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 “새빨간 거짓말”
뉴욕타임즈 86주 연속 베스트셀러, 전 세계적으로 4,300만부 이상이 판매되는 경이로운 기록을 세운 ‘다빈치코드’. 전세계는 현재 영화 ‘다빈치코드’가 불러일으킬 파장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기독교계는 정통교리에 반하는 내용을 담고있는 이 영화가 가져올 엄청난 파급효과에 잔뜩 긴장한 표정이다. 사실 기독교계의 반발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기독교단의 반응은 생각보다 격렬하다.
국내에서는 한기총이 먼저 칼을 빼들었다. “‘다빈치코드’는 새빨간 거짓말입니다. 저급한 상업주의의 결정판으로, 도저히 ‘문화’라고 볼 수 없습니다.” 9일 한기총 다빈치코드 특별대책위원회의 박요셉 사무국장은 다소 격앙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박국장은 유치한 거짓말이 ‘문화’라는 명목으로 용인되는 것을 두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저자 ‘댄 브라운’이 책의 서두와 다빈치코드 사이트, 언론과의 인터뷰 등에서 밝힌 내용은 기독교계를 발칵 뒤집어놓기에 충분하다.
즉 예수는 막달라 마리아와 결혼했으며, 그 후손이 프랑스의 메로빙거 왕조와 결혼했다는 것, 신약성경은 예수의 제자들이 꾸며낸 허구라는 것, 또 이러한 일련의 사실들이 알려질 것을 두려워한 교회가 살인을 불사하면서까지 대중이 알지 못하도록 은폐해왔다는 것이 ‘다빈치코드’의 주요 내용이다. 이는 기독교의 교리에 완전히 반하는 내용으로, 여의도순복음교회 조용기목사는 지난달 16일, 5만명이 모인 가운데 열린 부활절연합예배에서 ‘다빈치코드는 지옥에서 나온 이야기’라고 규정하며 상영반대입장을 분명히 한 바 있다.
영화 파급력에 ‘촉각’
다빈치 코드에 대한 한국 기독교단의 대응은 지난 4월 7일 한기총이 국내배급사인 소니픽쳐스릴리징코리아를 상대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영화상영금지등가처분신청’을 냄으로써 시작됐다. 가처분 신청을 낸 것은 한기총이 세계최초로, 이유는 신성모독이다. 즉 기독교의 정통교리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는 것. 박국장은 “‘다빈치 코드’는 반역사적, 반종교적 영화로, 할리우드의 천박한 상업주의의 결정체”라고 주장했다.
한기총 측은 이 영화가 수많은 사람들을 혼란케 할 것이며, 기독교에 대해 왜곡된 편견을 가지게 할 것이라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이에 한기총 측은 영화상영금지가처분 신청에 이어 지난달 28일 영화사에 서신을 보내 영화의 허구성에 대해 상영 전 자막으로 밝혀줄 것과 일부 장면 및 대사의 삭제를 요구한 상태다. 삭제를 요구한 부분은 교회가 남성 위주로 재편되는 과정에서 여성을 악으로 규정한 것, 성경은 인간의 수정작업을 거쳐 왜곡됐다는 것,
기독교는 이교도의 전통과 혼합된 종교라는 것, 예수가 막달라 마리아와 결혼했다는 내용 등이다.한기총이 문제삼고 있는 것은 이러한 내용들이 창작된 허구(fiction)임에도 기독교 역사상 은폐되어 왔던 새로운 사실(hidden fact)로 그려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기총 측은 이러한 과정에서 기독교가 신봉하고 있는 교리가 왜곡되고, 진리가 거짓으로 매도되며 기독교는 진실을 은폐하는 사이비 집단으로 희화화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국장은 “‘다빈치코드’는 이단사상인 ‘영지주의’를 참고한 것으로, 그 내용은 엄연한 허구다. 한기총은 이를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영화가 소설보다 대중적인 파급력이 크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는 간과할 수 없는 문제라는 것이 한기총의 입장. 따라서 한기총은 다빈치 코드의 오류 및 허구성을 알리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한기총은 사이버공간에서 ‘다빈치 코드 상영 반대 - 안보기 운동’을 전개하는 한편, 미국 19곳의 기독교단체와 지도자들과 영향력있는 인사들에게 협조요청문을 보내 도움을 요청한 상태다.
볼권리 침해 주장도
그러나 한기총의 대응을 바라보는 시선들이 곱지만은 않다. 일부에서는 과민반응이라고 비난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즉 허구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에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가 있냐는 얘기다. 특히 표현의 자유 및 국민들의 볼권리를 침해하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일부에서는 ‘기독교집단의 오만’, ‘진실이 알려질 것을 두려워하는 몸부림’, ‘집단이기주의’라며 원색적인 비난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더나아가 기독교 자체에 대한 논쟁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기독교단내에서도 한기총의 대응방식은 치열한 갑론을박을 이끌어내고 있는 실정. 일부는 ‘영화를 법적 잣대로 재단해서는 안된다’, ‘영화를 보고 안보고는 개인이 판단할 문제’라며 한기총 측과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한기총측의 입장은 단호하다. 박국장은 “수천년동안 이어온 기독교의 정통교리를 표현의 자유를 빙자하여 공격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이는 기독교인들의 신념과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라며 “한기총은 전세계 기독교 단체와 연계해 끝까지 대응할 방침”이라 선언했다. 박국장은 이어 “엄연한 역사 왜곡이 ‘문화’라는 이름으로 허용된다면 기독교뿐 아니라 어느 종교든 당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배급사측 “기다리는 중”
한편 국내 배급사인 소니픽쳐스 측은 최대한 말을 아끼고 있다. 한기총 측의 강경대응에 적잖이 당황한 눈치지만, 소니픽쳐스 측에서는 아직까지 어떤 공식적인 액션도 취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마케팅 담당자는 “아직 상부에서 어떤 지시를 전달받은 것이 없다.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영화개봉 예정일인 18일전에는 판결이 날 것으로 생각은 되지만 판결이 어떻게 날지, 추후의 대처방안 등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현재로서 논의된 바가 없다는 것이다. “일단 개봉이 18일로 확정된 것은 사실이지만, 법원 판결에 따라야할 것 아닌가. 법무팀 관할이라 지금으로서는 뭐라 답할 수 없는 입장”이라는 것이 관계자의 말이다.
또 한기총에서 요청한 자막삽입 및 일부내용 삭제 등에 대해서도 결정된 바가 없다는 것.현재 한기총의 영화상영금지가처분신청이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로, 배급사인 소니픽쳐스와 한기총은 모두 법원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표현의 자유냐, 신성모독이냐를 둘러싼 양측의 충돌은 결국 법원이 누구의 손을 들어줄 것인지로 일차 판가름이 날 것으로 보인다.
이수향 thelotu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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