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덕수 신화 흔들린다…줄이고 팔아도 부채는 태산
강덕수 신화 흔들린다…줄이고 팔아도 부채는 태산
  • 김나영 기자
  • 입력 2012-12-31 18:10
  • 승인 2012.12.31 18:10
  • 호수 974
  • 27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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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X, 여전히 불안한 재무구조 개선

- 계열사 매각·IPO 추진에도 신용등급 하락
- 여전히 쌓인 부채…근본적 체질 개선 필요

[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 STX그룹(회장 강덕수)의 신용등급이 또다시 하락했다. 이로써 국내 주요 신용평가사 3사가 모두 STX그룹 주요 계열사들의 신용등급을 내리게 됐다. 강덕수 회장이 제2의 웅진사태의 주인공으로 등장하지 않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음에도 STX의 신용등급이 떨어진 현황을 들여다봤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 27STX의 신용등급을 기존 ‘A-’에서 ‘BBB+’로 하향 조정했다. 또한 STX조선해양과 STX엔진의 신용등급은 ‘A-’에서 ‘BBB+’로 한 단계 내렸으며, STX팬오션은 ‘A’에서 ‘BBB+’로 두 단계 내렸다. STX건설의 단기 신용등급도 ‘A3-’에서 ‘B+’, 포스텍은 ‘A3+’에서 ‘A3’로 낮췄다.

앞서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도 STX그룹의 주요 계열사에 대한 신용등급을 일제히 하향 조정했다.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21STXSTX조선해양의 회사채 신용등급을 기존 ‘A-’에서 ‘BBB+’로 내렸다. 기업어음 신용등급도 ‘A2-’에서 ‘A3+’로 한 단계씩 하향조정했다.

또한 한국기업평가는 STX팬오션 회사채 등급을 ‘A’에서 ‘BBB+’, 기업어음 신용등급을 ‘A2-’에서 ‘A3+’로 하향했으며, 한국신용평가는 ‘A-’에서 ‘BBB+’로 하향했다. 더불어 한국신용평가는 포스텍의 기업어음 신용등급을 ‘A3+’에서 ‘A3’로 낮췄으며, 지난 6월에도 STX팬오션의 회사채 신용등급을 ‘A0’에서 ‘A-’로 내리고 기업어음 등급은 ‘A2’에서 ‘A2-’로 강등시켰다.

신용평가사들의 평가는 쓴소리가 주를 이뤘다. 나이스신용평가는 해운·조선 산업의 업황 악화로 STX 계열사의 실적이 점점 저하되면서 STX조선해양은 올 들어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STX팬오션도 운임 하락과 연료비 부담으로 손실 규모가 증가했다면서 부진 장기화로 재무적 부담이 증가하고 있지만 중단기적으로 볼 때 채무를 상쇄할 수 있을 정도의 사업실적 개선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기업평가도 후방산업인 조선과 해운이 수직계열화된 STX그룹의 경우 주력사들이 불황에 함께 노출되면서 그룹리스크가 부각됐다면서 시장의 정상화 여부는 물론 자구적인 노력이 실제 유효한 차입부담 감소로 이어질 수 있는지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처럼 신용평가사들이 단호한 등급강등을 단행한 것은 STX그룹의 유동성 위기가 계속해서 해소되지 않기 때문이다. STX그룹의 부채는 지난 9월말 기준 12조 원에 달하며 그중 주요 7개 계열사의 연결 총차입금만도 10조 원이 넘는다. STX는 지난 5월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재무구조 개선 약정을 체결한 상태다.

최근 STX는 유동성 문제로 인해 지난 21일 이탈리아 조선업체인 핀칸티에리에 7680억 원 규모의 유럽 조선 자회사인 STX OSV 지분 매각을 최종 확정했다. 또한 지난 6일에는 일본 오릭스에 3600억 원 규모의 STX에너지 지분 매각을 마쳤다.

또한 지난 12STXSTX팬오션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고 발표한 것도 재무구조 개선이 고강도로 이뤄져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자각에서다. STX는 이미 매각주간사로 모건스탠리와 스탠다드차타드를 선정하고 국내는 물론 유럽과 중동지역까지 폭을 넓혀 인수후보자를 물색 중이다. 이외에도 STX는 재무구조 개선의 일환으로 STX다롄의 기업공개(IPO)를 비롯해 STX중공업·STX메탈의 합병, 해외자원개발 지분 매각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현재까지 STX그룹이 재무구조 개선을 통해 확보한 자금은 11300억 원 규모로 내년에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 12200억 원을 아슬아슬하게 상환할 만한 수준이다. 올해 만기가 도래한 13000억 원은 차환을 마친 상태다.

일각에서는 계열사 매각만으로 부채를 해결하기보다는 근본적인 체질 개선으로 부채를 줄여야 한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STX그룹이 계열사 지분을 팔아 급하게 확보한 자금으로 당장 만기가 돌아오는 채무는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향후 부채를 모두 상환하기 위해 언제까지나 계열사를 팔 수는 없는 노릇이다.

변정혜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STX에너지를 통한 자금 조달과 STX OSV 매각으로 내년 단기 유동성 대응엔 무리가 없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지난해 그룹 전체 상각전영업이익(EBITDA)17000억 원 규모였음을 감안하면 추가적인 차입금 감소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물론 STX팬오션의 부채가 5조 원가량으로 그룹 부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다보니 STX팬오션의 매각 방식에 따라 그룹 부채도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STX팬오션은 강덕수 회장이 양대 축으로 삼았던 조선해운 중 해운을 담당하는 큰 축인 만큼 그룹 매출도 잘려나갈 것을 함께 고려해야만 한다.

재계 관계자는 계속해서 M&A 시장에 눈을 돌리며 STX의 덩치를 키워온 강 회장이 이제는 매물 공급책으로 전락한 셈이라고 꼬집었다.

STX 관계자는 “STX팬오션의 경우 이제 막 매각주간사를 선정했을 뿐 매각 시기나 방법에 대해 결정된 것은 아직 없다면서 구체적인 사항은 예비실사가 진행되면서 천천히 잡혀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STX팬오션 출신인 이종철 STX 조선해양엔진사업 총괄 부회장이 경영악화와 관련해 전격 사퇴할 뜻을 밝혀 눈길을 끌고 있다. 이 부회장은 STX팬오션 매각 등 그룹 재무구조 개선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최근 강덕수 회장에게 사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1979STX팬오션의 전신인 범양전용선에 입사했으며 2004STX팬오션 사장을 거쳐 2008STX그룹 지주팬오션 총괄 부회장으로 임명됐다. 특히 강 회장의 최측근으로 그룹 경영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한 이 부회장은 지난달 말 지주팬오션 총괄업무에서 조선해양엔진사업 총괄로 보직이 변경됐으나 불과 한 달 만에 사의를 표명해 주목받고 있다.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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