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가 법적으로 금지되다보니 법적인 단속을 피해 성욕을 풀 수 있는 업소들을 찾는 이들이 자연히 폭증했고, 공급보다 수요가 월등히 높아지는 현상을 초래했다. 이는 자연스럽게 미리 예약을 하지 않으면 손님을 받을 수 없는 상황까지 불러온 것이다. 유흥업계에 불어 닥치는 ‘예약문화’의 단면을 취재했다.
취재진은 지난 5월 중순 강남에 위치한 일명 대딸방 A업소를 찾았다. 시간은 낮 2시 밖에 되지 않았지만 예약을 하고자 하는 손님들의 전화가 끊임없이 걸려오고 있었다. 대딸방의 호황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예약 전화 ‘폭주’
일부 남성들은 예약을 하지 않은 채 ‘지금 가도 되냐’고 문의를 했지만 업주의 태도는 단호했다. ‘미리 예약을 하지 않으면 다른 손님들이 피해를 보기 때문에 지금은 방문을 해서는 안된다’며 거절했던 것. 또 예약없이 업소를 찾은 손님들의 일부는 그냥 발길을 돌리는 사태도 벌어졌다. A업소의 경우 오전 10시부터 새벽 4시까지 하루 18시간을 ‘풀’로 영업을 하고 있었다. 아가씨들의 출근 시간인 10시를 전후해 2~3시간 정도를 제외하고는 늘 손님들로 붐비고 있었다.
업주 최모씨는 “1~2년 전만 해도 대딸방 업계는 언제든 손님이 와도 받을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얘기가 다르다. 예약을 하지 않으면 더 이상 손님을 받지 못할 정도가 되었다. 손님들이 많다는 이유도 있지만 이제 이 세계에서도 확실한 ‘예약문화’가 필요하다는 인식 때문이다. 특히 각 업소의 에이스급 아가씨들은 예약 개시시점인 오전 10시부터 채 5분이 지나지않아 이미 예약이 끝난다”고 귀띔했다.
준비된 서비스로 인기
이러한 예약문화에 대해서는 유흥업소를 찾는 남성들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평소 정통룸살롱을 자주 이용한다는 김모(34)씨는 “시간약속을 미리 정확하게 하게 되면 내 자신의 일상 스케줄을 흐트러뜨리지 않고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서비스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좋은 것 같다”며 “이런 것도 바쁜 생활을 하는 도시인들의 지혜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직장인 최모(38)씨 역시 비슷한 의견이다. 최씨는 “사실 미리 예약을 하고 정중한 대접을 받으면 마치 VIP가 된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이 사실”이라며 “무작정 업소에 가서 기다리는 것 보다 훨씬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예약문화의 또다른 장점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측에서도 보다 높은 수준의 질을 담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명동 고급룸살롱 ‘무겐’의 영업사장인 이정열씨는 “예약을 한 손님들에 한해서는 아가씨들이 미리 미리 준비할 수 있기 때문에 허겁지겁 손님을 맞지 않는다”며 “이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더욱 정성스러운 서비스를 할 수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늘 피곤해하는 아가씨들 역시 몸과 마음을 최상의 컨디션으로 유지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더군다나 일부 업소들은 예약된 손님들에 한해 고급차량으로 직접 업소까지 모셔오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한다.
성파라치 차단 효과도
하지만 성과 관련된 업소에 국한하여 생각하면 이러한 예약문화의 확산은 여러 가지 면에서 조명될 수 있다. 유흥업소의 예약 문화는 철저하게 자신의 시간을 관리하고 더 좋은 서비스를 받고 싶어하는 도시인들의 요구에서 시작된 것이기도 하지만, 업소 입장에서는 경찰의 갑작스러운 단속에 대비하고 미리 검증된 손님에 대한 안전한 서비스를 목표로 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특히 최근에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이미 업소에 대한 사전 정보를 얻고 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예약이 그리 어렵지 않다는 점도 예약 문화의 확산에 일조를 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대딸방 업소에만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안마업소나 회현동으로 지칭되는 여관바리업소도 마찬가지다. 이들 업소의 경우 단속의 위험이 상존하기 때문에 보다 적극적인 보안을 유지하기 위해서 사전 예약을 필수적인 것으로 여기고 있을 정도다.
오피스텔을 빌려 유사성행위를 제공하는 업주 김모씨는 “최근 경찰의 단속이 심화되고 있어 업주 측에서는 사전예약은 물론 잘 알지 못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최대한 검증을 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검증을 하는 방법은 비교적 간단하다. 일단 자신들이 홍보하는 관련 사이트에서 활동을 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손님들을 받는 것. 일단 닉네임만 들어도 대략 해당 손님의 활동 경험을 유추할 수 있기 때문에 이것이 가장 손쉬운 검증방법이라는 이야기다.
또한 그들이 소개하는 사람들에 한해서 손님들을 받고 있다는 것. 이렇게 하면 최소한 단속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성파라치에 대비할 수 있는 것도 물론이다.일반적인 의미에서의 예약문화는 매너일 뿐만 아니라 손님과 영업자간의 보다 좋은 서비스를 위한 장치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유흥업소에서의 예약은 단속을 피하는 도구로서 이용되는 면이 없지 않다. 예약문화가 성을 사고파는 업소에까지 번져나가고 정착되고 있는 것에는 씁쓸함을 지울 수 없었다.
# 레블루션실장 인터뷰"A급 아가씨는 줄서서 기다려야"
유흥업계 예약문화의 이면에는 소위 ‘에이스’라고 불리는 스타급 아가씨들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한두명의 에이스에게 다수의 손님들이 몰리다보니 자연스럽게 ‘줄’을 세울 수밖에 없는 처지. 따라서 에이스에 대한 예약은 필수적인 사항이 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대딸방 업계의 에이스에 대해 논현동에 있는 한 업소 실장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 낮에도 손님이 많은데 주로 어떤 사람들이 많이 오는가.
▲ 의외로 직장인들이 많다. 대부분 영업사원들이라고 보면 된다. 예전에 영업사원들은 시간이 나면 사우나를 가거나 했지만 최근에는 찜질방이나 대딸방에 자주 들른다. 약 1시간 남짓이면 모든 서비스를 체험할 수 있기 때문에 시간을 때우고 잠깐의 쾌락을 즐기기에는 안성맞춤이다. 60대가 넘은 어르신들도 종종 볼 수 있다. 성에 대한 욕구는 있지만 이를 충분히 풀 수 없기 때문에 이런 곳을 찾는 것이다. 솔직히 나이드신 어르신들이 이런 곳이 아니면 어디서 20대 여성의 서비스를 받아볼 수 있겠는가.
- 에이스를 잡기 위한 업소들간의 경쟁은 어떤가.
▲ 치열하다. 룸살롱 등에서도 최근에는 마이킹이 없어지는 추세다. 하지만 오히려 그런 개념조차 없던 이쪽 업계에서는 비밀리에 그와 비슷한 소위 ‘돈질’이 생겨났다. 그만큼 에이스가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 에이스에 대한 대우는.
▲ 일단 ‘에이스’로 소문나기 시작하면 그 한명이 업소를 먹여 살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그녀들에 대한 업소측의 배려도 대단하다. 보통 서비스 가격이 6만원이면 일반 아가씨들의 경우 업주와 3:3으로 나누게 된다. 하지만 에이스에겐 6만원의 돈을 그대로 모두 주기도 한다고 한다. 그렇게 해도 손님들이 있기 때문에 업주 측에서도 결코 손해가 아니다.
- 스카웃은 어떻게 진행되나.
▲ 비밀스럽게 진행된다. 경쟁업소로 바로 옮기기가 힘드니까 보통 한달 정도 쉬는 기간을 가진 후 다시 일을 하게 된다. 이때 스카웃을 하는 업주들은 에이스에게 일을 쉬는 한 달간 별도의 돈을 줄 정도로 인기가 높다. 대개 뉴페이스를 키우기보다는 유명해진 에이스를 빼가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는 업소의 실장들이 많다. 돈벌이가 되는 것으로 소문이 나면서 직장인들이 투잡의 개념으로 이런 업소를 운영하는 곳도 많을 정도로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여파인 듯하다. 이 업계도 스카웃 전쟁이 활발하게 진행되는 치열한 삶의 현장이다.
구성모 프리랜서(pandora21.com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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