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고깃덩어리 취급? ‘토막살인 범죄 점입가경’
사람을 고깃덩어리 취급? ‘토막살인 범죄 점입가경’
  • 이수향 
  • 입력 2005-10-31 09:00
  • 승인 2005.10.31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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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막살인’. 말만 들어도 몸서리가 쳐질만큼 끔찍한 범죄임이 틀림없다. 21명을 살해한 혐의로 2004년 7월 18일 경찰에 체포된 유영철이 세상을 경악케 한 것은 단지 정부수립이후 나타난 최대의 연쇄살인범이라는 이유때문만은 아니었다. 더 큰 이유는 그 범행수법의 잔혹함 때문이었다. 경찰조사결과 유영철은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사체에 불을 지르거나 잘게 토막내는가 하면, 피해자의 신원을 은폐시키기 위해 지문을 흉기로 도려내기도 하는 등 극도의 잔혹한 범행을 단행했다. 차마 사람이 맨정신으로 했다고는 보기 어려울 정도로 치밀하고 끔찍했던 그의 범행수법은 온 국민을 공포와 충격의 도가니로 몰아넣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한동안 잠잠한 듯했던 잔혹범죄가 또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가방안에 다리없는 사체가…

지난 26일 오전 11시 40분경. 대구시 달성군 다사읍 세천교 옆 배수로에서는 주인을 알 수 없는 커다란 검정색 여행가방 하나가 발견되었다. 당시 자전거를 타고 운동을 하러나온 김모(58)씨는 거의 매일 다니던 산책길에 평소 못 보던 가방이 놓여있자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가로 60㎝, 세로 1m, 두께 40㎝의 크기에 바퀴까지 달린 여행용 가방을 이런 곳에서 누군가 잃어버렸을리는 만무했다. 일부러 배수로까지 가지고 온 후에 아무도 없는 사이 몰래 버리고 간 것이 분명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가방을 열어본 김씨의 눈에 들어온 것은 검정색 비닐봉지. 무언가 제법 부피가 큰 물건이 비닐 봉지로 둘둘 말려 있었다. 무심코 비닐봉지를 열어본 김씨는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비닐봉지에 담겨있는 것은 다름아닌 중년 남성의 사체였던 것.김씨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사체를 확인하고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사체의 두 다리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남자의 다리는 예리하고 날카로운 흉기로 절단된 상태였다. 또 잘라진 다리의 일부분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었다. 더구나 피해자의 얼굴과 머리부분에서는 무려 49회 가량이나 둔기로 폭행당한 상처가 발견되었다.경찰의 지문감식 결과 이 사체는 택시운전사 김모(58)씨로 밝혀졌는데, 경찰은 사체의 부패 정도로 짐작컨대 피해자가 살해된 시간이 26일 자정에서 오전 2시 사이일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범인이 피해자의 얼굴부위를 50여 차례나 둔기로 내리친 점과 사체를 토막내는 잔인한 수법을 사용한 점에 착안, 원한 관계에 의한 보복 살인일 가능성에도 상당한 무게를 두고 수사중이다.

갈수록 잔혹해지는 살인수법

“사람을 죽인 것으로도 모자라 사체를 토막낸다는 게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 제 정신인 사람이 할 수 있겠나? 사람이 무슨 고깃덩어리도 아니고…” 경찰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는 연간 900~1,000건, 서울에서는 2.4일에 1건의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사람의 신체를 절단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뿐더러, 아무나 할 수 있는 일도 아니라는 것이 경찰 관계자의 말이다. 어떤 원한이나 채무관계로 인해 극한의 증오심과 분노심을 갖고 있지 않는 한, 굳이 사체를 토막낼 필요가 있겠느냐는 것이다.전문가들은 살인 사건이 사회상을 반영하는 동시에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잔혹하고 엽기적으로 진화(?)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한다. 표창원 경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그의 저서 ‘한국의 연쇄살인’에서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발생한 주요 연쇄살인 사건을 분석, 살인수법이 변화하는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1929년 국내 최초의 연쇄살인범 이관규는 어린이를 성폭행한 후 살해했다. 이때까지만해도 살인수법은 단순 강간살인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70년대 17명을 살해한 김대두를 시작으로 청산가리 살인마 김선자, 거리의 도살자 심영구, 변태성욕과 잔혹함으로 뒤엉킨 화성연쇄살인사건, 냉혈인간 지춘길, 강간 살인마 황영동, 시체 소각장까지 차려놓고 살인을 저지른 지존파, 온보현, 가장 최근의 유영철에 이르기까지 범행수법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대범하고 잔인해지는 양상을 띠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표 교수는 “우리나라에서의 살인은 사회적인 불만 등을 포함한 경우가 많았는데 최근에는 개인적 성향을 지닌 살인이 늘어나면서 살해수법도 광폭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 토막살인이 무슨 유행?
“사람을 고기썰 듯”

‘텍사스전기톱연쇄살인사건’이라는 영화가 몇 번씩이나 리메이크되면서 공포물의 고전으로 자리잡은 이유는 무시무시한 굉음을 내는 전기톱으로 사람의 시신을 종이조각 베어내듯 ‘썰어버리는’ 잔인함의 극치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토막살인은 미치광이 살인마가 나오는 영화속에서나 접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나라에서 토막살인은 마치 유행처럼 자리잡았다. 한적한 배수로나 야산에서 토막살인 피해자의 신체 일부가 수시로 발견되는 것은 더 이상 놀랄만한 축에도 끼이지 못하는 현실이 되어 버린 것이다. 작년 11월에는 여학생을 살해한 뒤 토막내 불태운 혐의로, 사건발생 10년만에 22살 원모씨 등 7명에게 중형이 선고되기도 했다.

지난 3월 30일 천안시 안서동 천호저수지에서 토막 변사체가 발견된데 이어 4월 21일 울산 남구 문수축구장 인근 야산에서는 양 손목이 잘린 30대 여성의 사체가 발견되었다. 한편, 남편이나 내연남 등 가까운 인물에 의한 토막살인도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 지난 해 7월에는 술에 취해 행패를 부리는 가장을 살해한 뒤 토막 내 야산에 버린 모녀가 구속되는가 하면, 6월 17일에는 아내를 살해하고 시신을 토막 낸 뒤 안방바닥을 파고 3년간이나 묻어 은폐한 60대 남성이 붙잡혔다. 또 8월 1일에는 서울 마천동의 가정집에서 50대 여성의 다리가 토막난 채 발견됐는데, 이는 피해자와 10년간 사귀어온 남성이 돈을 가로채기 위해 저지른 범행으로 드러나 적잖은 충격을 주었다.

이수향  thelotu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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