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진급 의원 ‘텐프로’ 업소
‘리얼 몰카 나온다’ 여의도 ‘들썩’
중진급 의원 ‘텐프로’ 업소
‘리얼 몰카 나온다’ 여의도 ‘들썩’
  • 이수향 
  • 입력 2006-05-18 09:00
  • 승인 2006.05.18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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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정가에 때아닌 몰카(몰래카메라)경계령이 내려졌다. 이는 얼마전 한나라당 박계동 의원의 ‘술집추태’ 동영상이 인터넷상에 유포된 것이 발단이 됐다. 그간 일부 연예인들이 몰카로 연예계바닥을 떠나기도 했지만, 아직까지 우리사회에서 정치인 몰카는 생소한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번 박의원의 경우에서 알 수 있듯 정치인들은 더 이상 몰카의 안전지대에 있지 않다. ‘몰카가 또 터진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일부 정치인들은 남모를 속앓이를 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술조심’, ‘여자조심’. 5·31 지방선거를 눈앞에 둔 현재, 여의도 정가에서는 이 말이 유행어처럼 나돌고 있다. 박의원이 강남의 한 술집에서 여종업원의 신체부위를 만지는 동영상이 유포된 것과 관련,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정가는 언제 불어닥칠지 모르는 ‘몰카 후폭풍’에 상당히 곤욕스러운 표정이다.

이번 사건은 단순히 박의원 개인의 도덕성을 지탄하는 수준을 넘어 당 차원으로까지 불똥이 튀고 있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은 징계위원회를 열어 박의원에게 ‘경고’조치를 내렸지만,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거센 비난에 맞부딪쳐 또다시 사면초가에 처한 분위기다. 일부는 최연희의원의 여기자 성추행사건이 터지기가 무섭게 불거진 이번 사건을 두고 당자체의 도덕성을 거론하고 나서는 등 원색적인 비난도 마다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나도 혹시 찍혔을지도…”

그러나 정작 정치인들을 떨게하는 것은 몰카 후폭풍이 예견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박의원 사건을 바라보는 정치권의 실제 분위기는 언론에 비춰진 것과 사뭇 다르다는 것이 정계 관계자들의 말이다. “박의원의 행동은 분명 잘못됐지만 ‘재수가 없었다’, ‘꼼짝없이 당했다’는 말을 하는 의원들이 실제로 상당수”라는 것은 여의도 정가의 분위기를 반영한다. 박의원을 지탄하는 의원들의 속내에는 ‘자칫하면 나도 당할 수 있다’는 불안심리가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쯤되면 ‘몰카공포’에 시달리는 정치인들이 늘고있다는 말도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한 정계 관계자는 “겉으로 표현은 하지 않지만, 내심 걱정하는 사람도 있을 것으로 본다”고 현재의 분위기를 전했다. 박의원의 동영상을 보고 ‘쯧쯧…’하고 혀를 차면서도 ‘나도 혹시…?’하는 생각을 한번쯤은 해봤을거란 얘기다.이는 촬영되고 있는 것을 당사자는 절대 알 수 없다는 몰카의 특성에 기인한다. 인터넷에 공개된 박의원의 동영상에서 알 수 있듯, 문제의 몰카는 다분히 의도적인 냄새가 강하게 풍긴다.

51초라는 시간 동안 박의원의 부적절한 행각만을 집중해서 잡고 있으면서도 상대여성의 얼굴은 나오지 않게하는 고도의 치밀한 수법으로 보아 그렇다. 이것은 문제의 동영상이 아마추어가 아니라 특정 배후세력이 어떤 목적하에 만들었다는 의혹을 안겨주기 충분하다. 즉, 누군가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흠을 잡으려고 작정한 이상 그 누구도 걸려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몰카괴담에 전전긍긍

이와관련, 현재 여의도 정가에는 몰카괴담이 고개를 들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박의원 몰카의 후폭풍으로 정계를 강타할 조짐도 보이고 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 ‘자나깨나 술조심. 술취하면 손조심’이라는 우스개가 나도는 것도 이런 정황에서다. ‘남자들만의 사생활’이니 ‘허리벨트 아래의 얘기는 꺼내지 말자’는 식의 ‘의리’는 당파싸움을 방불케하는 현정치권의 분위기로 볼때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몰카는 당사자들에게는 사형선고나 다름없지만 반대세력에는 상대의 약점을 움켜질 수 있는 절호의 찬스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찍히면 죽는다’는 말도 이에 기인한다. 한 중진의원은 “우리 나이라면 꼭 국회의원이 아니더라도 자주가는 단골술집 한두군데는 있는 것 아니냐”며 “수년 동안 편하게 들르는 곳에서도 남의 이목을 생각해야 한다는 게 씁쓸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물론 몰카가 있건없건 도덕성에 위배되지 않는 행동을 해야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사소한 말한마디 행동하나로도 구설에 오를 수 있는 정치인들은 이런 사건이 터질때마다 여간 신경이 쓰는이게 아니다”라고 토로했다.

또다른 의원도 마찬가지. 그는 “오죽하면 술집주인에게 ‘여긴 몰카없겠죠?’라고 물어본 사람도 있다더라”고 털어놨다. 한 의원은 박의원의 행동을 문제삼으면서도 “한번씩 단골술집을 옮겨야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그 말이 이해가 간다”고 말했다. 즉 특정인의 아지트로 알려진 곳에는 반드시 주시하는 눈길이 있다는 얘기. 이번 박의원의 경우도 단골술집이라는 점을 과신한 결과, ‘올가미’에 걸린 격이라는 것이다. 또 앞뒤 정황없이 특정부분만 편집해서 유포시키면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충분하기에 술자리몰카는 더욱 위험하다는 말도 들린다.

일부의원들 밤잠 설쳐

현재 몰카를 둘러싼 여의도 괴담은 점입가경이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렌즈에 포착됐을지 모른다는 ‘공포’에 적지않은 정치인들이 남모를 속앓이를 하고 있다는 얘기는 이미 식상한 수준. 그러나 ‘도둑이 제발 저리는 식’이라며 석연찮은 눈길을 받을 것이 두려워 혼자서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다는 것.실제로 정계 안팎에서는 ‘A의원의 몰카’에 대한 흉흉한 루머가 나돌고 있는 상황이다. 강남과 여의도의 주점을 자주 애용(?)하는 것으로 알려진 A의원은 몰카공포로 요즘 밤잠을 설치고 있다는 후문이다.

심지어 A의원이 자신의 몰카찾기에 발벗고 나섰다는 웃지못할 얘기까지 나돌고 있는 것을 보면, 그의 심정이 어떨지 짐작할 수 있다.B의원도 비슷한 상황. 강남의 한적한 주택가에 위치한 고급술집을 즐겨찾는 것으로 알려진 B의원은 최근 측근에게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안고 사는 심정’이라고 고백했다고 한다. 비교적 젊은 축에 속하는 B의원이 수년 동안 단골로 찾고 있는 곳은 워낙 일반인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고급 룸살롱인데다가 ‘텐프로’업소에서 영입했다는 에이스급 아가씨들이 있는 곳이기 때문이라는 것. 한 의원은 “술이 취해 다소 ‘짓궂은’ 행동을 했다쳐도 그걸 일일이 기억할 사람이 몇이나 있겠나”라며 고개를 내젓기도 했다.

5월말 공개설도 나돌아

물론 이들 의원들의 몰카가 실제로 있는지 확인된 바는 없다. 하지만 정계에서는 몰카에 당하는 정치인이 박의원 한명으로 끝나지 않을거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 정계 관계자는 “이달 말경 또 하나의 초특급 몰카 동영상이 나돌거라는 소문이 있다”며 “그 수위는 박의원의 경우보다 한단계 더 높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몰카가 터진다는 소문에 정가는 ‘설마’하면서도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다는 표정이다. 얼마전 대한민국을 발칵 뒤집어놓은 도청파문을 넘어 몰카는 정치인 개인뿐 아니라 당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는 새로운 화두로 떠올랐다. 심지어 이미 상당수의 정치인 몰카가 존재하며, 결정적인 시기에 차례로 터질 것이라는 루머가 여의도 정치인들의 숨통을 조금씩 죄어오고 있다.

이수향  thelotu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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