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나무만 보지 말고 숲을 좀 보라고…”
“야, 입장을 좀 바꿔 놓고 생각해 봐…”
물론, 공무원들에게 전적으로 잘못이 있는게 아닙니다. ‘감사’라는 것이 공무원들을 경직되게 만들고 있었습니다. 9가지 잘해도 1가지 잘못하면 징계받고 처벌 받습니다. “규정대로 하면 아무 문제가 없지요. 설사 욕을 먹을지언정 감사에 지적 받을 일 없지요”
그러나 규정을 위반하여 허가내어 주면 감사에 문제가 됩니다. 공무원들 얘기가 결코 틀린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5년 6개월 간 시청공무원들과 함께 일하면서 공무원들이 하나둘씩 변화되기 시작했지요. 저를 이해해주는 공무원들의 숫자가 늘기 시작했어요. 보람을 느끼게 했지요. 그동안 저의 짜증이, 큰 소리가 결코 헛되지 아니하였습니다. 어떤 공무원은 저보다 더 적극적으로 바뀌었습니다.
“시장님, 이 사업은 무조건 해야됩니다.”
심지어는 강덕수 STX 회장이 문경시청 공무원들을 벤치마킹하라는 말씀을 하셨다고 했을 때 시장으로서 보람도 느꼈지요.
문경시청 공무원들과의 전쟁은 헛되지 아니했습니다. 그동안 함께 하면서 문경시청 공무원들이 바뀌었습니다. 변화되었습니다.
2. 농암 궁기천 이야기
- L팀장 : 구 농암 장터 42가구의 무허가 건물을 공무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허가를 내어 주었다면서요?
▲ 신 : 2007년 1월로 기억합니다. 농암면 사무소 초도순시때 궁기천변 42가구 무허가 건물에 대해 양성화시켜 달라는 건의가 있었지요. 시청에 들어와서 건축과장과 담당계장을 시장실로 불러 물었지요.
“안됩니다.”
“거기는 하천부지입니다.”
“하천부지에 건축허가를 어떻게 해 줄 수 있습니까?”
저도 더 이상 할 얘기가 없었어요. 하천부지에는 허가를 내어 줄 수 없다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했지요. 그런데 며칠 뒤 농암면에 거주하는 S씨가 전화를 했지요.
“사장님 궁기천 42가구 무허가 건물 허가 어떻게 되었습니까?”
전화를 받고 곧바로 현장에 나갔지요. 현장을 보아야 겠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그런데 저도 놀랐습니다. 하천부지라고 하여 하천변이나 고수부지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현장은 40년·50년 전 옛날의 농암장터 5일장의 본거지였습니다. 40년·50년을 살아온 그분들의 터전이었습니다. 지목상 하천부지일지 몰라도 제방도 튼튼하고 40년·50년간 한 번도 하천에서 물이 넘친 일도 없는 곳이었습니다. 보통의 주거지역과 똑같게 집이 있었고 마당이 있었고, 사람들이 정상적으로 살고 있는 곳이었습니다. 시청공무원들 외에는 42가구가 무허가 건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없을 만큼 정상적인 주거지역이었습니다. 그런데 지목상으로는 분명 하천부지고, 땅 소유는 시청이고 집주인들은 무허가 건물에 부엌도 화장실도 마음대로 고칠 수도 없는 무허가 건물이었지요. 살고 있지만 재산권 행사도 할 수 없습니다.
“무엇이 잘못 되어도 한참 잘못되었구나. 40년·50년 살아왔는데 지목상 하천부지라고 무허가 건물로 살아왔고 또, 앞으로 살아야 한다는 게…”
40년·50년 문제가 있었는데 아무런 조치도 못하고 오늘까지 온 것입니다. 사무실로 돌아와 다시 건축과장과 건축담당 직원을 시장실로 불렀지요.
“농암 궁기천 42가구 어떻게 할 것이요?”
“하천부지라 허가가…”
똑같은 얘기였지요. 화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저도 작심을 하고 냉정하게 말했지요.
“여러분들, 규정 좋아하는데 무허가 건물이라면 무허가 건물인줄 알면서 그냥 방치하는 것은 직무유기 아니요? 이제 선택하시오. 무허가 건물이니 철거하던지, 그것이 아니라면 양성화 시켜 주시오.”
잠시 침묵이 흘렀습니다. 이윽고, 건축담당 직원이 조용히 얘기를 꺼냈습니다.
“철거는 못하지요.”
그렇습니다. 철거를 못하면 허가를 내어 주어야 합니다. 그래서 그날 다시 건축과장에게 지시했지요.
“건축과장, 모든 책임은 내가 질테니 염려말고 42가구 허가조치 하세요. 그리고 하천부지는 홍수 방지가 문제일테니 추경예산을 반영해서라도 완벽하게 옹벽을 쳐서 홍수 방지를 하겠소.”
- L팀장 : 그렇게 해서 무허가 건물 42가구의 허가를 해주셨는데 또, 감정 가격이 문제였지요.
▲ 신 : 그렇습니다. 42가구를 하천부지에서 주거지역으로 바꾸고 42가구에 대해 시소유의 땅의 불하를 결정하고 가감정(假鑑定)을 의뢰했지요. 감정은 2명의 감정사가 하여 평균치를 하지요. 그런데, 가감정 결과가 3.3㎡당 35만 원 이었습니다. 3.3㎡당 35만 원은 예상외였습니다. 아무리 그 지역이 상가지역이지만 너무 높은 가격이었습니다. 3.3㎡당 35만 원이면 66㎡(20평)만 되어도 7000만 원입니다. 시골에서 7000만 원은 큰돈이지요. 또 걱정이었습니다. 그래서 두 명의 감정사를 제가 직접 만났지요.
“가감정가가 너무 높습니다.”
“농암장터 택지가격이 40만 원에서 50만 원합니다. 그나마 낮게 감정한 게 35만 원입니다.”
감정사의 얘기도 일리가 있었습니다. 며칠 뒤, 다시 두 명의 감정사를 찾아 대구까지 갔습니다.
“하천부지의 가격이 똥값이지요?”
“하천부지는 가격이 거의 없습니다.”
“그렇다면 어제까지 하천부지인 땅이 오늘 택지로 바뀌었다고 100%택지가로 감정하는 것은 지나치지 않은가요? 42가구 어제까지 하천부지였습니다.”
‘어제까지’를 강조했지요. 이렇게 하여 두 분의 감정사를 설득하는데 성공하였지요. 결국 최종감정가는 하천부지와 택지가격의 중간 값으로 했습니다.
3. 조석원 옹 이야기
- L팀장 : 문경새재 입구에 사시는 조석원 옹 얘기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 신 : 2006년 7월 초 제가 시장으로 취임한지 며칠 지나지 아니하였을 때 조석원 옹께서 찾아 왔습니다.
“시장님, 저는 문경새재 입구에서 태어나 70평생을 그곳에서 살았어요. 그런데 이렇게 억울할 수가 있습니까? 상초리에 살 때 KBS 드라마 세트장 짓는다고 철거하라고 해서 그렇게 했어요. 시청에 적극적으로 협조했지요. 그런데 주차장 만든다고 또 이사가라고 하니…. 저는 더 이상 이사 못합니다. 저하고 뭐 원수진 일 있어요? 왜 자꾸 저를 못살게 해요.”
담당 공무원을 불렀지요. 조석원 옹의 억울한 얘기를 들어보라고 했지요.
“그 얘기 다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미 다 끝난 문제입니다. 벌써 주택보상비 1억5000만 원을 통장에 입금시켜 드렸습니다. 이미, 수용절차도 다 끝났고 그 집은 조석원 옹의 집이 아니고 우리 시청 것입니다. 방법이 없습니다.”
담당 공무원의 얘기를 들어보니 그것도 이해가 되었지요. 문경새재에 주차장이 부족하여 제2주차장을 조성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처음부터 조옹께서는 반대했지만 공익 목적의 주차장을 조성할 수밖에 없는 것이고 60%, 70% 협의매수하고, 최종적으로 협의가 안되면 수용절차를 밟게 되고, 조옹의 주택은 그렇게 하여 수용된 상태라는 것이었죠. 전후 사정을 상세히 설명 드리고 방법이 없으니 가까운 곳에 땅을 마련하여 이사를 하시라고 정중히 말씀을 드렸지요.
그런데, 며칠 뒤에 다시 조옹께서 자제분과 함께 시장실로 찾아왔습니다.
“시장님 제가 앞으로 살면 얼마나 더 살겠습니까? 제발 제가 그곳에 그냥 살 수 있도록 선처를 해 주십시오. 아니면 시에서 집 지을 땅을 불하해 주십시오.”
담당 공무원, 계장, 과장을 다시 불러서 방법이 없느냐고 물었지만 대답은 똑같았습니다.
“사정은 딱하지만 방법이 없습니다. 그리고 이 사정 저 사정 봐주면 아무 일도 못 합니다.”
그날 오후 담당직원과 현장을 나가 보았습니다. 다행히 조옹의 집은 제2주차장 가운데가 아니고 입구 모서리 부분이었지요. 그리고 제2주차장은 문경새재의 관광객이 많을 때만 사용하고 평소에는 제2주차장은 거의 사용치 아니하였지요.
“이 집을 우리시에서 거꾸로 조옹에게 임대료를 받고 임대해 드리면 어떻겠소? 2년 단위로 계약을 해서 제2주차장의 사용이 불가피 될 때까지 계속해서 임대를 해 줍시다.”
그리하여 조석원옹과 임대계약을 체결하여 지금까지 조옹께서 그대로 잘 사시고 계시지요.
4. T/F팀 운영
- L팀장 : 시장님은 일벌레라는 소문이 날 만큼 일에 욕심이 많으셨습니다. 40여개의 T/F팀을 직접 운영하셨지요.
▲ 신 : 그렇습니다. 주요업무에 대해서는 전담팀(T/F)을 운영하였지요. 국군체육부대를 유치할 때는 국군체육부대 T/F팀, 2015세계군인체육대회를 유치할 때는 2015전담 T/F팀을 구성하였지요.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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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국 ilyoseoul@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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