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8일부터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에서 첫 선을 보인 ‘바티칸 박물관전’은 이탈리아 르네상스 초기부터 전성기(14~16세기)에 이르는 예술품 73점이 공개된 자리다.
이번 전시는 총 8개의 전시관으로 구성됐다. 각각의 전시관마다 테마가 있는 구성으로 짜임새 있게 마련된 덕에 예술 작품에 문외한 일반인들도 작품을 쉽게 이해하고 교감할 수 있다.
‘바티칸 박물관전’은 르네상스 시대를 초기와 중기, 후기로 분류해 시대별로 작품을 전시했으며 회화 외에도 바티칸 궁 조각 공원이라는 테마 아래 조각상 여러 점을 관객들과 자리할 수 있게 배치했다.
또 당시에는 크게 인정받지 못했지만 현대에 와서 그 진가가 발휘되고 있는 장식 미술품도 별도의 전시관을 구성해 관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특히 이번 전시는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미켈란젤로, 라파엘로 산치오 등 르네상스 거장의 작품이 다수 포함돼 있어 더욱 눈길을 끈다. ‘르네상스의 천재 화가들’ 이라는 부제에 걸맞게 이들의 작품만을 한데 모아 전시해놓은 덕분에 대표 예술가의 작품을 비교 분석해 보는 재미도 찾을 수 있다.
르네상스 작품의 본고지인 ‘바티칸 박물관’은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과 영국의 ‘대영 박물관’과 더불어 세계 3대 박물관으로 손꼽히며 최고의 가치를 지닌다. 0.44㎢의 면적을 지녀 지리적으로 세계에서 가장 작은 국가로 분류되지만 이 작은 나라 안에 이탈리아인들이 ‘문화 환경 유산’이라고 부르는 유물들로 온통 뒤덮여 있기 때문.
이 같은 문화적 특징 덕에 ‘바티칸 박물관’은 단일 박물관과는 비교 불가능한 문화·예술 가치를 지녔다. 다양한 형태의 예술과 인류 문명의 산물이 24개의 미술관과 시스티나 경당에 전시돼 있기에 단수형태의 박물관(Museum)이 아닌 복수형(Musei)으로 일컬어지기도 한다.
이처럼 세계에서 가장 큰 박물관으로 통용되는 등 상상 이상의 가치를 지닌 덕분일까. 바티칸 박물관에서 대여형식으로 한국에 들여온 73점의 작품은 보험 가입액만 하더라도 총 1억2000만 유로, 한화 약 1800억 원에 이른다.
특히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광야의 성 히에로니무스’와 라파엘로 산치오의 ‘사랑’은 각각의 보험 가입액이 490억 원과 560억 원 가량에 달하는 거작으로 알려져 관람객들의 눈길을 한번 더 사로잡았다는 후문이다.

이번 전시의 대표작 멜로초 다 포를리의 ‘비올라를 연주하는 천사’는 ‘천지창조’, ‘최후의 심판’과 함께 바티칸전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어깨를 나란히 하는 프레스코화다. 이는 로마의 고대 그리스도교와 비잔틴 앱스 양식을 전형적으로 해석해 멜로초의 예술에서 가장 혁명적인 걸작으로 손꼽히기도 한다.
관객들은 이와 함께 미켈란젤로의 ‘피에타’와 ‘벨베데레 토르소’, ‘라오콘 군상’ 등 다양한 조각 작품과 실로 제작한 태피스트리 작품 ‘동정 마리아에게 관을 씌움’, 종교적 메시지를 전하는 ‘성탄’ 등 다양한 작품을 마주할 수 있다.
또 지롤라모 무치아노의의 ‘성 히에로니무스’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광야의 성 히에로니무스’를 비교하는 재미도 관람 포인트다.
이밖에도 배우 손현주가 목소리 재능기부를 통해 오디오 가이드의 녹음을 담당해 관람객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오디오 가이드란 전시회장에서 작품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보다 알기 쉽게 작가와 시대적 배경 등에 대해 설명해주는 안내 서비스를 의미한다. 그는 특유의 진중한 목소리로 작품을 설명해 웅장한 기운이 감도는 전시관과 잘 어울렸다는 평을 이끌어냈다.
이에 손현주는 “한국 최초로 열린 바티칸 박물관전에서 목소리를 통해 관객과 만날 수 있어 영광”이라면서 “유명한 르네상스 거장들의 작품을 포함해 73점의 작품 하나하나마다 그 작품만의 이야기가 있기에 이 작품들의 감동을 보다 많은 분들과 느끼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바티칸 박물관이 73점이나 되는 미술작품의 해외 반출을 허가한 사례는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다. 이처럼 이번 전시는 대한민국 국민에게 쉽지 않은 기회인 셈. 예술의전당과 KBS, 바티칸 박물관이 공동 주최하는 ‘바티칸 박물관전-르네상스의 천재화가’는 2013년 3월 31일까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관람 가능하다.
유수정 기자 crystal07@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