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실 이들은 얼굴보다는 감성적인 보컬과 잔잔한 멜로디로 소리 없이 다가왔다. 더불어 유명 아이돌도, 대형 기획사에 소속된 가수도 아니기에 대중들이 ‘어반자카파’라는 그룹명에 어색함을 느끼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럼에도 이들의 음악엔 묘한 매력이 존재한다. 대중들의 귀를 편안하게 만드는 것은 물론 그들의 마음을 감미롭게 적신다. 이것이 바로 감성에 목마른 1만여 명의 관객들을 공연장으로 찾게 만든 이들만의 비법이다.
▶ 메마른 감성에 목마른 대중, 그들의 니즈를 만족시키다
2000년대 중·후반부터 유행하기 시작한 중독성 강한 후렴구의 무한 반복이 지겨워진 까닭일까. 아니면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무색하리만큼 아이돌에 편중된 K-Pop 시장에 지친 이유일까.
21세기 대중들은 음악을 통해 느끼고 공감할 수 있는 소울(soul)과 감미로운 감성에 목마름을 느끼기 시작했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달달한 사랑 노래에 가슴 설레고 슬픈 이별 노래에 흐르던 눈물을 닦던 일이 추억이 돼버렸기 때문.
그래서인지 대중들은 복고에 열광하고 ‘8090’ 음악 코드의 귀환을 꿈꾸게 됐다. 하나의 트렌드이자 신드롬으로 자리매김할 만큼 그들의 니즈(needs)가 강했던 탓일까. 어반자카파는 그렇게 조용히 대중들의 품에 스며들 수 있었다.
어반자카파가 더욱 눈길을 끄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8090’의 감성을 느끼던 세대가 아니라는 점이다. 20대 초중반으로 구성된 멤버에도 불구하고 호소력 짙은 보이스와 나이에 걸맞지 않은 감성적인 음악을 선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은 더욱 다양한 팬층을 어우를 수 있다는 장점을 지녔다.
이밖에도 90년대 큰 인기를 모았던 투투와 룰라, 쿨, 코요태 이후 이렇다 할 혼성 그룹이 없던 시점 맛깔스럽게 버무려진 혼성 듀엣 역시 이들의 인기에 힘을 실었다는 평이다.
▶ 달콤한 크리스마스, 이별을 노래하다
크리스마스를 떠올릴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단어 중 하나는 바로 ‘사랑’이다. 그러나 ‘Merry Urban Zakapa-도시의 크리스마스’는 이러한 고정관념을 과감히 탈피한 공연으로 이목을 집중시켰다.
크리스마스 콘서트라는 특성상 공연장을 찾은 대부분의 관객은 커플이었다. 그러나 이들은 “나는 너에게 사랑을 구걸하지 않았어”, “상처받은 내 마음과 더럽혀진 그때 추억” 등 자극적인 가사를 담은 곡 ‘니가 싫어’로 콘서트의 첫 무대를 장식했다.
이어 지나간 사랑을 흐르는 강물에 비유한 곡 ‘리버(River)’와 헤어진 연인을 그리워하는 ‘커피를 마시고’ 등 숱한 이별 노래를 선보여 달달함을 기대한 관객들을 적잖게 당황시키기도 했다.
이와 함께 어반자카파의 홍일점 조현아는 “다들 이 사랑이 영원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지 않느냐”는 짓궂은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이쯤 되면 이는 사랑을 속삭이는 크리스마스 분위기와는 정반된 말도 안 되는 콘서트라 표방해도 무방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은 아무런 거슬림 없이 이들의 음악과 공연에 심취했다. 재즈 바에서나 흘러나옴직한 그루브(groove)한 리듬과 어쿠스틱한 사운드에 하나같이 고개를 끄덕거렸으며 사랑하는 연인과 함께 이별 노래를 흥얼거리는 진풍경까지 연출됐다.
이는 사랑과 이별, 그리움을 노래한 어반자카파의 음악이 가사 하나하나에 의미를 두지 않더라도 이미 대중들의 메마른 감성을 감싸 안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이들의 감미로운 음색과 서정적인 멜로디는 이별 노래도 달달한 속삭임으로 바꿀 수 있는 마력을 지닌 듯 보였다.

▶ 반전의 묘미, ‘자카파쇼’만의 매력
데뷔곡 ‘커피를 마시고’부터 지난 10월 발매한 정규 2집까지… 사랑을 속삭이기보다 이별을 노래한 탓일까. 관객들에게 어반자카파는 애절함의 대명사로 굳어져 있었다.
그러나 감성적 노래와 상반된 이들의 입담은 ‘자카파쇼’를 통해 그 진가를 발휘했다. 조현아의 재치 넘치는 진행과 조성모 등 5명에 달하는 가수의 모창을 완벽히 소화해낸 권순일은 관중의 뜨거운 호응을 이끌어냈다. 또 박용인의 능청스러운 입담과 춤사위는 감성에 젖은 관객들에게 깨알 웃음을 선사하기에 충분했다.
뿐만 아니라 젝스키스의 ‘커플’, 베이비복스의 ‘야야야’ 등 90년대를 주름잡던 아이돌 가수들의 히트곡에 어반자카파만의 매력을 더해 선보인 무대는 ‘공연형 가수’라는 타이틀이 무색하지 않을 만큼 완벽했다는 후문이다.
이밖에도 각자의 매력을 가득 담아 편곡한 머라이어 캐리의 ‘All I want for christmas’ 속 세 사람의 화음은 최고의 크리스마스 선물이 되기에 충분했다. 이에 관객들은 일제히 준비해온 야광봉을 흔들며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한껏 만끽했다.
5000여 장의 서울 콘서트 티켓이 모두 매진된 이후 관객들의 추가 티켓 문의가 잇따르자 수원 콘서트를 갑작스럽게 개최한 일화는 이미 유명하다. 아이돌 그룹의 콘서트에서나 가능하다는 ‘떼창’도 이들에겐 당연시된 일이다. 이처럼 이미 단단한 팬덤(fandom)을 형성하고 있는 어반자카파의 이번 크리스마스 콘서트는 역설의 미학이 적절히 녹아 내렸다는 평을 받으며 성공적인 마무리를 지었다.
크리스마스에 이별 노래를 선물하는 색다른 방식으로 사랑하는 사람의 소중함을 더욱 일깨워준 어반자카파. 3인 3색의 매력을 뽐내는 이들의 다음 공연도 손꼽아 기다려 본다.
유수정 기자 crystal07@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