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부동산 가격 하락과 경기 부진의 영향으로 가계의 신용위험이 2003년 카드사태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라섰다.
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기관 대출행태서베이 결과’에 따르면 국내은행의 신용위험지수는 올해 1분기 31로 지난해 4분기(30)보다 1포인트 상승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12월 10~24일 국내 16개 은행의 여신업무 총괄 담당 책임자를 대상으로 면담 조사를 통해 얻어진 결과다.
가계신용위험지수는 34포인트로 2011년까지 3~9포인트 사이를 오르내리다가 지난해 2분기 22포인트로 급상승했고 3분기 28포인트, 4분기 31포인트로 상승했다.
특히 카드사태가 발생한 2003년 2·3분기(44)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25)때 보다 악화된 수치다.
이에 대해 한은은 “수도권 주택가격 하락 기대가 생존하는 가운데 경기 부진의 영향으로 다중채무자 등 취약계층의 채무상환능력이 낮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심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의 신용위험 역시 악화돼 금융위기(2009년 2분기) 이후 가장 큰 값을 나타났다. 중소기업의 신용위험은 지난해 4분기와 같은 수준인 34포인트를 유지하고 있고 대기업도 글로벌 경기 부진에 따른 교역 환경 악화 등으로 신용위험이 지난해 4분기(9)보다 증가한 13포인트였다.
이처럼 신용위험이 상승하며 국내 은행의 대출태도도 완화기조에서 다소 신중한 모습으로 돌아설 전망이다. 은행의 대출행태지수(DI)는 지난해 4분기 2에서 올해 1분기 –2로 돌아섰다. 수치가 작을수록 은행이 대출에 소극적이란 뜻이다.
중소기업의 경우 업황 부진에 따른 취약업종을 중심으로 대출태도(-3)가 소폭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에 대해서도 대출태도(-6)가 다소 강화될 전망이다.
가계대출의 경우 주택자금(3)은 은행의 고정금리부 대출확대 노력 등으로 낮은 수준의 완화세로 이러갈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일반자금(-3)에 대해서는 가계의 채무상환능력 저하 우려 등으로 보수적인 자세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와 같이 은행 대출문턱이 높아지고 있지만 대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수요지수는 16으로 전 분기 13에 비해 소폭 늘었다. 이는 영업활동에 의한 현금창출능력이 떨어지는 업체들이 운전자금을 중심으로 대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도 대내외 불확실성 증가에 대비해 유동성 확보차원의 대출 수요가 큰 폭으로 늘어 대출수요지수가 6에서 16으로 상승했다.
반면 가계는 주택자금(9)의 경우 유동화 조건부 적격대출을 중심으로 중가세가 이어지겠지만 일반자금(6)에 대해서는 소비 심리 위측 등으로 소폭 둔화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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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현 기자 todida@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