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사측 노무사 구속…사측 “관련 혐의 없다” 주장
중외제약 노조 “괴한은 유성기업 폭행사건 연루자(?)”
JW중외제약(부회장 이경하)의 노사갈등이 점입가경이다. 서로 한 치의 양보도 없이 팽팽한 긴장감을 이어가고 있다. 급기야 지난 6월에는 노조가 건립한 천막에 괴한이 침입해 천막을 훼손하고 노조원을 폭행하는 일이 발생했다. 사측은 무관한 일이라고 발뺌했지만 충남 당진경찰서의 수사에선 다른 결과가 나와 귀추가 주목된다. 그 내막을 알아본다.

사건은 지난 6월 19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단체협약 체결을 요구하던 충남 당진의 JW중외제약 천막농성장에 10여 명의 괴한이 번호판을 가린 3대의 차량에 나눠 타고 한진공단에 있는 JW중외제약 생명과학지회에 들이닥쳤다.
괴한들은 안에 있던 노조원 2명을 흉기로 위협하고, 기물을 파손하고 달아났다. 이는 회사 측의 CCTV에 고스란히 찍혔고, 경찰에 제출됐다. 노조는 사측의 테러라고 주장했고, 사측은 노조의 자작극이라고 뒤집어 씌었다.
이 일은 노사 간의 도덕적 쟁점으로 급부상했지만 한 달이 넘도록 수사는 답보상태였다. 그러나 미궁으로 빠진 듯 했던 이 사건은 민주노총과 노조의 지속적인 수사촉구로 그 실마리가 풀렸다.
충남 당진경찰서가 노조 고발에 따라 회사 측에 진실을 요구하는 CCTV를 제공받은 것. 노조는 당진경찰서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 “중외제약의 노무담당자가 천막침탈을 교사했다”며 “구속자 중에는 해당 노무관계자 외 중외제약의 팀장급 직원 두 명이 포함돼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JW중외제약 측은 민주노총 측의 주장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고 일축했다. 민주노총의 기자회견과 달리 구속된 JW중외제약의 직원은 1명이고, 아직 수사도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이라는 것이 사측의 설명이다. 또한 조사 중인 직원도 관련혐의가 입증되지 않은 상황임을 강조했다.
JW중외제약 관계자는 “사측에서 노조 측을 위협하기 위해 용역업체를 고용한 것은 사실과 다르다”며 “사측과 아무 관계없는 사건으로 현재 구속된 사람도 억울하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아직도 수사 중인 사안이기 때문에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공권력에 의해 자행됐다고 무조건 합법적이냐
지난 7월 2일 오후 서울 도곡동 주택가에서도 한바탕 소동이 발생했다. 공교롭게도 이곳은 이경하 JW중외제약 부회장의 자택 앞이다. 민주노총 소속 전국화학섬유노동조합연맹 JW지회 조합원 40여 명이 이 부회장 자택 앞에서 천막농성을 벌이던 중 차 앞에 ‘강남구청’이란 스티커를 붙인 차량이 도착했다.
구청 직원 1명, 용역업체 직원 10여 명 등이 경찰관 5명이 입회한 상황에서 농성장 철거작업이 진행됐다. 현장을 철거하겠다는 사전예고 없이 칼과 가위로 천막과 돗자리 등을 찢고 뜯었다. 이들은 훼손된 잔해 일체를 트럭에 싣고 사라졌다고 조합원들은 말한다.
이 일련의 일을 겪고 난 조합원들은 이튿날 서울 강남구청 별관 앞에서 JW노조 천막 농성장을 강제 철거한 강남구청과 수서경찰서를 규탄했지만 말 뿐인 허울이었다.
민주노총 충남본부 관계자는 “행정대집행법상 바로 철거를 집행할 수 없고 계고장을 들고 와 사유를 밝혀야 한다”며 “그런데도 강남구청은 법적 절차 없이 철거를 강행했다”고 비난했다.
이어 “긴급 상황 발생 시에는 철거할 수 있다고 하지만, 전혀 그런 상황이 아니었다”며 “2주 동안 천막 농성장을 놔두다가 갑자기 이러는 이유를 모르겠다”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행정대집행법상은 법률에 의해 직접 명령되었거나 법률에 의거한 행정청의 명령으로 당해 행정청이 의무자가 행할 작위의무를 스스로 행하거나(자기집행) 또는 제3자로 하여금 이를 행하고(제3자집행), 그 의무자로부터 비용을 징수하는 행정상의 강제집행수단이다.
암흑 같은 노사 대립 왜
그렇다면 JW중외제약과 노조가 분쟁을 벌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해 10월 설립된 JW노조 조합원 대부분은 충남 당진에 있는 JW중외제약과 JW생명과학 공장에서 링거 수액을 만드는 일을 하는 근로자다.
노조는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초까지 사측과 9차례 교섭을 벌였지만 ‘노조사무실 설립’, ‘노조 전임자 활동 보장’ 등 노조가 요구한 90개 안건 중 합의된 건 단 하나뿐이었다.
지난 2월 합법적으로 쟁의권을 부여받은 노조는 나머지 89개 안건 실현을 요구하며 2월 22일부터 부분파업에 돌입했다. 이에 사측이 바로 다음날 조합원 38명에 대해 직장폐쇄를 결정하면서 노사 간의 대립이 시작됐다.
노조가 이에 즉각 반발하며 회사 앞에서 천막 농성을 벌이자, 사측은 5월 초 직장폐쇄를 철회했다. 그러나 기존에 요구했던 89개의 안건은 실현되지 않았다. 노조는 6월 14일 총파업에 돌입했고 사흘 후엔 서울로 올라와 회사 오너인 이 부회장 자택 앞에서 천막농성을 시작한 것이다.
한편 이번 철거작업에 동원된 경비업체가 CJ씨큐리티로 알려지면서 이 단체에 대한 논란도 확산되고 있다. CJ씨큐리티는 작년 유성기업지회 투쟁 당시 대표차를 이용해 13명의 조합원을 치고 달아났으며, 소화기를 던지는 등의 폭력을 행사해 논란을 빚었다.
또한 이들은 재능교육, 경상병원, 국민체육진흥공단, 대우자판, 부루벨코리아, 씨엔엠, 수원여자대학, 유신코퍼레이션, 삼성물산 등 노사갈등이 심각한 사업장에 개입해 폭력을 행사해 왔다. 이에 대해 경찰은 업체에 관한 수사를 진행했지만, CJ씨큐리티는 작년 8월 명의변경을 거쳐 최종 해산후에도 암암리에 활동 중이다.
노조 측은 “더욱 심각한 문제는 강남구청이 알바로 고용한 철거반 용역직원들 중에는 유성기업지회 등에서 폭력만행을 저질렀던 CJ씨큐리티 소속의 용역깡패도 있다는 것”이라며 “이는 구청이 용역깡패를 고용해 그들로 하여금 노동자들의 농성장에 흉기를 들고 난입, 폭행을 사주한 것에 다름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민주노총 충남지역본부는 지난 7일 기자회견을 열고 JW중외제약 노조 천막농성장 침탈사건의 수사 결과에 대해 “환영한다”며 “이를 계기로 유성기업 용역폭력사건과 같은 노조탄압 사건도 같은 잣대와 의지로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skycros@ilyoseoul.co.kr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