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특집1] 공약으로 본 박 당선자와 재계의 향방
[대선특집1] 공약으로 본 박 당선자와 재계의 향방
  • 이범희 기자
  • 입력 2012-12-24 11:03
  • 승인 2012.12.24 11:03
  • 호수 973
  • 2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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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혜노믹스’ 재계를 휘어잡을까

박 당선자의 온건한 경제정책에 안도의 한숨 내쉬는 재계…그래도 조심
총수일가의 불법·사익편취행위 근절 등 만만치 않은 규제도 포함돼 있어

▲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에서 열린 중앙선대위 해단식에서 박근혜 당선인과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이 악수를 나누고 있다. 김 위원장은 박 당선인 경제민주화 정책의 핵심 인물이다.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일요서울ㅣ이범희 기자] 5년간 한국을 이끌어갈 대통령으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결정됨에 따라 박 당
선인의 경제구상과 청사진인 ‘근혜노믹스’가 어떠한 내용과 형태로 구체화될지에 관심이 모인다. 발표된 공약들은 인수위를 통해 좀 더 구체화 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혹시 모를 역풍에 대비하기 위한 재계의 움직임은 분주하다. 특히 대선기간 핵심 이슈가 되었던 경제민주화와 관련해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불균형 해소, 재벌의 불법행위에 대한 규제 등의 정책을 파악하기 위한 각 기업 정보담당자들의 발길이 분주하다. 뚜렷한 정책행보는 박 당선인이 국정운영을 시작하는 2013년 2월 이후가 되겠지만 이에 앞서 대비를 갖추는 기업들의 노력이 한창이다.

“박근혜 당선인의 경제자문역할을 할 인물과 그 조직의 성향을 파악하라”, “그동안 박 당선인의 경제정책과 발언들을 정리해 보고하라” 등 기업 정보담당자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누구도 전면에 나서서 이를 파악하고 있진 않지만 음으로 양으로 여의도와 증권가 일대를 돌아다니며 분주히 정보를 캐고 있다는 소문이 심심치 않게 들린다. 대선기간 경제민주화가 가장 큰 이슈로 떠올랐고 재벌기업들에 대한 정책비판이 심했기 때문에 인수위가 구성 되기 전 이에 대비하려는 움직임이다.
그래도 박 당선인이 경쟁했던 다른 후보와는 달리 경제민주화에 대해 가장 온건한 입장을 보여 재계는 한숨을 돌리는 모양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담당자는 “대통령 후보들의 경제민주화 비판이 심해 자칫 경영에 차질을 빚을까 걱정했는데, 경제민주화에 다소 온화한 박 후보가 당선돼 안도하고 있다. 그렇다고 고삐를 늦출 순 없어 동향파악에 분주하다”라고 전했다.

이는 18대 대선을 앞두고 열린 TV토론회에서 다른 후보들이 “재벌을 뜯어 고치겠다”, “재벌을 해체하겠다”는 강경입장을 밝힌 것과 달리 박 당선인은 “재벌의 잘못을 막겠다”고만 했다.
또한 대기업 지배구조와 관련해서는 기존 순환출자는 인정하고 신규 순환출자만 금지한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경제민주화 관련 공약 중 다른 후부들과 가장 크게 차별화 되는 공약이여서 재계도 놀랐다.

경제민주화-재벌정책, 공정거래 질서
재계 한 관계자는 “기존 순환출자구조를 해소하도록 강요받을 경우 대기업들은 순환출자고리를 끊는 데 모든 자금을 동원하느라 투자를 동결할 수밖에 없고, 의결권 제한 등으로 외국 기업의 적대적 인수합병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며 “당장 이같은 리스크를 벗어난 것만으로도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박 당선인은 출자총액제한제 부활에도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온 만큼 출자총액제한기준에 속하는 삼성·현대차·SK 등 상위 재벌기업들도 안도하는 모습이다.

세수 확보와 관련해서도 세율 인상보다는 낭비 예산과 세금 탈루를 줄여 세수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법인세 또한 최저한세만 상향 조정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기업들의 세금부과율도 낮췄다.
공공건설 분야에서도 민자 사업 폐지에는 반대 입장을 밝혔다. 국가재정만으로는 국민 서비스 제공에 한계가 있어 공공성과 투명성을 강화해가면서 계속될 필요가 있다는 것. 이에 따라 일부 경제신문들이 앞 다퉈 건설업종의 증시가 뛸 것이란 전망을 보도하기도 했다.

오승훈 대신리서치 스트래티지스트는 “정책의 긍정적 영향을 기대할 수 있는 업종으로 유통·건설·유틸리티(전력) 업종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유통업종은 이미 유통법·상생법 등을 통해 신규출점에 대한 규제가 적용되고 있어 사전신고제·입점예고제가 도입되더라도 현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오히려 추가적인 규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된다는 점이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건설업종 또한 부동산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가 반영될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분양가상한제 폐지, 보유세 인상 반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인상 반대 등 부동산 경기에 우호적인 정책들로 건설 업종 투자심리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는 것.

유틸리티 업종도 발전 믹스의 악화 가능성이 낮아진 점이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으며, 원자력 정책의 급격한 변화 가능성이 낮아 원자력 관련기업에도 긍정적 영향을 기대할 수 있다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다만, 신규 순환출자 금지, 징벌적 손해배상제, 집단소송제, 금산분리 강화, 대기업집단 총수일가의 불법·사익편취행위 근절 등 만만치 않은 규제가 공약에 포함돼 있어 기업 활동이 위축될 여지는 남아있다는 분석이다.
기업들은 아직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도 꾸려지지 않은 만큼 새 정부가 어떤 정책을 어느 정도의 강도로 들고 나올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며 신중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안도의 한 숨을 내쉰다는 후문이다.

 skycros@ilyoseoul.co.kr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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