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건 모두 같은 장소, 비슷한 경위로 사망한 사건이다 보니 주민들의 반응은 예민하다 못해 공포에 떨고 있기까지 하다. 게다가 이들 사건이 ‘단순 추락사’가 아닌 ‘타살 후 유기’라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주민들의 ‘공포심’은 더욱 커지고 있다. ‘부산 괴담’까지 나돌 정도. 사망자 가족들과 부산대 총학생회 등은 여러 의혹을 제기하며 경찰의 재수사를 촉구했다. 심지어 네티즌들도 이들의 사망경위에 의문을 제기하고 나서 파장은 일파만파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괴담의 공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지난 6월 17일. 부산 장림동의 한 야산 목재야적장 인근에서 배씨의 사체가 발견되면서부터다. 경찰 수사결과 배씨의 행적은 지난 5월 8일 새벽 후배들과 술을 마신 뒤 택시를 타고 귀가하던 것이 마지막이었다. 당시 괴정동 부산은행 인근에서 실종돼 40여일 만에 변사체로 발견된 것. 배씨는 바위 사이에 엎드린 상태였고 심하게 부패돼 있었다. 사건 현장은 차량이 다니지 못하는 30m 높이의 낭떠러지 밑이다. 경찰은 배씨가 산속을 헤매다 30미터의 절벽에서 떨어져 추락사한 것으로 잠정 결론 내렸다.
경찰의 수사결과 발표에도 불구하고, 세인들이 이 사건을 ‘단순 추락사’가 아니라고 보는 이유는 3개월 전에도 현장 주변에서 이미 또 한구의 사체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숨진 배씨가 발견된 곳 인근에서 석 달 전, 80대 노인 구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구씨는 실종된 지 일주일 만에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된 것이었다. 경찰은 구씨가 평소 치매증세가 있다는 점을 들어, 길을 잃고 실족사한 것으로 결론지었다. 인접한 장소에서 근 몇 달 새에 연달아 두 명이 실종된 후 사체로 발견되자 경찰은 사건의 연관성에 주목, 즉시 수사에 들어갔다. 그러나 수사결과 연관성은 찾아볼 수 없었다. 게다가 아직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최종 감정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태라 예단할 수 없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미스터리한 죽음에 의문 잇따라
하지만 숨진 배씨와 구씨 가족들은 경찰 수사발표에 대해 납득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배씨 가족의 경우, 배씨가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캄캄한 밤에, 그것도 술을 먹고 절벽을 올라갔을 리 없다는 주장이다. 또 발견 당시, 가방을 맨 채 절벽 바로 밑에 있었는데 가방은 닫혀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mp3, 신발 등 소지품은 건너편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는 점, 바위 사이에 엎드린 상태로 발견된 배씨가 왼쪽 갈비뼈와 어깨 등만 다쳤을 뿐 다른 곳은 이상이 없다는 것으로 보아 추락사라 보기 힘들다는 게 배씨 가족의 주장이다.
아울러 실종 당일 배씨와 함께 있었다는 선배 A씨는 “택시비를 챙겨주고 혼자 내렸을 정도로 크게 취하지 않았었다”면서 “또 집에서 떨어진 야산 입구에서 방향감각을 잃고 산 속으로 200m를 더 들어가 30m 아래의 낭떠러지에서 떨어졌을 리 없다”며 경찰의 수사에 의혹을 제기한 상태다. 또 지난 1일부터 인터넷 포털사이트를 통해 당국에 철저한 수사를 요구하는‘네티즌 청원운동’도 벌이고 있다. 배씨는 1차 국과수 부검 결과, 왼쪽 어깨부터 갈비뼈, 대퇴부까지 약 50㎝ 정도 아래위로 이어진 뼈들이 일제히 두 조각으로 부러져 많은 조각으로 골절돼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구씨 가족의 주장도 여러 의혹을 제기하기는 마찬가지다. 경찰에 따르면 당시 구씨는 곤히 자는 모습으로 똑바로 누워있는 채로 발견되었다.
이에 대해 구씨의 며느리인 A씨는 “만약 이 위치에서 실족사한 것이라면 거꾸로 떨어졌다고 봐야 하는데 귀밑 부분에 상처만 있었을 뿐 멀쩡했다”면서 “게다가 나이 드신 어머님이 갑자기 산에는 왜 올라갔겠느냐”며 수사결과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실제로 A씨에 따르면 사건이 발생한 야산은 평소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 곳이며, 사고 현장인 절벽 위에는 사고를 막기 위해 철조망까지 쳐져 있다. 이 같은 정황으로 보아 두 사람 모두 실족사했다는 경찰의 수사결과는 쉽게 수긍이 가지 않는다는 것이 가족들의 지배적인 의견이다. 즉, 숨진 사람들이 어딘가에서 사고를 당해 옮겨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성난 민심, 괴담까지 나돌아
따라서 이 사건을 두고 주민들 사이에서는 흉흉한 민심과 괴담으로 직결되고 있다. “불안해서 못 살겠다”, “같은 지역에서 몇 달 만에 2건이나 일어나는 게 말이나 되는가”, “사체에 내장이 없고 각막이 없다더라”, “납치한 후 장기적출을 하는 사람들의 소행이다” 라는 둥 온갖 풍문이 떠돌고 있는 실정이다. 또 별 진전 없이 제자리 수사에 머물고 있는 경찰수사 및 평소 허술한 치안 시스템에 대한 불만도 터져나오고 있는 상태다. 그러나 주민들은 극도의 불안감을 느끼면서도 단지 ‘소문’과 ‘우연’일 뿐이라고 믿고 싶은 눈치다. 경찰 역시 이번 사건이 ‘장기적출자에 의한 살인’이라고 비쳐지는 것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사건을 담당한 부산 사하경찰서 관계자는 최근 떠도는 풍문 때문에 골머리가 아픈 모양새이다. 이 관계자는“최근 강력사건이 빈번하게 터지긴 했지만, 아직 국과수의 최종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이런 억측을 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오버하지 말라”고 언성을 높였다. 이어 그는 “인터넷에 돌고 있는 소문은 가히 소설이나 다름없다”며 “분명한 것은 사체의 장기들은 모두 있었다”고 단언했다. 국과수 결과가 나오지 않은 가운데 장기 유무 여부를 어떻게 아느냐는 질문에 관계자는 더이상의 말을 아꼈다. 경찰은 7월 중으로 국과수의 최종 정밀감정 결과를 확인한 후, 이번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수사력을 집중할 계획이다. 과연 멀지않아‘부산 괴담’에 마침표가 찍힐까.
정은혜 kkeunnae@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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