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폭 싸움에 새우등 터진다”
“조폭 싸움에 새우등 터진다”
  • 이수향 
  • 입력 2005-10-24 09:00
  • 승인 2005.10.24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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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대의 젊은층들이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찾곤하는 나이트클럽. 화려한 사이키 조명과 귀가 터질 듯 터져나오는 최근 유행 음악, 마음에 드는 이성과의 즉석만남으로 젊은층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나이트클럽도 이제는 ‘목숨 걸고’ 가야 하는 시대가 온 듯하다. 최근 영화에서나 봄직한 난투극이 도심 한복판에 있는 나이트클럽에서 버젓이 일어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난투극이 일반 손님들간의 시비로 일어나는 단순한 싸움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클럽의 영업 이권을 둘러싸고 업소 안팎에서는 긴장이 감도는 가운데, 계획하에 조직폭력배들을 대거 동원해 영업을 방해하는 사례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웨이터 생활 10년에 이런 경우는 처음 봤습니다.” 웨이터 박모씨는 아직도 그날의 충격이 가시지 않은 모습이었다. 유흥업소의 성격상 평소 크고 작은 싸움이 일어나는 것을 수없이 목격했지만 이날의 경우는 그간의 사건들과는 차원이 달랐다는 것이다.

“아비규환”

지난 15일 경기도 고양시 화정동의 M나이트클럽에서는 마치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장면이 ‘실제상황’으로 발생했다. 마침 토요일이었던터라 나이트클럽은 주말을 맞아 클럽을 찾은 사람들로 초저녁부터 초만원을 이루고 있었다. 특히 새로 오픈한지 이틀밖에 되지 않아 업소는 최신 고급시설로 꾸며져 있었고, 며칠 전부터 추진한 클럽 홍보로 인해 사람들은 더욱 붐볐다. 그러나 밤 11시반경.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는 듯하더니 한바탕 난동이 일어났다. 손님으로 온 정모(26)씨 등 5명이 소동을 벌이기 시작한 것이다. 갑작스런 일에 놀란 종업원들이 급히 사태를 수습하려 했지만 상황은 갈수록 심각해졌다. 정씨 등은 탁자와 테이블 등 클럽 내 기물을 파손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난동을 말리는 종업원들을 마구잡이로 폭행하기 시작했다.

당시 클럽내에는 어림잡아 2백여명의 손님들이 있었지만 이들은 손님의 안전따위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들은 무차별적으로 각목을 휘두르고 기물을 파손했다. 여기저기서 테이블이 뒤집히고 깨진 술병들이 마구 굴러다녔다. 정씨 일행의 행패는 손님들에게까지 이어졌다. 그들은 손님들이 춤추고 있는 무대쪽으로 양주병 등을 마구 집어던졌다. 손님들이 다칠 수 있는 위험천만한 상황이었다. 흥겨운 분위기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 사람들은 ‘때아닌 날벼락’을 맞은 격이었다. 순식간에 클럽이 아수라장이 된 것은 당연지사. 곳곳에서는 놀란 손님들의 비명소리가 터져나왔다. 처음에는 불이 난 것으로 생각했다가 이내 상황의 심각성을 파악한 손님들은 제각기 대피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룸에 있던 손님들은 영문을 모르고 있다가 늦게 자리를 피하고… 부킹갔다 돌아온 여자 손님들은 무섭다고 울고불고…화장실로 숨고… 비명소리에… 아비규환이 따로 없었죠”라는 것이 박씨의 증언이다.갑작스레 아수라장이 된 나이트클럽측은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대기시켜놓은 9명의 장정들을 급히 불러모았다. 이 클럽은 개업일 전후에 있을 불미스러운 사태에 대비해 업소에서 불과 50여m 떨어진 모텔에 지방에서 불러들인 ‘동생’들을 대기시켜놓은 상태였던 것. 이들이 현장에 긴급 투입되자 사태는 더욱 커졌다. 일종의 패싸움이 벌어진 것이다. 새로 오픈한지 이틀밖에 안된 업소 내부는 온통 성한 곳이 없었다. “이런 경우는 처음입니다. 저희들도 놀랐는데 손님들은 정말 충격이 컸겠죠. 눈앞에서 덩치가 산만한 장정들 스무명이 쇠파이프를 들고 미친듯이 날뛰는데…. 소파와 카펫은 피투성이가 됐고…”라는 웨이터 박씨의 말은 그날의 상황이 얼마나 심각했는지를 짐작케 한다.

경찰의 어처구니없는 대응

“쇠파이프 들고 싸우는 거 태어나서 처음 봤어요. 막 피가 터지고… 엄청 살벌했죠. 무슨 영화 찍는 것도 아니고… 도심 한복판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다는 게 말이 됩니까?”이날 현장에 있었다는 손님 김모씨는 특히 경찰의 늦장대응에 대해 불만을 쏟아냈다. “손님들이 빗발치듯 신고를 했어요. 그런데 ‘알았다’고 하고 그냥 끊더라는 겁니다” 경찰이 현장에 나타난 시간은 신고한지 약 30여분이 지나서였다는 것. 상황이 심각하다는 신고를 수없이 했음에도 30분이나 지나서 왔다는 것은 ‘몸사리기’정도로 밖에 볼 수 없다는 것이 김씨의 말이다.

김씨는 “신고를 했는데 하도 안오니까 경찰도 조폭끼리의 싸움을 겁내는거냐며 손님들의 불만이 대단했어요. 조폭이 연루된 싸움에는 담배를 3개피 핀 후 출동한다는 말이 사실인가봅니다”라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기가 막힌 건 출동한 경찰이 고작 6명이었다는 거죠. 애초에 ‘문신있는 아저씨’들이라고 강조를 했어요. 스무명 이상 집단 패싸움이 붙었다고 말했는데도 6명이 온다는 게 말이 됩니까?” 경찰이 도착했을 때는 이미 30분이상 난동이 진행된 상황이었으며, 6명이라는 인원으로 스무명이 넘는 장정들을 제압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경찰이 출동했음에도 20분 이상이 지나서야 상황이 진압됐다는 것.

조사결과 이 사건은 업소의 이권을 둘러싼 조직폭력배들이 미리 짜고 저지른 범행인 것으로 드러났다. 정씨 등은 이날의 난동을 인정하면서도 타업소에서 고용된 조폭임은 부인하고 있는 상태다. 그러나 “이제는 재수없으면 나이트클럽에서 놀다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김씨의 말은 이날 손님들이 받았을 충격과 공포를 생생히 말해주고 있다.

# 조폭 개입 유혈사태 빈번
“무법천지가 따로없다”

나이트클럽에서 조폭이 개입된 싸움은 이 사건이 발생하기 불과 며칠 전에도 발생했다. 지난 10일 새벽 1시경 인천 연수구의 J나이트클럽 앞에서는 조직폭력배 ‘꼴망파’와 웨이터들 약 30명간에 집단 패싸움이 일어났다. 주민들에 따르면 이들은 보기만해도 섬뜩한 각목 및 쇠파이프, 야구방망이 등을 마구 휘두르며 30여분동안 길 한복판에서 싸움을 벌였다는 것. 결국 이날 사건은 웨이터 등 15명이 중경상을 입고 인근 병원 응급실로 실려가는 대형사건으로 번졌다. 조사결과 싸움은 여종업원의 서비스 문제로 시비가 붙은 것이 발단이 됐다. 그러나 이유야 어찌 됐건 주민들은 도심 한복판에서 이런 ‘유혈사태’가 발생한다는 자체가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야밤에 마치 영화에서나 봐왔던 살벌한 현장을 숨죽여 지켜봐야 했던 주민들은 경찰이 출동, 가까스로 사태가 진압될때까지 공포에 떨어야 했다.

이수향  thelotu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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