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Ⅰ서원호 취재국장] ‘김대중 그는 누구인가의 저자, DJ 동교동계의 광화문 큰형님, 무관의 왕초’ 이는 고희(古稀)를 훌쩍 넘은 74세의 김형문 한국유권자운동연합 상임대표를 부르는 또 하나의 이름이다. 김 대표는 고교 3학년 학창시절부터 웅변을 좋아해 맺게 된 김대중 전 대통령과의 인연으로 ‘가까이 혹은 멀리서’ 오직 한길로 55년을 지켜보며 모신 것으로 정평이 나있는 인사이다.
그는 DJ의 두터운 신임으로 ‘민주화추진협의회’(DJ, YS 공동의장)의 총무국장, 평화민주당의 초대 총무국장을 맡아 동교동을 대표해 조직을 이끌었으면서도 끝까지 정계진출을 고사하며 함석헌 선생, 지학수 주교, 문익환 목사, 강원룡 목사 등을 모시며 재야를 자처, 오늘에 이르렀다. DJ의 ‘행동하는 양심’으로 정의와 자유, 민주, 평화와 통일의 실천가로서의 삶을 다하겠다는 뜻이다. 그래서일까. 김 대표는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 박광태 전 광주시장과 함께 ‘DJ 적통자’로 꼽힌다.
김 대표는 이번 18대 대통령 선거를 7일 앞두고 [일요서울]과의 인터뷰로 10여 년 만에 언론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에 대해 “김대중 선생님이 떠나신 후 호남은 마치 주인 잃은 나그네 같다”며 “동작동에 누워계신 분의 말씀을 빙자하여...”이라며 말끝을 흐린 뒤 “누릴 것 다 누린 사람들이 뭐가 부족해서 저러는지 가슴 아프다”는 소회를 밝히는 것으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인터뷰는 ‘18대 대선 주요 관전 포인트’를 주제로 지난 12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한국유권자운동연합 사무실에서 1시간 30분가량 진행됐다
“한화갑, 한광옥, 김경재 같은 사람들이 김대중 대통령, 동교동을 들먹이며 감히 위대한 선생님 이야기를 하는 것이 가슴 아프다. 2002년도로 기억되는데, 선생님은 당적을 버리면서 이제 동교동은 없다. 동교동 이름을 정치적으로 사용하지 말라고 했다. 그런데 왜 동교동을 파나”
김 대표는 단호했다. 그에게 영원한 선생님으로 남아 있는 DJ에게 누를 끼치면 안 된다는 입장 때문이다. 그러면서 두 가지를 바로잡고자 했다. 하나는 박근혜 후보가 DJ 선생을 찾아 왔을 때 ‘나와 선친이 해결하지 못한 지역감정을 없애야 하고, 그 일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지만, ‘당신이 적임자란 말은 한 적이 없다’고 확인했다.
또 다른 측면 하나는 “김덕룡, 최기선, 심완구, 문정수 이런 분들이 문재인 지지선언을 하면서 김영삼 전 대통령 모셨던 사람들은 YS를 팔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YS가 살아 계시니까. 만일 그랬다면 그것은 너희들 뜻이다. 나를 팔지 말라고 했을 것”이라며 “왜 동작동에 누워계신 분을...”이라고 말했다.
[관전포인트 1] “호남 투표 열정 예전과 달라”
그는 이어 ‘호남의 선택’에 대해 3가지로 평가했다. 첫째는 문재인 전폭지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호남인사 차별과 대통령이 되자마자 대북특검으로 박지원을 구속한 것들로 인한 서운함을 얼마나 풀어주느냐가 중요하다. 물론 문 후보가 삼고초려하며 ‘미안하다, 용서해 달라’고 한 것은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그렇다고 심정적으로 문 후보지지 하겠지만 마음 편안 상태는 아닐 것이란 의견이다. 이는 문 후보가 두고두고 명심해야 할 것이란 주문으로 해석된다.
둘째는 박 후보의 표가 몇 % 나올 것이냐가 숙제인데, 선생님(DJ) 빙자해서 어떤 행동을 하더라도 박 후보 쪽으로 가는 것은 아주 미미하다는 것이다. YS 측근들이 문 후보로 간 것과는 표의 움직임이 다를 수 있다. YS 측근들의 문 후보지지가 영향력이 더 크다는 분석이다.
셋째는 안철수 전 후보에 대한 호남의 전폭적 지지다. 이는 안철수가 새로운 물결 ‘안철수 현상’이라는 것과 처가가 여수라는 것으로 연민의 정이 안철수 지지로 이어져 나아갔다. 호남이 예전처럼 80~90% 투표하는 그런 열정은 부족하더라도 안 전 후보 표가 문 후보 표로 얼마만큼 가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다. 말하자면 문 후보의 호남에 대한 진정성이다.
[관전포인트 2] “안철수 투표 인증샷, 투표율 상승에 기여할 것”
김 대표는 이번 대선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관전 포인트로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안철수 현상이다. 동시에 투표날 ‘안철수와 투표 인증샷’을 꼽았다. “마지막까지 안철수 현상은 이어질 것”이라며 투표율 상승과 함께 미온적 유권자 투표 촉진효과 10~15% 정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철수가 ‘아름다운 투표 당신이 투표하면, 미래를 보고 투표 합시다’를 시간마다 올린다면 문 후보가 유리한 것은 자명하다. 이어 김영삼 전 대통령, ‘어 나 대통령이요. 투표하러 가야제…’라든지, 우리사회 정의로운 사람들이 ‘저 투표하러 갑니다. 투표하러 갑시다’한다면 이 영향은 문 후보 쪽이 강하지, 박 후보는 미미할 것이다. 박 후보 쪽에서 이렇게 할 사람들이 마땅하지 않다”는 것이 김 대표의 분석이다. 투표당일 어느 쪽이 투표독려를 통해 자기 지지세력을 투표장에 보내는 것이 관건이란 입장이다.
[관전포인트 3] “이정희 27억 먹튀 말아야”
이정희 후보가 27억 원을 받고 먹튀를 할 것인가의 여부다. 1% 전후의 표는 0.3~4% 정도는 몰라도 전부가 문 후보로 가지는 않을 것이다. 때문에 먹튀하지 않고, 끝까지 가야한다. 그럼으로써 국민들은 이 후보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봐야 한다.
이번 대선은 보수는 박 후보 한사람인데 반해 진보는 강지원과 함께 여성과 농민을 대표하는 잔가지들이 있다. 문 후보는 이 후보와 함께 이것도 뛰어넘어야 한다.
[관전포인트 4] “일용직 근로자, 오기투표”
이번 대선의 유권자는 4050여만 명으로 늘었다. 70% 투표율이면 2800만 명 정도다. 보수층은 총집결해서 투표율을 올린다. 문 후보가 ‘77%면 말춤 춘다’고 한 것은 ‘내가 위기에 처했다, 나를 도와 달라’는 상당한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70% 투표율이면 박 후보가, 72% 이상이면 문 후보가 유리할 것이다.
그런데, 700~800만 표라고 하는 일용직 근로자들이 ‘자기 일용임금’을 얼마나 포기하느냐가 중요하다. 말하자면 이번에는 찍겠다는 오기투표 층이다. 법이 투표시간 연장을 안 해 준 오기와 나를 챙겨주는 고마움의 오기가 10%만 작동해도 70~80만표다. 김 대표는 “이 사람들은 절대다수가 문 후보에 투표할 것”으로 예상했다.
[관전포인트 5] “투표마감시간, 줄서 있으면 문 후보 승”
김 대표는 투표당일 선거판세에 대해 “6시가 되면 투표마감과 함께 출구조사가 발표되지만, 출구조사보다 먼저 승패를 알 수 있는 방법으로 투표 종료 1시간 전 내지는 30분 전에 중앙선관위 발표하는 투표율과 투표소 풍경을 대비할 것”을 제시했다.
김 대표는 투표마감 1시간 전 정도에서 전국투표율이 58~63%라고 하고, 그와 함께 투표소의 줄이 서 있다면 이 숨은 1시간 사이의 투표율은 대략 10~13%까지 올라갈 것으로 분석했다. 근거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당선될 때에 마감시간 1시간을 사이에 두고 젊은이들이 대거 투표소로 나가 줄을 섰다는 것이다. 줄 서 있는 사람들은 모두 투표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감안하면 투표율은 70%미만이면, 70%에서 72%까지 박빙일수 있고 72%가 넘으면 누가 유리하겠다는 것을 국민 누구나 알 수 있게 된다는 설명이다.
한편, 김 대표는 민족화해협력국민위원회(약칭 민화협) 공동의장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4.19혁명실천모임<4월회> 회장을 역임한 바 있다.
대담=서원호 취재국장
사진·정리=조준호 기자
조준호 기자 richappa@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