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고은별 기자] 절도죄로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던 60대 남성이 40년 만에 가족을 만나게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졌다. 게다가 잃어버린 자신의 이름도 되찾게 됐다.
남이 버린 고물을 수집하며 근근이 생활해 오던 A(60)씨는 지난달 25일 전북 전주시 경원동 한 공터에서 패널(건축용 널빤지)을 발견하고 자신의 리어카에 주워 담았다.
그러나 A씨가 주운 고물은 주인이 있었고, 졸지에 A씨는 절도범으로 몰려 경찰서로 불려가야 했다. 하지만 경찰 조사가 시작되자 A씨의 안타까운 사연들이 하나 둘씩 밝혀지기 시작했다.
10대에 집을 나와 구두방 등의 사업을 했던 A씨는 번번한 사업 실패로 결국 고물을 줍기 시작했다. 또 생계를 이어나가기 위해 교회 무료급식소 등을 전전하며 혼자 생활해왔다.
반면, 전국 방방곡곡 수소문을 하며 A씨를 찾던 가족들은 20년이 지나도 A씨의 행방을 알 수 없자 1987년 사망신고를 한 상태였다.
이에 경찰은 A씨의 가족을 찾기 위해 즉각 조사를 벌였고, 이 과정에서 A씨의 형과 여동생 등 4남매가 경기도에 거주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결국 A씨는 경찰의 도움으로 40년 만에 가족들을 찾게 된 것이다.
A씨의 형은 “돌아가신 아버지가 동생 생각에 눈을 감지 못하셨다”며 “동생을 찾아준 경찰관분들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한편 A씨는 고물 주인의 배려로 간단한 조사만 받은 후 풀려났으며, 현재 사망신고를 취하하는 행정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고은별 기자 eb8110@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