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혼돈]朴-文 “흑색선전”vs“불법선거” 막판 프레임 향배는?
[대혼돈]朴-文 “흑색선전”vs“불법선거” 막판 프레임 향배는?
  • 고동석 기자
  • 입력 2012-12-14 17:02
  • 승인 2012.12.14 17: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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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거티브의 덫에 빠진 朴, 상승세 타고 유연해진 文

▲ <뉴시스>

[일요서울|고동석 기자] 대선 막판 판세가 초박빙으로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가운데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14일 막판 표심잡기에 돌입,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길거리 현장유세를 이어가고 있다.

앞서 박 후보는 이날 오전 부산 유세현장으로 내려가기 전 여의도 당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흑색선전과의 전면전을 선언했다.

박 후보는 민주당과 문 후보 캠프 측이 제기한 국가정보원 여직원의 여론조작 의혹과 신천지 교회 관련설 등에 대해 이 가운데 어느 하나라도 사실이 있느냐이제 우리 정치가 이런 구태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국정원의 선거개입 의혹에 대해선 작심한 듯 민주당과 문재인 캠프는 제보가 있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 단 한 가지 증거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민주당이 한 여성의 인권을 철저하게 짓밟은 이 현장에는 민주주의 근간인 근거주의, 영장주의, 무죄추정의 원칙, 사생활 보호 그 무엇하나도 존재하지 않았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박 후보는 민주당이 흑색 선전하는 이유로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선거가 도저히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허위비방이 갈수록 도를 넘더니 이제 국가기관까지 정치공작에 끌어들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지난 12일 배우 강만희 씨의 안철수 간신폭언에 대해선 다시는 이런 말이 나오지 않도록 단속하겠다며 사과했다.

박 후보가 막판 승부처가 될 부산경남지역 유세에 앞서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한 데에는 문 후보 측의 파상 공세를 더 이상 용납해선 안 된다는 위기감이 깔려 있다.

언론매체들이 내놓은 마지막 여론조사가 2~3%의 오차범위 내 초박빙 양상으로 접어들면서 투표함 뚜껑을 열기 전까지는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문 후보의 상승세가 뚜렷하다.

또 전날 새누리당의 지원을 받아온 불법선거사무실이 선관위에 적발된 것도 긴급기자회견으로 흑색선전 구도로 표심의 초점을 돌리려는 다급함이 엿보인다. 문제는 박 후보가 네거티브에 정면돌파라는 맞대응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상황은 그리 녹록하지 않다는 것이다.

국정원의 선거개입만 놓고봐도 민주당이 관련 증거들을 제시하고 추가 자료를 폭로한다면 박 후보의 대응의지와 무관하게 투표 당일까지 유권자들의 뇌리에서 모든 의혹들을 씻겨내기에는 시간적으로 역부족이다.

더군다나 여의도의 한 오피스텔에서 박근혜 후보를 지원해온 SNS 여론조작 부대인 십알단의 실체가 드러난 것도 엎친데덮친 격으로 새누리당 조직적으로 선거여론을 조작해왔다며 선관위가 검찰에 고발한 사안은 막판 최대 악재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박 후보로서는 민주당과 문 후보의 의혹 제기를 흑색선전으로 몰고 갈 수밖에 없는 처지다. 또 다른 관점에서 보면 민주당이 이 프레임으로 박 후보를 끌어들인 측면도 없지 않다.

그간 박 후보를 겨냥한 민주당의 과거사 네거티브는 20~40대 세대와 지역별 공략이 통하지 않았다. 하지만 SNS 여론조작이나 악성댓글을 국가기관이, 정당조직이 인위적으로 왜곡하려 했다는 것은 세대와 지역, 계층을 막론하고 심각한 사안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그 만큼 네거티브 효과는 직접적이고 빠르게 전달된다.

그래서 한편으로 보면 박 후보가 스스로 민주당이 의도했든 아니든 네거티브의 덫에 발을 담궜고, 이 프레임에 갇힌 셈이 됐다. 자연히 박 후보의 유세현장은 네거티브 맞대응에 초점이 맞춰지고, 앞서가는 여유보다 쫓기는 모습과 날선 경직된 이미지로 덧칠될 수 있다.

예상대로 이날 오후 경남 진주시 장대동 중앙시장 현장에서 벌인 박 후보의 유세는 어떤 흑색선전에도 굴하지 않고 정정당당하게 깨끗한 선거를 치르겠다흑색선전이 사라지고 마타도어를 뿌리 뽑는 새정치의 시대를 열겠다. 제게 힘을 주셔야 그 일을 해낼 수 있다. 힘을 모아 달라며 맞공세가 주된 메시지였다.

이를 두고 문재인 후보는 이날 오전 경남 거제 면사무소 앞 유세에서 불법선거 선거 사무실이 드러나고 하니까 물 타기를 하는 것이라며 여권의 최고 실력자이자 유력한 대선 후보가 수사 중인 사건에 그렇게 말하는 것은 수사에 가이드라인을 제시 하는 것 아닌가고 다소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아울러 오히려 박 후보에게 촉구하고 싶다. 국정원의 여론조작 의혹과 검찰의 수사 결과 지켜보자. 또 이번에 선관위에 적발 된 불법 선거사무실과 여론조작 부분을 빨리 사실 여부를 밝혀라라며 수사 기관도 제대로 사실을 가리고 배후를 가려 달라고 촉구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흑색선전여론조작 불법선거로 돌출된 박-문 두 후보의 대선 막판 프레임은 한 쪽은 쫓기고 추격하는 흐름 속에서 오는 163TV토론에서 양측의 격돌이 최절정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투표 당일까지 이런 프레임이 깨지지 않을 경우, 초박빙의 판세 속에 쫓고 쫓기는 구도가 뒤집힐 수도 있는 역전 가능성도 제기되면서 개표 마지막까지 예측불허의 대혼돈으로 빠져들 것이라는 관측이 흘러나오고 있다.

kds@ilyoseoul.co.kr

 

고동석 기자 kd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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