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을 수사한 검찰 관계자들은 어머니 김모씨의 인면수심(人面獸心)의 행동에 혀를 내두르고 있다. 사건은 7년 전인 199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A(18)양은 다섯 살 때 부모의 급작스러운 이혼으로 외할머니에게 맡겨져 살게 된다. A양이 외할머니 품에서 살아 온지 어언 7년. 언제부턴가 엄마보다 할머니의 손길에 더 익숙해질 즈음, 어머니 김모(45)씨는 재혼을 하게 된다. 당시 초등학교 5학년이었던 A양은 어머니의 재혼으로 인해 드디어 할머니의 품을 떠나 ‘정상적인’ 가정에서 살게 되는 듯했다. 평소 아버지, 어머니와 함께 사는 것을 소원하던 A양에게는 더없이 설레는 일이었을 터. 비록 양아버지였지만 새로운 가정에 대한 A양의 기대는 유독 남달랐다.
‘딸’이 아니라 ‘돈줄’?
그러나 이것이 불행의 시작이었다. 어머니 김씨가 새로 꾸린 가정은 시작부터 순탄치 못했다. 특히 재혼한 남편과의 사이에서 아이들이 줄줄이 태어나자 가장 먼저 경제적인 어려움이 들이닥쳤다. 그다지 넉넉지 않은 살림에 어린 아이들까지 양육하자니 등골이 휠 지경이었다. 하루하루 쪼들리는 생활을 견디다 못한 김씨는 결국 해서는 안 될 ‘위험한’ 생각을 하게 된다. 전 남편과의 사이에서 얻은 A양을 이용하기로 한 것이었다. 아직 앳된 티를 벗지 못한 초등학생 딸을 유흥업소에 넘기는 것이 마음에 걸렸지만 이미 돈에 눈이 멀어버린 김씨에게 ‘천륜’이나 ‘모정’ 따위는 사라진지 오래였다.
결국 김씨는 A양을 춘천의 한 유흥주점에 강제로 취직시켰다. 고작 선불금 450만원에 친딸을 팔아넘긴 것이다. 그러나 김씨의 ‘만행’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김씨는 A양이 ‘2차 영업’으로 벌어들인 돈을 고스란히 받아쓰는 것도 모자라 수입이 적다는 이유로 수시로 업소를 옮기게 했다. 업소를 옮길 때마다 받게 되는 선불금을 노린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A양의 생활은 엉망진창이 되어갔다. 아무것도 모르는 12살의 A양은 그 나이 또래의 여자 아이들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에서 ‘돈버는 기계’이자 ‘성노리개’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러나 돈에 눈이 먼 김씨의 욕심은 끝이 없었다. 김씨는 지난해 4월에는 자신이 운영하는 경기도 여주의 다방에서 ‘티켓영업’을 강요해 시간당 2만원씩 챙기는 파렴치한 행각을 저지르기도 했다. 무분별한 성매매로 인해 A양이 임신을 하자 김씨는 중절수술을 시키면서까지 성매매를 강요했다. 어린 딸이 받았을 수모와 공포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김씨에게 A양은 ‘딸’이 아닌 ‘돈줄’에 불과했다.이렇게 김씨가 자기 딸을 이용해 챙긴 돈은 무려 5,500여 만원. 결코 적은 액수는 아니지만 딸의 인생을 망치면서 벌어들인 돈치고는 너무도 초라한 액수가 아닐 수 없다.
“엄마를 처벌해주세요”
현재 A양은 여성단체에서 운영하고 있는 보호시설에서 보호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검찰 관계자는 A양의 구체적인 신상 및 상태에 대해서는 극도로 말을 아꼈다. 하지만 성인도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스러운 상황을 7년간이나 겪어야 했을 A양의 고통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심신(心身)이 만신창이가 되었음은 당연지사.그렇다면 현재 A양의 상태는 어떨까. 그다지 양호하진 않다는 게 관계자들의 말이다.
“어린 나이에 학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던 A양은 또래에 비해 높은 어휘력을 보이면서도 전체적으로 낮은 지적 능력을 나타내고 있다”며 “장기간 접대부 생활과 낙태경험, 알코올 의존 등으로 심각한 정신·육체적 피해를 입어 과거를 극복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는 재판부의 말은 A양이 받았을 충격과 공포를 미루어 짐작케 한다. 실제로 A양이 보호시설에서 작성한 진술서에는 그가 그간 입었던 심적 고통이 잘 드러나 있다.
“엄마로 인해 너무나 많은 걸 잃었다. 초등교육도 못 받고 친구도 없고… 마음의 상처만 입었다. 나는 더럽혀진 몸이다. 엄마의 그늘에서 벗어나 알게 된 것은 엄마가 한 일이 사람으로서는 도저히 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검찰에 따르면 A양은 친모인 김씨가 처벌되기를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양이 자신의 어머니인 김씨에게 느끼는 원망과 분노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들 사이에 모녀간의 정은 조금도 남아있지 않았다. 꿈 많은 여고생이 되어 있어야 할 A양이 친모로 인해 겪은 정신적 충격과 고통은 그 무엇으로도 보상받을 길이 없게 됐다.
# “물질만능주의 앞에 천륜도 버려”
무너지는 ‘천륜’(天倫)
상식으로는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패륜 범죄가 꼬리를 물고 일어나고 있다. 지난 8월, 수억원의 보험금을 노린 가장이 독극물을 먹여 처자식 4명을 살해하는 사건이 있었다. 2001년 3월에는 미성년자인 외사촌의 딸과 그의 친구를 좋은 곳에 취업시켜주겠다고 꾀어 유흥업소에 팔아넘긴 ‘파렴치한’ 여성도 있었다. 그 당시 받은 돈은 선불금 1,500만원. 2000년 5월에는 친딸을 사창가에 팔아넘긴 아버지가 구속됐다. 사기혐의로 경찰의 수배를 받고 있는 상태여서 합의금 500만원을 마련하기 위해서였다.부모들의 인면수심 행태는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성매매 특별법 이후 단속을 강화하고 있음에도 불구, 자녀들을 ‘사랑’의 대상이 아니라 ‘돈벌이’ 수단으로 삼는 일이 눈에 띄게 늘고 있는 실정이다.
정은혜 kkeunnae@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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