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승리” 박근혜-문재인 대선 당일 분위기 밀착취재
“박근혜 승리” 박근혜-문재인 대선 당일 분위기 밀착취재
  • 박형남 기자
  • 입력 2012-12-26 08:44
  • 승인 2012.12.26 08:44
  • 호수 973
  • 1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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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구조사 발표 10분 전, 분위기 역전됐다”

▲ 출구조사에서 박근혜 후보가 앞서자 환호하는 캠프 관계자들./<사진공동취재단>
오전·오후 당선 승리 확신한 文
출구조사 발표 10분 전 웃은 朴

박근혜 후보가 18대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됐다. 높은 투표율로 박 당선인이 패배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지만 모두의 예상을 깬 결과물이 나왔다. 이에 75.8%이라는 높은 투표율 속에서 박 후보가 당선된 이유에 대한 분석이 쏟아졌다. 처음으로 50대 이상 유권자 수가 2030 유권자 수를 앞질렀고, 2030 유권자도 박 후보를 찍었다. 높은 투표율에도 불구하고 박 후보가 당선된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대선 투표날인 지난 19일, 출구조사 발표 전까지 박근혜-문재인 캠프의 분위기는 상반됐다. 높은 투표율 때문에 박 캠프에선 “패배했다”, 문 캠프에선 “이겼다”는 얘기가 끊이지 않았던 것. 대선 투표 당일, 천당과 지옥을 오간 박근혜-문재인 캠프의 분위기를 재구성해봤다.  

“문재인 캠프에서 불법 선거운동이 이뤄지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현장 나가는 길입니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네요” 대선 투표 당일, 박근혜 캠프 관계자는 기자와 짧은 몇 마디를 나눈 뒤 급하게 투표소 현장으로 달려갔다.

한때 朴 측근그룹 등 비토

기자가 만난 박 캠프 관계자들은 높은 투표율 때문에 패색이 짙었다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반대로 문재인 캠프 관계자들은 ‘이겼다’라는 반응을 내놨다. 일부 문 캠프 핵심관계자들은 박 캠프 분위기를 살피기 위해 기자에게 전화를 걸기도 했다.

기자에게 전화를 건 문 캠프 핵심관계자는 박 캠프 상황을 물은 뒤 “여기는(문 캠프) 분위기 좋다. 투표율이 높게 나와 문 후보가 치고 올라가고 있다. 승리했다고 봐도 무방하다”며 캠프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 오후 12시부터 오후 5시까지 기자들 사이에서 비공개 여론조사 결과가 나돌았다. 이 여론조사에서는 문 후보가 2% 차이로 앞서고 있다는 것. 게다가 역대 선거 예측조사와 비교 시 오전 상황에서 오차범위 밖으로 벌어질 시 역전 가능성이 30% 이하라는 분석의 내용도 함께 포함돼 나돌았다.

상황이 이런 가운데 방송3사 출구조사에서 문 후보가 1% 앞서는 등 확인되지 않은 여론조사 결과가 속속 들어왔다. 특히 미 대사관 주재 CIA가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문 후보 당선으로 보고 했다는 문자까지 나돌면서 문 캠프는 축배를 들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에 반해 박 캠프는 여론조사 결과에 대한 사실여부를 파악하기에 바빴다. 해당 기관에 직접 전화를 걸어 사실 여부를 파악하는데 급급한 모습이었다.

또 높은 투표율 때문에 박 캠프에서는 투표 시간이 끝나갈 무렵인 오후 4시, ‘투표 독려’ 메시지를 당원들에게 보내기도 했다. 이 문자 메시지를 받은 일부 박 캠프 외곽조직에서는 자신들의 조직을 최대한 돌려 단체 문자를 발송하는 등 신속하게 움직였다. “선거법에 걸리지 않게, 지금 빨리 투표 독려 단체 문자 발생해주세요!”, “A씨가 자신이 보유하고 조직에 대량의 문자 메시지를 보낼 테니, 문자 내용을 적어 달라”, “투표독려만 할 수 있지 현 상황에서 그런 문자는 선거법 위반이다”이라는 말들이 캠프 내에서 끊이지 않게 들렸다.  

특히 캠프 관계자들은 기자실을 방문해, 분위기를 살피기도 했다. 기자실을 방문하고 돌아온 박 캠프 한 관계자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분위기가 너무 좋지 않다. 일부 언론에서는 국장이 ‘박근혜 패배’에 맞춰 쓰라는 오더까지 떨어진 것을 확인하고 왔다”며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박 캠프 관계자들은 패배요인에 대해 이런 저런 말들을 하기 시작했다. 박 캠프 한 관계자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TV토론을 보는 과정에서 보수층 인사들이 대거 박 후보를 외면했다”며 “유승민 의원이 2007년 TV토론을 준비했을 때는 ‘잘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안종범 의원 등이 총괄을 하면서 TV토론 과정에서 이런 저런 문제가 발생했다”고 성토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최경환-정윤회도 ‘인혁당 사과 발언’과 관련해 깊숙이 개입했는데 이들도 ‘책임론’에 무사하지 못할 것”이라며 “박 후보도 TV토론에 과정에서 보여준 ‘어수룩함’을 이해할 수 없다”고 비토했다.

오후 5시30분, 방송으로 각 캠프 사무실을 지켜본 캠프 관계자들도 “문 캠프에선 정세균 상임고문, 박지원 원내대표, 추미애 의원 등이 웃음꽃을 핀 반면, 박 캠프에서는 서병수 사무총장, 한광옥 국민대통합위 수석부위원장만 나와 있을 뿐 아무도 없는 것을 봤을 땐 분명히 졌다. 표정에서도 다르지 않느냐”고 기자에게 반문하기도 했다. 일부 관계자들은 “패배했다”며 당사 밖을 나가기도 했다. 

천당 지옥 오간
박·문 캠프

하지만 출구조사 20분 전 상황은 정반대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기자들 중심으로 방송3사 출구조사 결과가 엠바고 형식으로 급속도록 전파됐다. 이 소식은 서 사무총장, 박 원내대표가 접하면서 두 사람의 얼굴 표정도 급속히 뒤바뀌었다. 서 사무총장은 얼굴에 미소를 살며시 감추려 했고, 박 원내대표는 환하게 웃던 얼굴이 금세 경색됐다.

또 방송3사 출구조사가 방송을 통해 발표되면서 각 캠프는 출구조사 발표 이후 뒤바뀌었다. 박 캠프는 환호성과 함께 ‘박근혜 대통령’이라고 외쳤고, 문 캠프는 긴 침묵만이 흘렀다. 긴박하게 흘렀던 지난 19일, 박·문 캠프는 천당과 지옥을 오간 셈이다. 
<박형남 기자> 7122love@ilyoseoul.co.kr

박형남 기자 7122love@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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