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이곳에서 일하는 여성은 ‘아가씨’라는 고정된 편견이 강한 탓에 여성 스스로도 엄두를 내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었다.그러나 최근에는 그 판도가 바뀌었다. 한 두명의 여성들이 구좌로 활동하기 시작하면서 점점 인기를 얻기 시작하더니 결국 최근에는 ‘여성구좌 전성시대’를 누리고 있다. 아직 숫자면에 있어서는 남성구좌를 따라가지 못하지만 일부 여성구좌들의 파워는 상상이상이다. 이들이 올리는 매출액은 웬만한 남성구좌들의 그것을 훌쩍 뛰어 넘는다. 남성 구좌들이 주대로만 따져서 월 평균 3천~4천만원 정도의 매상을 올리고 있는 것에 비해 여성 구좌들의 매출액은 무려 7천~8천만원 선. 남성구좌들과 2배 이상의 매출 차이를 내는 기염을 토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북창동에서 여성구좌들이 이처럼 인기를 얻으며 높은 매출을 기록하고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손님을 꿰뚫는 세심함으로 승부
이들은 영업에 자신이 여성이라는 장점을 최대한 활용, 아가씨 및 손님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남성구좌들에게서는 찾아보기 힘든 ‘세심한 배려’는 여성구좌 최대의 무기. “남성구좌들이 할 수 없는 부분을 여성구좌들이 해내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일단 여성구좌들에게는 남성구좌들이 세세히 신경쓰지 못하는 부분까지 챙기는 여성 특유의 섬세함이 있다” 최근 단골 구좌를 여성으로 바꿨다는 자영업자 장모(37)씨의 말이다. 장씨에 따르면 여성 구좌들의 영업수완은 생각 이상이다. 그는 “여성구좌의 경우 손님들의 비위를 그렇게 잘 맞출 수가 없다. 입안의 혀처럼 구니 어찌 단골이 안될 수 있겠나. 아무리 골치 아프고 짜증나는 일이 있어도 그 얼굴을 보면 기분이 확 풀리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여성구좌들은 손님 비위만 잘 맞추는 것이 아니다. 그들이 아가씨들을 능수능란하게 다루는 모습을 보고 놀랐다”며 “아마도 같은 여자들이기 때문에 그날그날 아가씨들의 기분이나 컨디션까지 쉽게 파악하는 것 같더라”고 전했다.
이는 아가씨 개인에게뿐 아니라 손님들에게도 결국 이익이 된다는 것이 장씨의 말이다. 술자리의 흥을 띄우는데는 아가씨의 역량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기 마련. 아가씨들이 상태가 안좋거나 컨디션이 가라앉아 있을 경우에는 손님들의 술자리도 즐거울리 만무하다. 실제로 예전에 장씨는 술자리 분위기에 어울리지 못하는 아가씨들로 인해 술자리를 망친 적이 몇 번 있다고 말했다.그러나 여성구좌들의 경우는 이런 실패를 최대한 줄일 수 있다는 것이 장씨의 말이다. 그는 “여성구좌들은 아가씨들의 기분 상태나 컨디션까지 체크하여 최대한 잘 놀 수 있는 도우미들을 넣어준다”고 흐믓해했다.
또 술자리가 끝난 후에도 틈틈이 이어지는 구좌들의 서비스는 그야말로 감동적이었다는 것. 그에 따르면 여성구좌들은 한번 온 손님을 절대 잊어버리지 않는다. 즉 한번 모신 손님은 철저하게 자신의 단골로 만들어버리는 수완을 발휘하는 것이다. 장씨는 “현재 내 단골구좌의 경우 내가 선호하는 아가씨의 성향을 알고 나서는 지금까지 지속적인 서비스를 제공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선호할만한 아가씨가 스카웃되면 제일 먼저 연락을 하는 것은 물론, 틈틈이 ‘건강 조심하세요’, ‘사업은 잘 되세요?’ 라는 안부문자를 보내주는 등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을 써준다”며 “그들의 배려에 도저히 다른 업소를 갈 수 없다”고 귀띔했다. 회사원 박모(33)씨 역시 여성구좌를 두고 있는 케이스.
박씨는 “그녀는 내가 특별히 좋아하는 술과 안주는 물론 내가 어떤 분위기와 성격을 지닌 아가씨를 선호하는지까지 파악하고 있더라”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는 “갈때마다 아가씨 초이스를 일일이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여간 편한 게 아니다. 내 성향과 술자리 분위기를 꿰뚫고 있는 구좌가 알아서 골라주니 실랑이 할 필요도 없다”며 “무엇보다 정말 같이 놀기 싫은 스타일의 아가씨들을 만날 위험이 없다는 것도 큰 장점”이라고 전했다.손님들이 여성구좌를 찾는 이유로는 ‘여성구좌에게 가지는 일종의 묘한 감정’도 부인할 수 없다. 직장인 김모(35)씨는 “처음에는 여성구좌가 무척 낯설었다. 그러나 지금은 마치 여동생처럼 편하다”며 “기왕 가는 거 되도록이면 험한 바닥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여성구좌한테 좀 더 많이 팔아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고 털어놨다.
한 여성구좌는 “손님들중에는 일부러 매상을 올려주기 위해 찾는 경우도 흔하다”며 “남성들은 한번 ‘필’이 꽂히면 가는 업소만 계속 가게 되는 것 같다. 그 구좌가 업소를 옮길 경우, 많은 남성들은 그 구좌를 보고 업소를 옮기는 것도 그런 이유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관리자의 측면에서도 여성구좌들은 인기가 높다. 북창동 ‘ㅊ’업소의 한 관계자는 “여성구좌들의 경우 어렵게 발을 들여놓은 이상 손님이나 업소측에 신의를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경향이 강하다”며 “남성구좌들 이상으로 완벽하게 일을 해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관리하는 입장에서도 좋은 점이 많다”고 전했다.
그들만의 살아남기 전략
이처럼 세심한 배려 뒤에는 ‘이 바닥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여성구좌들의 절실한 마음과 의지력도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사실 남성들이 득실거리는 유흥업계에서 여성들이 활동하기는 여전히 열악한 점이 많다. 한 여성구좌는 “우리나라는 ‘남자들끼리’라는 묘한 정서가 형성되어 있는 것 같다. 특히 술자리에서는 그런 면이 더욱 강해진다”고 말했다. 그는 “여성 구좌가 그러한 벽을 뚫고 넘어가기 위해서는 뭔가 다른 차별화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당연히 여성구좌들은 남성구좌들에 비해 몇 배의 노력을 해야하며 그들만의 ‘살아남기’전략을 구축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여성구좌들은 역할면에서도 초창기때와는 많은 차이를 나타낸다는 것이 업소 관계자들의 말이다.
즉 초기에 여성구좌들은 남자손님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허수아비’ 역할에 지나지 않았다. 즉, 눈요기로 얼굴이나 몸매가 예쁜 아가씨를 구좌로 올려 일종의 홍보효과를 노리기 위한 측면이 강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단순히 손님을 끌기 위한 역할에 머물지 않고 업소의 매출과 관리를 동시에 책임지는 ‘간부’로서 일종의 ‘직업’ 측면에서 이 분야에 뛰어드는 여성들이 많아졌다.북창동의 한 여성구좌는 “솔직히 일은 생각보다 거칠고 힘들다. 그러나 열심히 하면 사람을 다루는 요령도 쌓이고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곳이 이 세계”라며 “남들의 편견 때문에 일을 그만두고 싶지는 않다. 앞으로 더욱 열심히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여성구좌들의 상종가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사회 각 분야에서 금녀의 지역이 무너지고 있듯이 ‘밤의 세계’에서도 예외는 아닌 듯하다.
# 북창동 여성구좌 중 매출 1위 ‘방실이’ 인터뷰
“5천명 고객들, 이젠 친오빠같아요”
현재 북창동에 있는 여성구좌들 중에서 가장 ‘잘나가는’ 이는 일명 ‘방실이’다. ‘추카추카’에서 일하는 그녀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 실제 만나본 그녀는 이름 그대로 약간은 ‘포근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 서글서글한 눈매와 시원한 웃음이 매력적인 그녀는 뭇 남성들에게 영락없이 ‘여동생’ 처럼 느껴지기에 안성맞춤이다. 올해 30살인 그녀는 20대 초반에 잠깐 ‘선수생활’을 하다가 곧바로 구좌로 전환, 현재까지 일을 해오고 있다. 대학에 진학했지만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중간에 포기해야 했던 아픈 사연도 가지고 있다. 그녀는 현재 방실이닷컴(www.bangsile.com)을 통해 인터넷으로도 손님들과도 활발한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다.
-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죽도록 열심히 일해보자’는 생각에서였다. 또 원래 사람을 좋아하는 성격이라 나와 잘 맞았다.
- 여성이라는 점 때문에 힘든 점은. ▲ 영업상무가 아니라 ‘아가씨’취급을 받는 경우다. ‘가슴 한번 보여주면 애들 초이스 해줄게’, ‘끝나고 만날까’라는 손님들도 있다. 지금이야 웃으며 농담으로 넘기지만 처음에는 마음이 상해 많이 울었다. 여성이기 때문에 힘든 점도 많았지만 도움이 되는 측면도 많았다고 생각한다.
- 현재 매출은.▲ 남성구좌들이 3천~4천 정도인데 나는 그 두배 정도다. 주대 이외의 테이블 비용 등을 모두 합치면 한 달에 1억이 훨씬 넘는다. 그러나 홍보비 등 나가는 것이 만만치 않아 순이익은 그리 많지 않다.
- 비결은 뭔가.▲ 특별한 비법은 없다. 나는 사람이 좋아서 구좌일을 택했다. 내가 조금 손해를 봐도 철저히 신용을 지키고 신뢰를 주려고 노력한다. 사람이 마음과 마음이 통하면 안되는 게 뭐가 있겠나. 변함없이 나를 아끼고 사랑해주시는 고객들에게 감사드릴 뿐이다.
- 현재 관리하고 있는 손님들은. ▲ 현재 PDA에 저장되어 있는 고객 수는 약 5천명 정도. 정기적으로 문자를 보내는 고객들이다. 다들 좋은 분들이라 이젠 친 오빠같다. 이따금 좋은 말씀들을 문자로 보내주시기도 하신다. 내가 챙겨드려야 하는데 도리어 보살핌을 받고 있는 셈이다.
구성모 프리랜서(pandora21.com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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