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시간 혼자 있는 여성만 노려 성폭행
오전시간 혼자 있는 여성만 노려 성폭행
  • 양세훈 
  • 입력 2006-07-28 09:00
  • 승인 2006.07.28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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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발이가 전국적으로 기승이다. 성폭행 범인을 지칭하는 말이다. 전국 곳곳에서 부녀자를 노린 성폭행 사건이 꼬리를 물고 있다. 경찰의 방범활동과 수사는 ‘제 자리 걸음’이라서 치안 불안이 높아만 가고 있다. 특히 성폭행 범죄는 범인들이 죄의식을 느끼지 않는데다 피해 여성들도 신고를 꺼리고 있어 사건이 좀처럼 해결되지 않은채 연쇄 범행으로 이어지고 있다. 1년간 50여명의 여성을 연쇄 성폭행한 30대 범인 방모 씨가 경찰에 체포됐다. 경찰 조사를 통해 밝혀진 그의 성폭행 내용은 충격적이다.



최근 1년 여간 서울 강남 일대에서 발생한 연쇄 성폭행 사건의 유력 용의자 방모(31)씨가 경찰에 붙잡혔다. 기가 찬 건 그가 일주일에 한번 꼴로 범행을 저질렀으며, 피해자가 지난 1년간 50여 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용의자 방모씨는 오전시간 커피숍과 병원 등을 오가며 영업 준비를 하던 여성 종업원을 상대로 성폭행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2005년 11월 4일 오전 서울 강남구의 한 커피숍. 종업원 A씨는 출근과 동시에 오픈 준비를 위해 혼자 청소를 하고 있었다. 이때 말쑥한 차림의 방 씨가 가게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는 커피주문을 했다. 주문을 받은 여종업원이 청소를 중단하고 주방으로 향하는 것을 뒤 따라가서 폭행을 한다. 영문도 모른 채 얻어맞아 반항을 포기할 쯤이 되면 미리 준비한 끈으로 양손을 묶은 뒤 성폭행했다. 그리고 현금 22만원도 빼앗았다. 그리고 방씨는 호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꺼내 B씨의 나체 사진을 찍었다. 방씨는 “신고하면 인터넷에 올리겠다”고 협박을 한 뒤 업소를 빠져 나갔다.

여자 혼자 있는 시간 택해 범행

방씨는 지능적인 성폭행범인 것으로 알려졌다. 보통 커피숍이나 개인 병원은 오전 10~11시께는 여종업원이나 아르바이트생이 혼자서 청소를 하면서 영업을 준비한다. 이 사실을 숙지하고 커피숍과 병원을 범행장소로 활용한 것이다. 한편 범행을 저지르면서도 현장에 지문을 남기지 않기 위해 반드시 장갑을 착용한 것으로 알려졌다.더구나 신용카드나 수표 대신 현금만 빼앗아 경찰의 추적을 피하는 용의주도한 태도로 수사망을 1년이 넘도록 피해 다녔다고 한다. 이 같은 수법으로 커피숍에서만 저지른 방씨의 강도 강간 사건이 무려 23건인 것으로 확인됐다.

택배 가장해 집에 들어가 범죄

경찰의 추가 조사로 밝혀진 방씨의 또 다른 범행 수법 역시 치밀했다. 혼자 살고 있는 여성들을 미리 파악한 뒤 택배 배달원 등이 다녀가면 곧바로 초인종을 눌러 배달원으로 가장해 문을 열도록 유도했다. 그리곤 집안으로 들어가 여성을 성폭행하고 금품을 빼앗았다. 미리 범행 장소와 대상을 파악하는 등의 치밀한 계획을 세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고교시절 성추행 범죄 구속 전력

방씨는 이미 고등학생 때부터 여학생의 가슴을 만지는 등 성추행을 시작했다고 한다. 지난 1993년 여고생을 뒤따라가 가슴을 만지는 등의 성추행범죄를 저질렀고 이로 인해 구속됐다. 이후 H전문대를 중퇴한 방씨는 2002년 흉기로 길 가는 여성을 위협해 강간한 혐의로 구속돼 2년간 복역하고 풀려났다.

주방보조를 통해 생계를 이어가다 출소한 지 1년도 안된 지난해 4월 본격적인 범행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방씨는 휴대전화 카메라로 피해 여성의 나체사진을 찍고 “인터넷에 공개하겠다”고 협박했지만 피해여성 50명 가운데 41명은 경찰에 직접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는 서울 47명, 경기도 3명으로 총 50명이나 된다.

일주일에 한 번 꼴로 범행을 저지른 셈이다.경찰은 피해자 진술과 작년 12월10일 중구 충무로의 한 카페에서 방씨의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TV(CCTV)를 확보해 수배전단을 만들어 돌렸다. 이를 본 시민들의 제보로 지난 13일 서울시내 한 헬스장에서 방씨를 붙잡을 수 있었다. 서울강남경찰서는 방씨를 강도강간과 성폭력 혐의로 지난 20일 구속하고 밝혀지지 않은 다른 범행이 있는지 계속해서 수사를 벌이고 있다.성폭행 피해자 가운데는 상당수가 수사기관에 신고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실제 성폭행 피해 여성은 신고된 건수의 몇 배에 이른다는 게 통설이다. 때문에 경찰은 강도 높은 수사를 통해 추가 범행을 수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폭행 범죄 왜 사라지지 않나

성폭행 범죄가 연쇄적으로 일어나는 이유는 자신의 행동을 범죄로 느끼지 못하고 성관계를 했다는 식으로 스스로를 정당화하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실제 전국을 무대로 부녀자 100여명을 성폭행했다 검거된 ‘대전 연쇄성폭행범’도 범죄는 시인하면서도, 자신의 행동이 타인에게 끼친 피해를 자각하지 못했다. 이른바 ‘싸이코패스’기질을 보였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연쇄성폭행 범인의 경우 자신의 죄를 큰 범죄로 보지 않고 정당화하려는 경우가 많다. 피해여성이 신고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연쇄적인 범죄 충동을 불러 일으킨다”고 말했다.성폭행 범죄가 원한 관계나 금품 등을 노린 다른 강력범죄와는 달리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고 있어 범인을 검거하기 어렵다는 점도 대담한 연쇄 성폭행을 불러오고 있다는 지적이다.

순천향대학교 엄영란(간호학과) 교수는 “다른 국가에 비해 성범죄에 대한 처벌이 약하고 재범방지를 위한 체계적인 관리를 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성폭행 범죄가 점차 잔혹해지고 대담해지는 데 비해 가해자에 대한 처벌과 사회적인 감시가 미흡해 제2, 제3의 성 폭행범을 양산해내고 있다. 이에 따라 성폭행 범죄에 대한 처벌과 감시를 선진국 수준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양세훈 기자>twonews@ilyoseoul.co.kr

양세훈  twonew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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