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 믿었던 사위 때문에 속 타는 사연
이건희 회장, 믿었던 사위 때문에 속 타는 사연
  • 강길홍 기자
  • 입력 2013-01-08 10:14
  • 승인 2013.01.08 10:14
  • 호수 975
  • 2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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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엔지니어링, 김재열 사장 취임 후 ‘흔들’

삼성엔지니어링, 실적 좋은데 주가 ‘비실’한 이유는?
김재열 사장 취임으로 주가상승 기대했던 증권가 ‘실망’

[일요서울|강길홍 기자] 이건희 삼성 회장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김재열 삼성엔지니어링 사장이 저조한 실적 탓에 울상을 짓고 있다. 김 사장은 이건희 회장의 차녀인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의 남편이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해 1월 김 사장이 취임한 이후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갔다. 게다가 삼성엔지니어링이 삼성물산 건설부문을 제치고 그룹의 대표 건설사로 떠오르고 있는 점도 호재였다. 이에 따라 지난 연말 인사에서 김 사장의 승진 가능성에 대한 전망도 나왔다. 그러나 주가가 발목을 잡았다. 김 사장 취임 후 삼성엔지니어링의 주가가 꾸준히 하향세를 보였던 것. 게다가 지난 3분기 이후 성장세도 꺽이는 모습이다. 결국 연말 인사에서 김 사장의 승진은 없었다.

김재열 사장은 제일기획 글로벌전략담당 상무, 제일모직 경영기획총괄 상무 등을 역임하고 지난해 1월 삼성엔지니어링 경영기획총괄 사장으로 취임했다. 김 사장은 이건희 회장의 둘째 사위로 故 김병관 동아일보 명예회장의 차남이다. 특히 김 사장은 2011년 제일모직 부사장으로 승진한 이후 석 달 만에 또 한 번 사장으로 승진했다. 이후 1년이 채 지나지 않은 지난해 1월 삼성엔지니어링으로 자리를 옮겼다.

특히 삼성엔지니어링에 오너家의 경영참여는 1978년 삼성그룹에 인수된 이후 사실상 처음이어서 더욱 주목을 받았다. 또한 삼성엔지니어링이 매년 고성장을 이어가며 삼성물산 건설부문을 제치고 그룹의 대표적인 건설사로 떠오르고 있는 상황이어서 사위에 대한 이 회장의 기대를 엿볼 수 있었다.

김 사장은 미국 스탠퍼드대학 MBA 출신으로 국제 감각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된다. 해외 플랜트 사업에 주력하고 있는 삼성엔지니어링에 김 사장의 뛰어난 국제감각이 필요했던 것이다. 더욱이 김 사장은 이 회장의 평창동계올림픽 유치활동을 최측근에서 보좌하면서 이 같은 능력을 인정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7월 런던올림픽에서도 김 사장은 장인인 이 회장을 지근거리에서 수행하며 주변의 관심을 끌었다. 박태환 선수를 응원하기 위해 찾은 경기장에서는 이 회장의 바로 옆자리에 나란히 앉아 응원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이 회장이 둘째 사위에 대한 믿음이 남다르다는 세간의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또한 김 사장이 대한빙상연맹 회장을 맡은 것도 이 회장의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 자리를 물려받기 위한 것이라는 추측도 제기됐다. 이 회장이 다른 나라의 IOC 위원 등을 만날 때 김 사장을 자주 배석했던 것도 이러한 추측을 뒷받침했다.

삼성엔지니어링에 부임한 직후 보여준 초반의 성과도 김 사장에 대한 이 회장의 신뢰를 높이는 계기가 됐다. 김 사장은 삼성엔지니어링에 취임한 이후 지난해 2월 아랍에미레이트(UAE) 가스코의 플랜트 수주 계약식에 참석하면서 본격적인 대외활동에 돌입했다. 이후 삼성엔지니어링은 순풍에 돛을 달고 승승장구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2011년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매출을 넘어서며 그룹의 대표 건설사로 지목되기 시작했다. 올해도 상반기까지 삼성물산을 크게 앞섰다. 상반기 삼성엔지니어링은 5조7697억 원 매출에 3935억 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하며 전년 동기 대비 매출 46.3%, 영업이익 20.8%의 신장을 달성했다. 반면 같은 기간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매출 4조880억 원, 영업이익 2085억 원에 그쳤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고성장 멈춰

그러나 잘나가는 삼성엔지니어링의 주가는 2011년 28만 원으로 최고가를 기록한 이후 꾸준히 하락을 거듭해 의구심을 샀다. 지난해 큰 기대를 모았던 주가는 16만 원대로 마감했다. 이 같은 주가하락은 8%를 기록하던 영업이익률이 6%대로 떨어지고, 해외 수주 실적의 감소가 성장세 둔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었다. 오너家의 일원인 김 사장 취임으로 주가 상승에 대한 기대가 컸던 증권가의 실망은 클 수밖에 없었다.

하반기부터는 주가하락과 함께 성장도 주춤하며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특히 3분기 실적은 큰 실망감을 안겼다. 매출은 전년 대비 28%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5% 감소했다. 4분기에는 마침내 삼성엔지니어링과 삼성물산의 입장이 뒤바뀌는 결과가 나타났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매출 2조3000억 원에 영업이익 800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매출은 0.7% 줄고 영업이익이 19.8% 증가했다. 반면 삼성엔지니어링은 매출 2조7560억 원에 영업이익 1590억 원으로 매출과 영업이익 각각 12%, 11.2% 감소하는 부진을 기록했다.

다만 지난해 연간 매출과 영업이익에서는 여전히 삼성엔지니어링이 삼성물산 건설부문을 크게 앞서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4분기의 부진이 올해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점이 문제다. 특히 증권가에서는 삼성엔지니어링의 외형성장 둔화와 수익성 하향이 올해에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하는 곳이 적지 않다.

지난해 삼성그룹 연말 인사에서 승진이 점쳐지던 김 사장이 누락된 것도 삼성엔지니어링의 실적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삼성엔지니어링은 박기석, 김재열 투톱 사장 체제이지만 대표이사는 박기석 사장이 맡고 있다. 이 때문에 김 사장이 언제 대표이사를 맡게 될지 관심거리였다. 특히 김 사장은 제일모직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한 지 석 달 만에 사장으로 승진했던 전례가 있었던 만큼 고속 승진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김 사장 취임 이후 승승장구하던 삼성엔지니어링의 성장세가 꺾인 상황에서의 승진은 너무 빠르다는 의견도 나오기 시작했다. 결국 지난 승진인사 명단에서 김 사장의 이름은 없었다. 이 때문에 둘째 사위에게 적지 않은 신뢰를 보냈던 이 회장의 신임이 사그라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家에서 김재열 사장에 대한 기대가 높은데 적당한 성과가 나오지 않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해 김 사장의 향후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slize@ilyoseoul.co.kr 

강길홍 기자 slize@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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