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리치투유’라는 인터넷 쇼핑몰을 개설하고 사업을 시작한 그들은 처음 삼개월 정도는 화장품과 분유, 애완용품 등을 시중가보다 10% 정도 낮게 판매하면서 고객을 끌어들이고, 대금이 결제되면 약속한 기일내에 정확하게 물품을 배송하는 등 정상적인 영업을 하는 듯했다. 사이트가 저렴하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사업이 자리잡아가자 둘은 인천시 남동구에 사무실을 차리고 에어컨과 냉장고 등 가전제품으로 영역을 넓혀나갔다. 그러나 수입이 제법 쏠쏠하자 이들은 점점 욕심이 생긴다. 이들은 쇼핑몰이 결제대금을 먼저 입금받은 후 물품을 보낸다는 점을 악용, 급기야 크게 한탕하고자 하는 계획을 하게 된다. 결국 지난 4월, 이들의 본격적인 사기극의 막이 오른다. 이들은 물품대금을 한몫 크게 챙겨 국외로 달아날 목적으로 본격적인 여름을 두달여 앞두고 에어컨 및 냉장고 구매자들을 미리 끌어모았다.
‘리치투유’를 가격비교 사이트에 등록한 이들은 ‘4월에 미리 에어컨과 냉장고를 주문한 고객에게는 6월 10일에 최저가로 물품을 일괄 배송하겠다’고 광고했다. 타 사이트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물품을 공급한다는 말에 소비자들의 반응은 선풍적이었다. 특히 연일 ‘100년만의 무더위가 찾아온다’는 기상 예보로 인해 에어컨 주문량은 날로 폭주했다. 그러나 사실상 그들은 그만한 가격에 약속한 물품을 조달할 수도 없는 상태였다. 이들의 사기극에 속아 카드결제와 현금입금을 통해 물품대금을 선입금한 사람들은 약 2,100명으로 피해액은 무려 41억원에 달했다. 드디어 6월 10일, 고객들은 눈이 빠지게 물품을 기다리고 있었지만 수십억원을 거머쥔 이들은 계획대로 사이트를 폐쇄하고 잠적했다. 그러나 이것이 돌이킬 수 없는 ‘비극’의 시작이었다. 막상 통장에 입금된 40억원을 보자 탐욕이 생긴 두 사람은 서로를 견제하며 돈에 욕심을 부리기 시작했다. 쇼핑몰 대표 한씨는 오씨 몰래 23억 8,000만원을 현금으로 인출한 뒤 잠적했다.
오씨가 격분한 것은 당연지사. 또 피해를 당한 소비자들이 단합해 ‘리치투유 피해자모임’을 결성하고 경찰에 신고하자 이내 경찰의 수사망이 좁혀 들어왔다. 게다가 사건발생 하루 뒤인 11일, 경찰의 조사를 받은 오씨가 ‘이번 사건의 주범은 한씨’라고 덮어씌우자 두려워진 한씨는 자수를 결심, 오씨에게 자수할 뜻을 밝혔다. 한씨가 자수할 경우 한씨가 인출한 23억원을 뺏기고 공범임이 발각될 것을 우려한 오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인력업체 종업원 두명을 각각 1억원과 2,000만원을 주는 조건으로 끌어들여 한씨를 살해하기로 마음먹는다. 그들은 6월 12일 밤 한씨를 인천 연수동의 주점으로 유인했다. 그리고 만취상태가 된 한씨를 야적장으로 끌고가 목졸라 살해한 뒤 미리 파놓은 구덩이에 암매장했다. 두 사람의 18년 우정이 끔찍한 살인으로 끝나는 순간이었다.
# 인면수심 오씨 석달만에 15억 탕진하며 유유자적
죽은 한씨가 발견된 곳은 인천 남동구의 한적한 건축물 폐기장이었다. 그러나 조사결과 이곳은 원래부터 폐기장이 아니라 오씨가 한씨를 ‘쥐도 새도 모르게’ 암매장하기 위해 현금 5,400만원을 주고 급히 임대받은 곳이었다. 더욱이 오씨는 자신의 완전범죄를 위해 건축폐기물을 쌓고 개 6마리를 풀어놓는 등 외부인의 접근을 차단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또 ‘돈에 눈이 먼’ 오씨의 파렴치한 행각은 죽마고우를 살해한 후에도 계속됐다. 갑자기 사라진 남편의 행방을 묻는 한씨의 부인에게 오씨는 “문제가 생겨 잠시 도피중이니 걱정하지 말라”는 말로 교묘히 속여온 것으로 드러났다.
남편의 둘도없는 친구이자 동업자인 오씨가 남편을 죽였다고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었다.무엇보다 경찰을 놀라게 한 것은 석달간 펼쳐진 오씨의 화려한 생활이었다. 한씨를 죽이고 23억원을 뺏은 오씨는 마치 물쓰듯 돈을 써대며 ‘황태자’와 같은 생활을 해왔다. 4층짜리 건물을 구입하는데 7억 7,000만원, 한씨 살해를 도운 공범들에게 1억 2,000만원, PC방을 임대하는데 2억원, 채무관계를 정리하는데 8,000만원, 암매장 장소를 임대하는데 5,400만원, 유흥비 등으로 석달여 동안 총 15억2,000만원을 사용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수향 thelotu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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