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서울ㅣ정찬대 기자] 무소속 안철수 전 대선 후보가 “차기 정부에서 어떤 임명직도 맡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안 전 후보의 발언은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 후보가 “정권교체와 새 정치의 과정에 함께 한 세력이 내각과 정부에 함께 참여하게 될 것”이라고 밝힌 지 하루 만에 나온 것이란 점에서 이목을 끈다.
그의 발언을 둘러싸고 정치권에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안 전 후보의 발언이 향후 문 후보와 별도 세력을 갖고 선출직에 대한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되면서 대선 후 야권이 새롭게 재편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안 전 후보는 지난 10일 전북대 앞에서 열린 ‘시민과의 만남’에서 “새 정치는 정치개혁과 경제개혁이 필수적이고, 정치개혁은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한다”며 “다음 정부에서 어떠한 임명직도 맡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같은 날 광주에서 열린 유세에서도 ‘차기 정부 임명직 거부’ 의사를 분명히 하며 ‘백의종군’의 뜻을 거듭 내비쳤다. 이와 관련, 안 전 후보 측 유민영 대변인은 “백의종군의 연장선상에 있는 발언”이라며 “다음 정부에서 내각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대선 후 신당창당 하나
문재인 후보는 지난 5월 당내 대선후보 경선을 치르기 전 안 후보 측에 ‘공동정부론’을 제안한 바 있다. 또한 지난 9월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수락연설에서도 실질적 권력분담의 구성안인 ‘책임총리제’를 제시하며 안 전 후보를 향한 구애를 계속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문 후보가 당선될 경우 안 전 후보가 총리를 맡을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문 후보는 지난 9일 기자 간담회에서 “‘대통합 내각’을 구성해 ‘시민의 정부’를 출범시키겠다”고 밝혔다. 이어 “정권교체와 새 정치의 과정에 함께 한 세력이 내각과 정부에 같이 참여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내각구성에 안 전 후보는 물론 안 전 후보 측 인사들을 대거 참여시키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그러나 안 전 후보는 다음날 ‘차기 정부 임명직 거부 의사’를 표명했다.
정치권에선 그간 ‘안철수 신당’이 계속해서 거론돼 왔다. 본인 스스로 “정치를 하겠다”고 밝힌 만큼 정치세력화가 필요하다는 현실론이 작용, 결국 신당을 창당하지 않겠느냐는 주장이다.
또 다른 측면에선 민주통합당을 아우르는 ‘빅 텐트론’이 형성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럴 경우 민주통합당을 흡수하는 제3정당이 출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친노(친노무현)와 구민주계 모두를 휩쓸 수 있는 메머드급 파워를 지닌다. 결국 대선 이후 안철수 발(發) 신(新) 야권재편이 일어날 수 있다는 의미다.
문-안 단일화 과정에서 민주통합당은 자당 후보 중심의 단일화를 주장하며 ‘안철수 불가론’을 내세웠다. 이는 안 전 후보로 단일화될 경우 ‘안철수 신당’에 민주통합당이 흡수될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이었다.
일각에선 문 후보가 이번 대선에서 패할 경우 민주통합당의 분열이 가속화되면서 결국 안철수 신당에 급속도록 빨려들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대선 패배 후 민주통합당이 와해되면서 안 전 후보를 중심으로 야권이 빠르게 재편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반면, 문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안 전 후보와 문 후보가 정치적 연대를 당분간 지속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안 전 후보 스스로 임명직 거부 의사를 밝혔듯 내각보다는 당권 즉 선출직에 좀 더 역량을 기울일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단일화 과정에서 기성정당의 높은 벽을 실감한 만큼 당내 세력화가 무엇보다 절실하고 또한 차기를 위해서도 이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에서 당권에 좀 더 힘을 기울이고, 이를 통해 정치적으로 인정받는 길을 택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더욱이 정치적 경험이 전무한 그가 ‘다음’을 기약하고 있는 상황에서 관료적 이미지는 마이너스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점도 임명직 거부에 한 몫 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선출직’으로 눈 돌린 安... 재보선 출마 가능
안 전 후보의 ‘차기 정부 임명직 거부’ 발언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해석이 분분하다. 우선 ‘임명직’을 맡지 않겠다는 점에서 ‘권력 나눠먹기’에 대한 거부의사를 밝힌 것은 물론 ‘선출직’에 대한 의지를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정치권에선 안 전 후보의 4월 국회의원 재보선 출마설이 계속해서 흘러나오고 있다. 실제로 안 전 후보는 지난달 23일 후보 사퇴 선언에 앞서 캠프 관계자들에게 “이게 끝이 아니다. 내년에 재보선도 있지 않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전 후보의 출마지역으로 현재 수도권과 부산지역이 거론되고 있다.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달 29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100% 사적인 희망사항”이라고 전제한 뒤 “안 전 후보가 내년 4월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수도권에 출마해 여의도에 입성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회의원 재보선이 치러지는 수도권지역 선거구가 많지 않다는 점에서 안 전 후보의 연고지인 부산도 유력 출마지역으로 지목된다. 특히 문 후보의 지역구인 사상구 출마 가능성도 민주통합당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민주통합당 이용섭 정책위의장은 지난 4일 기자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안 전 후보가 국회에 들어오면 좋겠다”면서 “기왕이면 문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후 문 후보 지역구인 부산 사상구 보궐 선거에 출마해 당선됐으면 좋겠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안 전 후보가 독자세력화를 꿈꿀 경우 문 후보와 일정 정도 거리를 둘 것으로 예상되면서 사상구 출마가 아닌 다른 지역구를 택할 가능성도 높게 점쳐진다. 그렇다면 부산 영도도 유력 출마지로 지목되고 있다.
‘문-안’ 신당창당, 가능할까
민주통합당 그간 계속해서 문-안 신당창당 가능성을 제기해 왔다. 이 때문에 안 전 후보 측은 민주통합당 발 ‘안철수 신당설’에 강한 불만을 표시하며 단일화 논의를 전면 중단하는 등 일대 위기를 맞기도 했다.
문 후보는 지난 9일 기자 간담회에서 “지역과 계층을 극복한 ‘국민정당’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대통합 내각을 구성해 ‘시민의 정부’를 출범하겠다”는 의견도 전했다. 이는 사실상 신당 창당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되고 있다.
문 후보 측 우상호 공보단장은 이에 대해 “아직 밖에 계신 분들과 구체적인 창당계획까지 논의한 바 없다”면서도 “문 후보의 발언은 필요하다면 신당 창당까지 열어놓고 할 수 있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일요서울]과 전화통화에서 “안 전 후보가 문 후보와 함께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안 전 후보 스스로 충분히 독자 세력화할 수 있는데, 무엇 때문에 문 후보와 함께 하겠느냐”며 부정적 시각을 내비쳤다.
안 전 후보가 신당을 창당하든 민주통합당을 포함한 개혁정당을 출범시키든 어떤 형식으로든 야권 세력 간 연대와 흡수가 불가피하다. 그런 점에서 안 전 후보는 대선 후 야권 재편의 중심에 서 있다. 대선판의 상당한 변수로 꼽히는 그가 대선 이후에도 정치권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정찬대 기자> mincho@ilyoseoul.co.kr
정찬대 기자 mincho@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