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부녀 동호회원 ‘유인’…나체 사진 촬영 ‘금품갈취’
유부녀 동호회원 ‘유인’…나체 사진 촬영 ‘금품갈취’
  • 정은혜 
  • 입력 2006-06-07 09:00
  • 승인 2006.06.07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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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40대 남성이 수영장 여성회원들을 상대로 수차례에 걸쳐 강도·강간 행각을 벌여온 혐의로 최근 경찰에 붙잡혔다. 전국 수영대회 7관왕인 아마추어 수영선수 출신 박모(40)씨가 그 장본인. 박씨는 지난 7개월여 동안 ‘돈 많은’ 유부녀들을 여관에 유인, 성폭행 후 금품을 빼앗아 온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음료 등에 몰래 수면제를 넣어 잠들게 한 뒤 옷을 벗겨 나체사진을 촬영하기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조사결과 뜻밖에도 적지 않은 유부녀들이 ‘수영선수 출신’이라는 말에 혹해 박씨의 마수에 걸려들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까지 피해사실이 확인된 여성만 4명. 그러나 박씨가 소지하고 있던 동영상 CD와 나체사진이 무려 380여장에 이르고, 전국 수영장 회원들을 대상으로 범행을 저지른 점으로 보아 실제 피해자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전국 아마추어 수영대회에 출전하는 선수 중에서 박씨는 과연 ‘독보적인 존재’로 그 명성이 자자하다고 한다. 실제로 그는 막강한 전력을 자랑하기도 한다. 무려 7관왕이라는 눈부신 활약이 그것. 게다가 박씨는 수영선수 출신답게 훤칠한 키에 근육질 몸매, 준수한 외모까지 겸비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수영을 배우려는 유부녀들이 ‘혹’해 가슴 설레기도 했을 터. 박씨는 이러한 유부녀들의 심리를 이용, 비교적 쉽게 여성들에게 접근할 수 있었다.

사모님들 대상으로 ‘작업’

박씨의 범행대상은 모두 수영 동호회원들이었다. 그는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수영대회에서 알게 된 여성회원들과 가깝게 지내며, 그 중 돈 많은 ‘사모님’들을 대상으로 ‘작업’을 했다. 범행수법은 대담하면서도 의외로 간단했다. 점찍은 ‘사모님’들에게 다가가 “언제 시간나면 차나 한잔 하자”고 미끼를 던지는 것. 상대가 관심을 보이면 주변 여관으로 유인, 성관계를 맺으며 불륜행각을 저질렀다. 이 과정에서 박씨는 달콤한 스킨십과 매너 있는 행동으로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또 현란한 테크닉으로 잠자리를 만족시켰다는 후문이다.

박씨는 평상시 수면제, 캠코더 등을 휴대하고 다니기도 했다. 경찰은 “박씨는 언제 어디서든 범행할 준비를 하고 다녔던 셈”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박씨는 여성들이 샤워하는 동안 음료에 수면제를 넣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정신이 혼미해진 틈을 타 성폭행을 하려는 수작이었다. 그는 잠든 여성들의 은밀한 곳을 카메라에 담는 대담함도 보였다.

이렇게 촬영한 나체사진이 박씨의 집에서 무려 375장이 발견돼 경찰을 경악시켰다고 한다. 심지어 박씨는 잠이 든 여성의 옷을 벗겨 신체부위 곳곳을 동영상으로 촬영하기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문제의 동영상은 초점, 각도 등을 바꿔가며 적나라하게 찍어 보기 민망할 정도였다”며 “촬영된 피해여성들은 수면제를 먹은 탓에 완전히 곯아 떨어져 코고는 소리까지 녹음된 실정이었다”고 밝혔다. 이렇게 촬영한 동영상 CD만도 7개에 달한다.

“인터넷 유포” 위협

대체 박씨는 왜 이 같은 ‘파렴치’ 성범죄를 저지른 것일까. 경찰에 따르면 박씨는 그간 별다른 직업이 없어 생활고에 시달려 왔다고 한다. 단란주점 카페를 운영하긴 했지만 거의 ‘파리만 날리는’ 수준이었다고. 또 그는 ‘수영선수’였음에도 불구, ‘아마추어 출신’이기 때문에 수영대회에서 숱하게 입상을 해도 그저 ‘용돈’ 정도의 금액에 불과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한마디로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일정한 수입도 없고 갈수록 빚더미에 앉게 되자, 여성들의 나체사진, 비디오 동영상을 찍어 이를 미끼로 돈을 뜯어내려던 속셈이었던 것이다.박씨는 덫에 걸려든 일부 여성들에게 1차적으로 알몸 사진을 휴대폰으로 수차례 전송, 수치심을 자극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돈을 내놓지 않으면 남편에게 알리겠다”, “인터넷에 유포 시키겠다”고 위협, 협박도 서슴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렇게 해서 박씨가 4명의 여성들에게 뜯어낸 돈은 4차례에 걸쳐 2,500여만원에 이른다.

피해여성의 신고로 ‘쇠고랑’

그칠 줄 몰랐던 박씨의 범죄행각이 경찰에 꼬리를 잡힌 것은 한 피해여성이 더 이상의 피해자를 막겠다며 경찰에 신고를 했기 때문. 피해자 진술을 확보한 대전 둔산경찰서는 수색영장을 발부받아 지난달 31일 박씨의 집을 급습했다. 수사 기미를 전혀 눈치채지 못했던 박씨는 앉은자리에서 범행 장면을 담은 동영상 CD와 사진들을 고스란히 압수당했다. 경찰이 압수한 박씨의 수첩에는 수십 명의 여성 이름과 연락처가 적혀 있었다.

이들 여성은 대전, 울산, 제주 등 전국에 퍼져있는 수영장 회원들이었다. 현재까지 신원이 밝혀진 피해 여성은 4명. 모두가 지난해 11월 이후부터 최근까지 박씨의 범행에 희생된 여성들이다. 그러나 최근 경찰에 ‘얼마 전 박씨에게 당한 피해여성이 또 있다’는 제보가 접수돼 박씨의 범죄행각의 뿌리가 의외로 깊을 수도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사건을 담당한 강력3팀은 “지금은 수첩에 이름이 적힌 여성들에게 전화를 해도 피해사실이 없다며 함구하고 있다.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된 상황이라 구설수에 오를까봐 말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관심이 잠잠해지면 차근차근 조사를 해 박씨의 범행 전모를 밝혀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경찰조사 중 박씨는 “일자리는 못 구하고 생활비는 다 떨어져 어쩔 수 없이 잘못을 저질렀다. 여성들에게 모든 돈을 돌려 줄 계획”이라며 선처를 바랐지만 이미 때늦은 후회일 뿐이었다.



# 경찰수사 뒷얘기성관계 때 최음제도 ‘사용’

경찰에 따르면 박씨는 여성과의 ‘화끈한’ 성관계를 위해 여성흥분제까지 사용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역시 수면제를 사용했던 방법처럼 여성 몰래 커피 등 음료에 첨가한 것이었다. 여성흥분제는 국내에서는 구입할 수 없는 의약품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취재진이 식약청에 알아본 결과, 처방전이 있으면 국내에서 합법적으로 구입이 가능한 비아그라와 달리 여성흥분제는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구입이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즉 여성흥분제가 불법으로 국내 반입됐다는 얘기.

이에 대해 박씨는 “예전에 미국에서 직접 가져온 것”이라고 털어놨다. 경찰은 박씨가 여성흥분제를 범행에 사용하기 위해 단순 구입했던 것인지, 아니면 다른 목적에 쓸 요량이었는데 이번에 우연히 범행에 사용하게 된 것인지 등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만약 여성흥분제가 박씨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도 유통됐다거나 이외 다른 불법의약품 밀반입 등이 밝혀질 경우 사건의 파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정은혜  kkeunnae@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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