 2심에서 2년6개월을 선고받고 복역한 뒤 출소했다.

 

'마약형'

재벌가 자제들의 마약관련 사건도 생소하지 않다. 재벌2·3세들을 둘러싼 각종 소문이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2007년 경찰청에서 마약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마약수사전담반을 만들 당시 재벌가에선 재벌2·3세들에게 몸조심 경계령을 내렸을 것이란 추측이 제기됐을 정도다. 실제로 2004년 한 매체는 당시 몇몇 재벌2·3세들은 마약복용 사실을 감추기 위해 며칠씩 병원에 입원, 혈액세척까지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소문은 소문으로 끝났고 검찰과 경찰의 ‘재벌2·3세 내사설’은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현대가(家)의 재벌 3세가 대마초를 피운 혐의로 불구속 입건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면서 일각에서는 재벌가 마약 소문이 결국 사실이었던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드러냈다.

서울 성북경찰서는 지난해 8월 성북동 일대에서 대마초를 피운 혐의(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로 정몽일 현대기업금융 회장의 딸 정모(21)씨 등 해외유학생 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지난해 12월 밝혔다. 정몽일 회장은 故 정주영 명예회장의 8남이다.

경찰 조사결과에 따르면 정씨 등 4명은 지난 8월말 서울 성북구 성북동 자택 근처 골목길에 세워둔 차량 안에서 한 남성으로부터 대마초를 건네받고 함께 피운 혐의를 받았다. 정씨는 대마초를 피운 혐의를 부인하며 해외로 출국했지만 보름 뒤 김포공항으로 입국하는 과정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이와 관련해 당시 경찰은 “정씨로 부터 채취한 머리카락과 소변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해 분석한 결과 대마초 양성반응이 나왔다”며 “정씨도 범행을 시인했고 지난 10월말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현대가는 앞서 2010년 정몽용 성우오토모티브 회장의 장남이 대마초를 흡입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은 바 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그동안 잠재돼 있던 재벌2·3세 내사설이 다시 고개를 드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soojina6027@ilyoseoul.co.kr


박수진 기자 soojina6027@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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