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그룹 영세도매납품업 꼼수 진출 논란
대상그룹 영세도매납품업 꼼수 진출 논란
  • 이범희 기자
  • 입력 2012-12-18 10:15
  • 승인 2012.12.18 10:15
  • 호수 972
  • 27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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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창욱 회장, 당신은 법도 무시합니까?”

[일요서울 ㅣ 이범희 기자] ‘종가집’, ‘청정원’ 등의 브랜드로 유명한 식품기업 대상(회장 임창욱)그룹이 중소기업 및 중소상인들과의 잇단 갈등으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중소기업 적합 업종에 해당하는 두부 시장에서 야욕을 드러내고 있고, 지역에서는 식자재 도매상을 열어 지역 상인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최근에는 중소기업청의 행정처분으로 도매납품업 진출이 어려워지자 정부의 행정처분을 무시하고 인근지역으로 꼼수 진출을 강행하려다 적발돼 지역민과 또다시 마찰을 빚고 있다.

이 때문에 대상이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는 이유에 대한 의구심이 확산되고 있으며 공교롭게도 지난 4일 장녀 임세령씨가 ‘식품사업총괄’ 부문 상무로 임명된 것과 일련의 마찰에 대한 개연성 여부를 추궁하는 시민단체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식자재연합회>

전주ㆍ익산ㆍ군산에 이어 김제시에서도 대상그룹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것도 대상그룹이 중기청의 ‘사업 확장 일시정지 권고’까지 무시한 채 사업을 벌이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대상그룹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도 함께 진행되고 있다.

이는 대상이 지난해 전북 김제시에 대상의 물류창고를 소매점으로 바꾸는 용도 변경 신청을 한 것이 잘못됐다는 이유에서다.
대상은 지난해 11월 익산소재 88식자재(대상베스트코)가 익산시 송학동에 확장 이전하려다가 익산시 중소상인들의 사업조종신청으로 지난 2월 행정처분을 받았다. 더 이상의 사업 확충은 어렵다는 게 주된 골자의 내용이었다.

그런데 대상은 중기청의 행정처분으로 익산시에서 더 이상의 도매납품업 진출이 어려워지자 인근 지역인 김제시로 꼼수 진출을 강행하려다 또다시 시민단체와 지역 상인들의 반발에 부딪쳤다. 김제시와 익산의 거리는 불과 10여분 이내다. 더욱이 익산시 상인들과 지난달 30일 자율협상을 약속하고도 뒤통수를 쳤다.

전북공동식자재연합회 김제지부 관계자는 “중소기업청도 확장해 영업할 수 없도록 사업 일시정지를 내렸고, 지난달 30일은 자율조정을 위해 중기청에서 만나기로 했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김제로 이전해 영업하고 있다”며 “앞으로는 협상하는 척 상인들을 안심시키고, 뒤로는 도둑 출점을 획책한 것이다. 정부도 속이고 상인도 속인 것이며 이는 명백한 공권력에 대한 도전”이라며 분개했다.

또 이 과정에서 지역 상인들과의 논란을 피하기 위해 지역 업체를 인수하고도 자사 이름을 숨긴 채 개인 업체 명의로 개점하는 등 ‘꼼수영업’을 지속하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일요서울]과 통화한 중소상인 A씨는 “대상이 자회사를 통해 지역 상권을 빼앗기 위해 편법을 사용 중이며, 우호적인 업체 인수를 통해 지역 상권을 빼앗고 있다”며 “대상 쪽에서 거래처 확보를 위해 사실상 마진 없이 판매를 하고 있어, 오랫동안 거래를 해오던 식당들로부터 거래를 끊겠다는 통보를 듣고 있다. 어쩔 수 없이 가게를 접어야 할 판”이라고 하소연 했다.

골목상권에 식자재 도매상 열어… 여전히 말썽

대상그룹과 중소상인들의 악연은 이전에도 지속됐다. 대상이 2010년 2월 대상베스트코를 통해 식자재 유통업에 뛰어들면서 인천·수원·익산·부산 등 전국 각지에서 지역 중소유통상인들과 불협화음을 일으켜왔다.

수원지역에서는 식자재 유통 상인들이 대상베스트코 수원지점 앞에서 동 지점 개설 및 영업에 반대해 지난 5월부터 천막농성과 시위를 전개해오고 있다. 이들 상인은 경기지방 중기청에 사업조정을 신청한 상태다.

일각에선 이 같은 대상의 무분별한 진출에 대해 대상베스트코와 오너 일가와의 개연성을 주목한다.
대상베스트코가 그룹 계열사인 대상이 지분 70%를 보유해 최대주주로 있으며 임 명예회장과 장녀 임세령 식품사업총괄 부문 상무, 차녀 임상민 전략기획본부 부본부장이 각각 10%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대상베스트코 매출 또한 대상의 내부거래를 통해 40%가량 채워지고 있다. 대상베스트코는 지난해 매출 82억 원 가운데 31억 원을 종속회사들과의 거래로 올렸다.

종속회사는 중부식자재, 대한식자재유통, 신다물유통, 우덕식품, 청정식품, 싼타종합유통, 한미종합식품, 배추벌레, 만세종합유통, 한려종합식품 등이다. 장녀 임세령씨는 2009년 이재용 삼성 신임 부회장과 이혼하고 조용히 지내다 지난 4일 ‘식품사업총괄’ 부문 상무로 복귀했다.

한편 대상 영세도매납품업 진출 저지 전북대책위는 “대기업편만 드는 중기청을 규탄한다”며 “중기청은 면밀한 사실조사도 하지 않고 대상이 제시한 자료와 말만 믿고 사업개시를 인정했고, 그러면서 중기청을 방문한 상인들을 향해서는 일시정지권고는 어렵고 자율조정만 가능하다는 유권해석을 내려 중소상인을 지원하는 중소기업청이 아니라 대기업의 편만 드는 대기업청으로 전락한 것이냐”고 비난했다. 

김제시 관계자는 “물류창고에서 도소매업으로 용도변경을 해줬으나 물류창고에서도 도매업이 가능해 용도변경 허가를 취소하고 원상복구된 상태”라고 밝혔다.

 skycros@ilyoseoul.co.kr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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