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오후 5시 마포의 한 카페. 깔끔하고 여성스러운 차림으로 들어선 한씨는 마흔 중반의 나이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을 만큼 동안이었다. 또 ‘룸살롱 대마담’이라 하기에는 너무 곱고 억척스러워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인생의 단맛, 쓴맛 모두 맛봤다는 한씨. 그녀는 룸살롱 업계의 마케팅과 자신의 지나온 과거에 대해 하나씩 털어놨다.
‘일급 룸살롱 대마담’의 영업비밀
한씨가 룸살롱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은 것은 지금으로부터 8년 전인 1998년. 룸살롱 마담의 길을 선택하게 된 이유에 대해 한씨는 “돈을 벌고 싶었다”고 솔직하게 말한다. 이어 한씨가 덧붙이는 한마디. “룸살롱은 몸으로 돈을 버는 곳이 아니에요. 이 분야야말로 치열한 경쟁과 성공의 법칙이 존재하는 곳이죠.” 한씨에 따르면 일급 룸살롱은 ‘2차’가 절대 없다. 연예인 못지않은 미모의 아가씨들이 수두룩하고, 억대의 선불금을 받는 소수 아가씨들은 방송이나 영화계 진출 ‘콜’도 무시할 정도라고 한다. “외국 바이어를 위해 외국어에 능통한 아가씨들까지 대기하는 곳, 한번 움직일 때마다 억대의 계약금이 따라다니는 곳이 바로 ‘일급’”이라며 한씨는 룸살롱을 소개했다.
철저한 고객관리가 성공비결
‘영업비결’이 무엇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녀는 딱 잘라 말한다. ‘고객관리’라고. 한씨의 철저한 고객관리는 룸살롱 업계에서 정평이 나 있을 정도다. 약 2,000명 이상 고객의 모든 기록이 빽빽이 적혀 있는 그녀의 낡은 노트 다섯 권이 이를 증명한다.먼저 한씨는 고객확보를 위해 ‘빌딩타기’에 공을 들였다. ‘빌딩타기’란 업소를 홍보하기 위해 사무실을 방문하는 것을 말한다. 홍보물에도 과감히 투자했다. 양주한 병 무료제공권과 지포라이터가 그것. 기존 룸살롱과 격이 다른 홍보에 고객들도 슬며시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몇 달 간은 전혀 효과를 보지 못했지만 이런 고객들이 잠재고객이 돼 훗날 단골이 된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씨는 전했다. 한씨는 쉬는 날에도 고객의 생일 및 기념일을 꼭 챙겼다. 이를테면 고객의 결혼기념일에 고객 이름으로 사모님께 꽃을 배달하거나 고객의 승진 및 사무실 이전 시 난을 선물로 보내는 것이다.
그리고 적당한 시간을 봐서 전화하면 효과만점. 그 고객은 ‘평생 단골’이 되는 것이다.한씨의 ‘매상올리기 전략’도 재미가 쏠쏠하다. 그녀는 과일안주보다 마른안주를 주문하게 하라고 조언한다. 껍질이 남는 과일보다 간단한 마른안주가 추가주문을 부르기 때문. “매상 차이는 이런데서 난다”는 얘기다. 한씨는 웨이터들이 안주를 갖다 주러 많이 드나들수록 팁을 더 받을 수 있는 명분이 생긴다는 것도 빼놓지 않았다. 그러나 여기서 한씨가 말하는 절대적인 원칙 하나. 자신은 절대 술을 마시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유에 대해 물었더니 “고객이 편히 술 마시고 기분 좋게 취하고 좀 더 나은 서비스를 하는 게 나의 임무”라고 한씨는 말한다.이렇게 하루 18시간을 꼬박 일한 탓에 한씨는 어느덧 강남 최고급 룸살롱에서 월 매출 1억을 감당하는 ‘대마담’이 되었다.
지옥같은 구치소 생활도 경험
그러나 한씨의 삶은 그다지 순탄치 못했다. 어릴적부터 그녀의 꿈은 피아니스트였다. 의사 아버지 밑에서 유복하게 자란 한씨는 다섯 살 때부터 피아노를 배웠다. 남다른 재능으로 실력을 키워 음악학원 원장까지 되는 등 그녀의 인생은 탄탄대로를 달리는 듯했다. 그러나 준공검사가 나지 않는 건물에 잘못 투자해 학원이 넘어갔다. 이후 빚 독촉에 시달리게 됐고 이를 갚기 위해 친구가 운영하는 룸카페 피아노 연주자로 출근하다 월급마담이 됐다. 룸카페에서 월급마담으로 일한지 1년여. 성공을 맛본 한씨는 ‘큰물’에 몸담고 싶었다.
이에 한씨는 강남의 최고 룸살롱 사장을 직접 찾아가 자신을 홍보하기에 이른다. 3번의 퇴짜 끝에 결국 한씨는 아가씨 단계를 거치지 않은 일급 룸살롱 마담이 됐다. 그러나 룸카페 월급마담과 달리 룸살롱 대마담의 생활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많은 아가씨들을 거느리다보면 그만큼 잡음도 생기게 마련. 몇몇 아가씨들은 돈을 떼먹고 도망갔고 그 돈은 한씨가 다 충당해야 했다. 이에 한씨는 사채를 끌어들이게 됐고 결국 경제사범으로 구치소 생활까지 했다. 10개월 간의 ‘지옥같은’ 구치소 생활을 마치고 현재 그녀는 다시 강남 최고 룸살롱 ‘대마담’으로 복귀한 상태다. “열심히 일해서 남은 부채를 정리하고, 훗날 음악학원 원장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하는 한씨. 내일을 위해 그녀는 오늘도 취하지 않는다.
#강남 일급 룸살롱 대마담 한연주씨 인터뷰
- 이 책을 출간하게 된 계기는.
▲ 고객 중 한 사람인 영화감독이 내 이야기를 영화화하자고 한데서 시작했다. 그전에 먼저 책을 쓰는게 순서라고 들었다.
- 룸살롱의 가장 큰 매력은.
▲ 무엇보다 각계각층 고위 인사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는 것이다. 이들과 허심탄회하게 대화하는 과정에서 많이 배우고 느낀다.
- 단골 중에서도 좋은 손님과 싫은 손님이 있을 것 같은데.
▲ 매상 많이 올려주는 손님도 좋지만 인생에 도움이 되는 대화를 많이 나눌 수 있는 손님이 가장 좋다. 싫은 손님은 술을 강권하고 안사람 욕하는 손님이다. 특히 혼자 와서 말없는 손님은 그야말로 난감 그 자체다.
- 룸살롱 ‘대마담’으로서의 원칙은.
▲ 하나의 절대적인 원칙, 나는 술을 마시지 않는다. 손님들이 편히 술 마시고 기분좋게 하는 게 나의 임무기 때문이다. 둘째, 절대 업소 밖에서 고객을 만나지 않는다. 이것은 불문율이다. 셋째는 외상을 절대로 주지 않는다. 자칫하면 단골이 악골이 되기 때문이다.
- 앞으로의 계획은.
▲ 당분간은 지금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할 것이다. 열심히 일하다 보면 부채는 정리될 것이고, 나이가 들면 다시 음악학원을 운영할 계획이다. 기회가 된다면 퓨전 카페를 하나 운영해 보고도 싶다.
정은혜 kkeunnae@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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