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춘호 회장, 자녀들 개인회사와 내부거래로 매출 올려줘
대기업집단 제외 이후 회사명 바꿔가며 거래 비중 높여
[일요서울|강길홍 기자] 농심그룹(회장 신춘호)의 오너家가 비상장 계열사를 통해 쌈짓돈을 벌어들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신춘호 회장의 자녀들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쓰리에스포유·이스턴웰스·캐처스·언양농림개발 등의 회사가 대표적이다. 이들 회사는 농심그룹에 의존해 매출을 올리면서 회사를 키워나가고 있다. 그러나 농심이 대기업집단에서 제외된 이후에 이들 회사와 농심의 거래 현황은 파악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 때문에 농심그룹 오너가는 마음 놓고 내부거래를 진행하며 수익을 올리고 있다.
농심그룹은 국내외 32개 계열사를 보유한 국내 대표적인 식품기업이다. 라면·과자 등을 생산·판매하는 (주)농심을 주력으로 하며, 율촌화학·메가마트 등이 주요 계열사로 꼽힌다. 신 회장은 경영권 승계 작업을 사실상 마무리한 상태로, 장남은 농심홀딩스, 차남은 율촌화학, 3남은 메가마트를 물려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신 회장의 자녀들은 이것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는지 각자 비상장 계열사를 설립하고 농심그룹과의 거래를 통해 수익을 올리고 있다. 특히 경영권 승계 작업에서 소외된 장녀가 가장 적극적인 내부거래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이들 기업의 매출규모를 파악하는 일은 쉽지 않다. ‘비즈니스프랜들리’를 내세운 이명박 정부가 2008년 대기업집단 지정기준을 완화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농심그룹은 대기업집단에서 제외됐고, 비상장회사의 중요사항공시의무 규제에서도 벗어났다. 이 때문에 농심·율촌화학·메가마트 등의 감사보고서를 통해 농심그룹과 비상장 계열사 간의 매출 규모를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비상장 계열사 가운데 가장 활발한 내부거래를 이어가고 있는 회사는 신 회장의 장녀 신현주 농심기획 부사장 일가가 지분 100%를 보유한 쓰리에스포유였다. 신 부사장이 2005년 자본금 5억 원으로 설립한 쓰리에스포유는 농심그룹의 건물 시설관리와 경비·청소 등을 영업목적으로 하고 있다.
2008년까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내용을 살펴보면 쓰리에스포유는 농심그룹과 ▲농심 아산·안양·안성 공장 건물 및 시설관리 ▲농심 운전기사직 근로자 파견 ▲농심 사옥 및 공장 구내식당 운영 등의 용역 계약을 진행했다. 또 2008년 4월 7일 마지막으로 올라온 쓰리에스포유의 공시 내용을 살펴보면 농심과의 거래로만 61억8400여만 원의 매출을 올린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후 쓰리에스포유의 공시 의무가 사라지면서 정확한 거래내역은 파악할 수 없지만 농심그룹 주요 계열사의 감사보고서를 통해 어느 정도 내부거래 규모를 파악할 수 있었다. 쓰리에스포유는 2010년 농심을 통해 106억여 원의 매출을 올렸고, 지난해도 비슷한 규모의 매출을 올렸을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도 지난해 율촌화학(3억2000여만 원), 메가마트(3억9000여만 원), 태경농산(3억8000여만 원), 농심기획(2억9000여만 원), 엔디엔스(2억7000여만 원), 농심엔지니어링(2억4000여만 원), 농심캐피탈(8000여만 원), 농심홀딩스(3000여만 원) 등을 통해서도 적지 않은 매출을 기록했다.
경영권 승계 소외된 장녀 가장 적극적으로 내부거래
신동윤 율촌화학 부회장 일가가 보유한 캐처스도 농심과의 거래를 바탕으로 회사를 성장시키고 있다. 캐처스는 농심 공장에 대한 방제·방역작업을 담당하던 아주방제를 모태로 하고 있다. 2003년 신 부회장이 아주방제에 투자한 이후 동업형태로 회사를 운영하다가 나중에 지분을 모두 인수하면서 신 부회장 일가가 지분 100%를 보유하게 됐다. 또 신동윤 부회장은 2006년 산업용세탁업 등을 영업목적으로 설립한 미광사를 2010년 캐처스에 합병시켰다. 지난해 캐처스가 농심그룹 주요계열사를 통해 올린 매출은 농심 10억여 원, 호텔농심 9억1000여만 원, 율촌화학 2억6000여만 원 등이다.
신동익 메가마트 부회장 일가가 지분 100%를 보유한 이스턴웰스는 메가마트와의 거래 비중이 높다. 이스턴웰스는 2006년 농·수·축산물 가공제조 및 판매업, 물류센타운영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됐고, 2009년 상호를 메가수산에서 이스턴웰스로 변경했다. 이스턴웰스는 지난해 40억217만 원의 매출과 9억9600여만 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전체 매출 가운데 메가마트를 통한 매출은 17억6800만 원이었다. 2010년에는 38억6200만 원의 매출 가운데 19억1100만 원을 메가마트를 통해 올렸고, 당기순이익은 11억여 원을 기록했다.
언양농림개발은 신춘호 회장의 세 아들인 동원(10%), 동윤(10%), 동익(80%) 등 세 부회장이 10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언양농림개발은 부산시 남구 문현동 구 농심자동차학원 부지에 세워진 문현BB골프클럽을 운영하는 회사다. 지난해 메가마트(9800만 원), 호텔농심(1090만 원), 농심캐피탈(175만 원) 등을 통해 매출을 올렸다. 농심을 통해서도 2010년 1억2200만 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지난해 수치는 정확히 확인하기 어려웠다. 또 세 형제의 누나인 신현주 부사장은 언양농림개발의 지분은 없지만 토지 임대를 통해 수익을 올리고 있는 점이 눈길을 끈다. 신현주 부사장은 언양농림개발에 개인 소유의 토지를 임대해 2005년부터 2008년까지 연간 1억 원 이상의 임대료를 받았고, 이후의 임대 여부는 확인이 어려웠다.
이밖에 신춘호 회장 일가가 사실상 지분 100%를 보유한 엔디에스도 농심그룹과의 내부거래를 통해 막대한 매출을 올리고 있다. 비상장 계열사를 이용해 부를 축적하는 재벌家에 대한 비판의 강도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농심그룹 오너가의 이 같은 행태도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
농심그룹 관계자는 “비상장 계열사는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설립·운영되는 회사들로서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일감몰아주기에 대해 비판도 정치적으로 바라보는 시각과 경제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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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길홍 기자 slize@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