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뚜기에 밀려 10년 만에 3위로 밀려나는 굴욕 입어
하얀 국물 시장 침체·고급라면 출시로 업계전망 불투명
[일요서울 ㅣ 이범희 기자] ‘하얀 국물’ 라면 특수를 누린 ‘라면업계 2인자’ 삼양식품그룹(회장 전인장)이 올 들어 총체적 난국에 빠진 모습이다. 지난해 ‘나가사끼 짬뽕’ 대세에 힙 입어 지난 8월 후속작 ‘나가사끼 꽃게짬뽕’을 출시하는 등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어왔지만 하얀 국물 라면 시장이 쇠락하면서 영업이익이 감소치를 드러냈다. 급기야 업계 3위였던 오뚜기에게 10년 만에 2위 자리를 내주는 굴욕을 맛보기도 했다. 이에 따른 내부전략 수립이 시급한 상황이지만 시장악화로 인해 뚜렷한 대안이 없어 고심 중이다. 일각에선 모회사의 매출하락과는 별개로 아들의 지분이 늘어나고 있는 것에 대한 따가운 눈총도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삼양식품그룹의 인기제품인 나가사끼 짬뽕 효과가 시들해졌다. 중국 수출에도 악재가 겹치면서 시장점유율도 하락세다.
지난해 12월 삼양식품그룹 점유율은 ‘효자’ 나가사끼 짬뽕 덕에 16.1%까지 뛰었다.
당시 대부분의 증시 전문가들이 “국내 라면시장은 현재 변화의 과정으로, 기존의 라면은 빨간 국물에 쇠고기 맛이 대부분이었으나 나가사끼 짬뽕으로 맑은 국물에 닭고기·돼지고기맛 제품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며 “나가사끼 짬뽕은 삼양식품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성장할 것”이라고 호평할 정도로 그 인기가 대단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 하얀 국물의 인기가 식으면서 점유율이 갈수록 낮아지더니 지난 8월에는 12.7%까지 추락했다.
삼양식품그룹이 올 들어 내놓은 신제품 ‘돈라면’과 ‘불닭볶음면’도 판매량이 신통치 못하다. 지난 1~7월 선보인 라면 신제품인 돈라면은 월 평균 매출이 6억 원선으로 신제품 중 5위에 머물렀다.
설상가상으로 해외 수출에도 악재가 돌출했다. 국회 김정록 의원(새누리당)에 따르면 삼양식품은 2010년부터 올해 6월까지 삼양라면·김치라면·수타라면 등 제품 3종을 중국에 수출해왔으나 중국 당국으로부터 뒤늦게 부적합 판정을 받아 해당 제품은 전량 폐기처분된 것으로 알려진다.
급기야 지난 10월 24일 3만4500원대를 유지하던 주가도 연일 하락세를 지속하더니 6일 현재 2만4850원으로 마감했다.
삼양식품의 올해 전체 영업 실적도 나빠졌다. 지난 2분기 영업이익은 3억 9847만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0억8989만 원)에 비해 87% 감소했다.
3분기 영업이익 또한 16.2% 감소한 5억1237만 원을 나타냈다. 당기순이익도 전년동기대비 4% 감소했다.
반면 업계 3위였던 오뚜기는 지난달 판매수량 기준 시장점유율에서 13.1%를 기록해 삼양식품을 제치고 2위를 차지했다. 10년 만에 2위 탈환이라는 쾌거와 삼양식품에 굴욕을 함께 선사한 것이다.
오뚜기 측은 봉지면으로 새로 출시한 참깨라면이 석 달 만에 700만개나 팔리는 등 제품 리뉴얼 효과를 본데다 마케팅 활동도 강화해 점유율이 상승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59.5%까지 점유율이 빠진 농심도 지난 8월 67.9%로 옛 명성을 회복한 상황인데, 신라면으로 대표되는 ‘빨간 국물’라면으로 다시 소비자들이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삼양식품은 올해 공정거래위원회의 라면 가격 담합 조사 결과 발표 때 담합 사실을 자진신고하고 과징금을 면제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1위 농심과의 격차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만큼 마케팅비를 더 쓸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얀 국물 라면의 인기가 예상보다 빨리 사라지는 바람에 오히려 2위 자리를 내주며 위기를 맞게 됐다.
업계에서는 하얀 국물라면 판매량이 급감하면서 삼양식품의 점유율이 하락한 데 따른 반사이익도 순위 변동에 영향을 일부 미쳤다고 보고 있다.
한편 삼양식품의 편법승계 논란도 여전하다. 삼양식품의 최대지분을 갖고 있는 곳은 삼양농수산(33.26%)이다. 삼양농수산은 전 회장 부부가 63.2%를, 비상장사 비글스가 26.9%를 보유 중이다.
주가 추락에도 오너 일가는 배불린다?
그런데 비글스의 지분을 가진 인물이 전 회장의 아들이자 18살 미성년자인 B군이다. B군이 13살이던 2007년 ‘과실 및 채소 도매업’을 업종으로 설립된 회사로, 지분의 100%를 갖고 있다.
게다가 비글스는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삼양식품 주식을 거래하며 막대한 시세차익을 남겨왔다는 의혹을 받아 왔다. 지난해 7월 삼양식품의 지분 14만여 주를 팔아 42억 원의 시세차익을 누렸다.
이에 앞서 지난해 11월에도 삼양식품은 이마트 판촉행사 결과만 놓고 ‘나가사끼 짬뽕이 신라면을 눌렀다’는 허위보도자료를 내 주가가 오르자, 삼양식품 주식 12만주를 팔아 또 40억 원의 시세차익을 올려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전 회장 일가가 미성년자 오너 3세를 위한 쌈짓돈 만들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삼양식품그룹 측은 “비글스는 수프에 들어가는 재료의 수급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만들었지만 사업이 신통치 않아 경영보다 소유로만 남아 있다”고 해명했다.
skycros@ilyoseoul.co.kr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