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원강업 경영권 분쟁에 백기사 자처…지분 늘리는 현대홈쇼핑
장인과 사위라는 특수 관계 때문에…“사업 연관성 없다” 비판
[일요서울|강길홍 기자] 현대백화점그룹(회장 정지선)의 주력 계열사인 현대홈쇼핑(부회장 정교선)이 대원강업(회장 허재철)의 주식 보유량을 꾸준히 늘리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대원강업은 차량용 스프링 제품과 차량용 시트를 생산하는 자동차 부품업체로 현대홈쇼핑과 별다른 사업 연관성이 없다. 이 때문에 현대홈쇼핑의 대원강업 지분율 확대가 정교선 현대홈쇼핑 부회장과 허재철 대원강업 회장의 관계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정 부회장의 장인이 허 회장인 탓이다. 허 회장이 대원강업의 2대 주주인 고려용접봉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자 사위인 정 부회장이 백기사를 자처하고 나섰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현대홈쇼핑의 대원강업 주식 집중 매수는 대원강업이 경영권 분쟁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다. 이는 대원강업의 적대적 인수합병(M&A)을 막아주기 위해 현대홈쇼핑이 백기사를 자처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정 부회장과 허 회장이 특수관계라는 점을 고려하면 충분히 가능해 보이는 일이다.
대원강업의 개인 최대주주는 지분 8.45%를 보유한 허 회장이다. 허 회장은 친인척과 계열사 지분 등을 포함해 총 31.86%의 지분율로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다. 그러나 2대 주주인 고려용접봉이 꾸준히 대원강업의 지분을 늘리고 있어 경영권을 위협받고 있다.
대원강업은 지난해 연결 재무제표 기준 연매출이 1조 원에 달할 정도로 알짜기업으로 분류된다. 또한 매출의 절반 이상을 현대·기아차에 납품하면서 올릴 정도로 수요처도 탄탄하다. 이 때문에 고려용접봉이 대원강업을 탐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고려용접봉의 경영권 위협
고려용접봉은 2007년 대원강업 지분 8.20%를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한 이후 꾸준히 주식을 사들였다. 그동안 고려용접봉이 대원강업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을 시도하고 있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은 이유다. 특히 지난 6월 3년여 만에 대원강업 주식매입을 재개하면서 지분을 25.40%까지 늘렸다. 이 때문에 대원강업이 경영권 분쟁 테마주로 분류되기도 했다.
또한 고려용접봉의 주식매입 재개는 결국 허 회장이 사위인 정 부회장에게 도움을 청하게 만들었다. 고려용접봉의 지분 확대에 따라 대원강업도 계열사 등을 통해 보유 지분율을 늘려가고 있지만 여력이 부족해 현대홈쇼핑이 나선 것이다.
일단 현대홈쇼핑이 대원강업의 든든한 백기사가 된 것은 확실해 보인다. 정 부회장이 지난달 9일까지 확보한 대원강업 주식 13.38%와 허 부회장과 특수관계인 등이 보유한 31.86%를 합치면 50%에 가까운 상황이다. 고려용접봉이 보유한 지분율의 두 배 가까운 수치이기 때문에 경영권 방어에는 큰 무리가 없어 보인다.
다만 허 회장 일가에서도 경영권 분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소문이 증권가에 떠도는 것이 문제다. 허 회장을 비롯한 대원강업의 특수관계인이 50여명에 달하기 때문에 이들 중 일부가 이탈해 고려용접봉과 손을 잡으면 허 회장의 경영권을 장담할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2008년 8월까지 허 회장의 동생인 허승호 부회장이 개인 최대 주주였지만 이후 허 회장이 지분을 늘리면서 순위를 뒤집었다. 따라서 허 회장 형제의 관계가 경영권 분쟁에 핵심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홈쇼핑 “단순 투자” 강조
현대홈쇼핑이 사업연관성이 거의 없는 자동차 부품 회사의 주식 보유량을 늘리고 있는 것과 관련한 비판도 거세다. 정 부회장이 장인과 사위라는 사적 관계 속에서 장인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현대홈쇼핑을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 같은 행위가 현대홈쇼핑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일이 될 수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현대홈쇼핑과 금강에이앤디가 지난 10월 9일부터 지난달 9일까지 매수한 대원강업의 취득 단가는 7023~8870원 사이다. 대원강업의 주가가 연초에 4000원 대에 불과했던 점을 고려하면 비교적 높은 가격에 매입했다. 특히 금강이엔디는 지난달 7일 시간외매매를 통해 82만여주를 당일 종가(8440원)보다 430원이 비싼 8870원에 사들이기도 했다. 대원강업과 고려용접봉의 지분 경쟁으로 주가가 상승하고 있는 시기에 추격 매수를 벌이면서 적정가보다 높은 대가를 치렀다. 이는 장인과 사위라는 사적인 관계 때문에 가능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2009년 대원강업에 대한 투자는 지금까지 330% 이상의 수익률을 올린 성공적인 투자였다”며 “최근에 이뤄진 투자도 자동차 부품산업의 성장성을 높이 판단해 여유자금으로 단순 투자한 것일 뿐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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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길홍 기자 slize@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