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창욱 회장, 두 딸 두고 저울질
임창욱 회장, 두 딸 두고 저울질
  • 강길홍 기자
  • 입력 2012-12-18 09:56
  • 승인 2012.12.18 09:56
  • 호수 972
  • 2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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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그룹, 자매간 경영권 대결 막 올라

장녀 세령씨 브랜드 총괄 상무…외식사업 실패 경험 부담
대상홀딩스 최대주주 차녀 상민씨…경영능력 시험대 올라

[일요서울ㅣ강길홍 기자]  대상그룹(회장 임창욱)의 경영권을 둘러싸고 자매간의 대결 구도가 만들어지고 있다. 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의 장녀 세령씨가 최근 회사의 중책을 맡았다. 임 회장의 차녀이자 대상홀딩스의 최대주주인 상민씨는 한발 앞서 지난 10월부터 본사로 출근하며 후계자 수업을 시작했다. 임 회장은 아들 없이 슬하에 두 딸만 두고 있다. 그동안 대상그룹의 후계자 자리는 세령씨의 결혼 이후 사실상 상민씨로 지목돼 왔다. 하지만 2009년 결혼 11년만에 이혼하고 친정으로 복귀한 세령씨가 본격적으로 그룹 경영에 참여하게 되면서 섣부른 결단을 내리기 힘들게 됐다. 이에 따라 향후 그룹의 경영권이 누구 품에 돌아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임세령 씨

대상그룹은 이달 초 세령씨를 식품사업총괄 부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상무)로 임명했다. 임 상무는 앞으로 대상의 식품 부문 브랜드 매니지먼트, 기획, 마케팅 디자인 등을 총괄하는 업무를 맡게 될 예정이다.
세령씨의 동생인 상민씨는 한발 앞서 그룹 경영에 본격 참여했다. 지난 10월 전략기획본부 부본부장(부장)으로 발령났다. 대상그룹은 임상민씨의 경영 참여 시점에 맞춰 기존의 전략기획팀을 전략기획본부로 승격했다. 전략기획본부는 신사업 발굴과 글로벌 프로젝트 등 대상그룹의 미래를 구상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상민씨에게 그룹의 앞날을 결정하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직급은 언니보다 한 단계 아래다.

임 회장이 두 딸을 잇달아 경영에 참여시키면서 대상그룹의 후계 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임 회장과 부인인 박현주 대상그룹 부회장은 슬하에 딸 둘만 두었다. 장녀 임세령 씨는 1998년 21살의 나이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결혼해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2009년 11년간의 결혼 생활을 정리하고 친정으로 복귀했다.

세령씨가 친정을 비운 사이에 대상그룹의 후계구도는 차녀 상민씨를 중심으로 진행됐다. 대상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대상홀딩스의 지분율의 차이가 이를 보여준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지난달 22일 공시된 대상홀딩스 주식 대량보유 상황보고서에 따르면 상민씨는 38.36%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반면 세령씨는 20.41%를 보유해 상민씨와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임 회장(2.88%)과 박 부회장(3.87%)의 지분을 모두 합쳐도 상민씨에 뒤진다.

자매의 지분율 격차는 대상홀딩스가 출범 이후 꾸준히 벌어졌다. 2005년 대상에서 인적분할로 탄생한 대상홀딩스 출범 당시부터 상민씨는 13.19%를 보유한 최대주주였다. 반면 당시 이재용 부회장의 아내였던 세령씨는 지분율이 9.35%에 그쳤다. 2009년에는 임 회장과 박 부회장이 각각 125만주씩을 상민씨에게 장외거래로 매각하면서 격차가 더 벌어졌다. 상민씨는 그룹 최대주주로 올라섰고 유력한 후계자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이후에도 상민씨는 꾸준한 장내매수를 통해 지분율을 높였다.

하지만 이혼 후 친정으로 복귀한 세령씨가 그룹 경영에 참여하면서 대상그룹 경영권의 향방을 아직 단정할 수 없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임 회장은 1949년생으로 올해 64세가 됐다. 경영에서 완전히 물러나기에는 아직 이르다. 따라서 임 회장이 은퇴할 때까지 남아 있는 시간동안 자매가 보이는 성과가 그룹 경영권의 향방을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

‘솔로’ 자매 결혼 소식에도 관심 모아져

임상민 씨
자매는 아직까지 이렇다 할 성과를 보이지 못했다. 상민씨는 이화여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2009년 대상그룹에 차장으로 입사해 마케팅 관련 업무를 담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2010년 8월 회사를 휴직하고 런던비즈니스 스쿨로 유학을 떠나 MBA 학위를 받고 최근 복귀했다. 근무 기간이 짧은 만큼 별다른 경영 성과를 보여줄 시간이 부족한 점도 있다. 따라서 차기 그룹 대권을 물려받기 위해서는 전략기획본부에서 경영능력을 입증해야 한다.

세령씨의 사정도 비슷하다. 세령씨는 이혼 후 2010년부터 대상그룹 내 외식 프랜차이즈 사업을 담당하는 와이즈앤피(현 대상HS)의 공동대표를 맡았다. 그러나 와이즈앤피에서 세령씨는 사실상 실패했다는 평가를 들었다.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퓨전레스토랑 ‘터치오브스파이스’ 때문이다. 터치오브스파이스는 1호점이 불법건축물로 행정당국의 제재를 받아 폐점했고, 명동점과 대구롯데백화점도 실적저하로 잇달아 문을 닫았다. 현재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에 점포 하나만 남아 있는 상태다. 따라서 세령씨는 앞으로 이 같은 실패를 만회할 수 있는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

일각에서는 자매가 경영능력을 입증하지 못하면 이들이 최대주주로만 남고 전문경영인에게 대상그룹을 맡겨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임 회장은 현재도 경영에서 한걸음 물러나 전문경영인에게 회사를 맡기고 있다. 특히 2009년 삼성전자 혁신담당 임원 출신인 박성칠 전 대표이사를 기용해 침체에 빠졌던 대상을 연매출 1조 원 기업으로 끌어 올린 바 있다.

그러나 임 회장이 그룹의 경영권을 전문경영인에게 넘길 가능성은 극히 낮다는 것이 재계의 전반적인 평가다. 결국 세령·상민 자매 가운데 한명이 그룹의 대권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이 둘의 경영대결에 관심이 집중되는 것이다.

임 회장에게 아들이 없다는 점에서 동양그룹처럼 사위 경영이 펼쳐질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쳐진다. 그러나 세령씨는 이미 한차례 결혼했다 이혼했고, 상민씨는 아직 미혼인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이들의 결혼 소식에도 많은 이목이 쏠리고 있다.

한편 대상은 재계순위 60위권 밖이지만 식품 업계에서는 선두업체로 꼽힌다. 대상은 1956년 임대홍 창업주가 설립한 동아화성공업을 모태로 하며, 1962년 미원으로 사명을 바꾸면서 사세를 확장했다. 특히 화학조미료인 ‘미원’으로 한때 삼성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었던 화려한 과거도 가지고 있다. 1987년 임대홍 창업주에 이어 임창욱 회장이 미원그룹 총수에 올랐으나 미원그룹의 주력상품인 미원에 대한 인식이 나빠지자 1997년 사명을 대상으로 교체했다.

slize@ilyoseoul.co.kr

강길홍 기자 slize@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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