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유 주수도 회장이 검거됨에 따라 검찰 수사에 탄력이 붙었다. “나는 잘못한 일이 없기 때문에 언제든지 검찰 조사에 응하겠다”던 주 회장이다. 그러나 검찰에서 200억원대의 비자금을 찾아내면서 최종 소환을 통보하자 지난 6월 중순 회사 홈페이지에 “모든 책임을 지겠다”는 글을 남기고 돌연 잠적했었다. 주 회장은 도피 38일 만에 잡혔다.
검거직후 그는 “국정원 자료와 정·관계 로비 의혹 등 억울하게 누명을 쓴 상태에서 조사를 받기 싫었다”고 도피 이유를 밝혔다. 정말 억울한 것인지 아니면 뻔뻔한 것인지는 검찰 수사로 드러나겠지만 그의 말처럼 지금 국정원 자료로 인해 정·관계 로비 의혹과 수천억원대의 비자금 조성 등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한나라당 권영세 의원측이 입수한 국정원 보고서의 핵심 내용은 청와대 비서관과 열린우리당 의원 등 여권 고위급 인사들이 제이유네트워크와 연루되어있다는 부분과 JU그룹이 회사 경영진 등을 통해 2,000억원대의 비자금이 조성 관리되고 있으며, 이중 100억원 상당이 해외법인으로 밀반출됐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열린우리당·한나라당·민주당 등 40여 명, 경찰쪽 60여 명, 법조계 10여 명, 언론계 간부급 20여 명 등이 제이유그룹의 로비를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황. 결국 로비의 핵심 인물인 주 회장이 검거된 이상 검찰수사가 어떻게 이뤄질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한나라당은 논평을 통해 “이 사건은 권력비리 사건이기 때문에 반드시 실체를 밝혀야 한다”며 연일 공세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본지의 취재결과 주수도 리스트에는 로비의혹을 받고 있는 사람의 이름과 직책 등 개인 신상정보가 상세히 기록돼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명단에 기록된 사람은 총 62명으로 일부언론에서 밝힌 대로 정·관계 인물들이지만 그 수가 100명을 넘지는 않았다.
주 포섭 대상은 검·경
이미 검찰도 이 리스트의 명단을 확보하고 수사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주목할 점은 이 리스트에 상당수 검·경 관계자들이 포함돼 있다는 점. 이로 미뤄 주회장이 얼마나 용의주도하게 로비대상을 설정 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때문에 주회장 비호세력이 있을 경우 수사에 상당한 방해공작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다만 이번 사건이 이미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고 검찰의 수사의지가 강하기 때문에 보다 정확한 수사를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다.
검찰에 따르면 주 회장은 조사가 이뤄지는 동안 목청을 높이지 않고 순순히 조사에 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그래도 혹시 모를 일에 대비해서 조사실 내에 흉기가 될 만한 물건들을 치웠다고. 일선 검찰 내부에서는 주회장이 8~10년 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하고 있다.
국정원보고서는 총 24페이지
과연 ‘제이유 그룹의 비호 세력은 누구인가.’ 국정원 보고서에는 주 회장이 조성한 2,000억원대 로비자금 성격과 비자금 은닉처, 각계에 대한 로비 실태 등 제이유네트워크가 ▲납품가 조작 등으로 부당이득 취득 ▲사채놀이 등을 통해 비자금 증식 ▲비자금 해외 밀반출 의혹 ▲외연확대 등으로 부실 은폐 ▲정·관계 대상 금품 살포 등의 불법적인 활동을 했으며, 청와대 비서관을 포함한 정·관·언론계 등 각계 지도층의 가족을 회원으로 끌어들여 특별관리했다는 내용이 자세히 명시되어 있다.
이를 토대로 서울동부지검이 집중수사를 펼치면서 국정원이 제기한 제이유 그룹 비리가 상당부분 사실에 가깝게 밝혀지고 있다.국정원이 포착한 2,000억원대 비자금 가운데 검찰은 지금까지 200억원대를 찾아냈다. 국정원 보고서는 주회장이 차명계좌를 통해 개인금고에 수백억원을 보관했으며 제이유백화점 이사 김모씨를 통해 투자지분 형식으로 비자금을 은닉해 특별 관리했다고 밝히고 있다. 또 검찰은 바로 주회장의 특수관계인 김모씨의 계좌를 뒤져 비자금 성격의 돈 85억원을 찾아내고 그녀를 구속했다.
강화도 골프장개발사업 명목으로 부동산 개발업자 ㄴ씨를 통해 32억원을 횡령해 주식투자에 사용했다는 점도 밝혀냈다.정·관계로비는 주 회장 주도하에 그의 신뢰를 얻은 2명에 의해 이뤄졌다. 만약 상대방이 거부할 경우 그의 친인척이나 주변인을 포섭해 압력을 가하는 방법을 동원했다. 그러나 현재 일부언론과 관련자들이 입수한 국정원 제이유보고서는 알려진 대로 9페이지가 아닌 총 24페이지인 것으로 취재결과 밝혀졌다. 전달되는 과정에서 어떤 이유에서인지 15페이지가 누락된 것이다. 그렇다면 누가 왜 어떤 목적으로 나머지 페이지를 누락시켰는가에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누군가는 이 보고서의 누락부분을 포함한 총 24페이지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과연 사라진 15페이지의 내용이 무엇이며 왜 9페이지만 공개했는지 그리고 언제 나머지 내용이 공개될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꼬리를 물고 있다.
주 회장 옹호 회원이 더 많아
‘제이유사업피해자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측이 주장하고 있는 피해자 수는 35만 여명, 가구당 4인 가족으로 따져도 족히 전국적으로 150만 명이 제이유와 관련이 있다고 보면 된다. 피해액은 5조6,000억원에 이르고 회원들이 받지 못한 수당만 4조원 가량에 이른다. 이들에 대한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나 다단계사업의 특성상 제이유 사업자들은 지금 3개 부류로 나뉘고 있다.
첫째 비대위측과 같이 제이유에 속았다는 사람들로 이들은 ‘주수도검거조’를 조직하는 등 피해보상요구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둘째 부류는 서울시청 앞 집회나 동부지검 앞 집회에서 보듯이 아직도 주 회장을 추종하는 사업자들이다. 이들은 어떤 세력이 주 회장을 음해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한편, 제이유 살리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셋째 부류는 이도저도 못하고 눈치만 살피고 있는 대부분의 사업자들.현재 비대위에 소속된 회원수는 약 600명이나 제이유 관련 서울시청 앞 집회나 동부지검 앞 집회에 모이는 회원은 약 2,000여명으로 제이유 살리기 회원들이 훨씬 많은 상황이다.
비대위 관계자는 “7월말 제이유 본사가 경매에 넘어가는 등 공중분해 위기에 처해 있지만 아직도 주 회장을 추종하는 회원들이 대부분”이라며 “이들 때문에 당분간 제이유 사업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공정위와 조합은 몰랐을까? 왜 쉬쉬했을까?
이번 제이유 사태가 이처럼 이슈화된 건 모 인터넷 언론에서 국정위 문건을 입수하고 제이유를 폭로하면서부터다. 물론 그전에 제이유 사업자들의 수당지급 문제 등으로 간간이 언론에 기사화됐지만 이처럼 정·관계를 긴장시키고 국민의 공분을 살 만큼은 아니었다.
현행 다단계사업은 공정위의 관리감독하에 ‘직접판매공제조합’과 ‘특수판매공제조합’에 소속해야만 공식적으로 영업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제이유는 작년에 특판조합에서 영업정지처분된 상태로 이후부터는 사실상 불법다단계 영업을 해온 것이나 다름없다.
이처럼 치명적인 영업정지를 당한 이유는 매년 사업자 수를 특판조합에 등록해야 하지만 제이유는 매번 사업자 수를 누락시키는 방법으로 분담금을 줄여왔기 때문. 그 액수만 1,600억원에 달한다. 이를 특판조합에서 시정명령을 했으나 제이유는 따르지 않았고 결국 영업정지를 당한 것이다. 비대위 관계자는 “제이유가 비자금을 모으고 있다는 사실을 감독기관도 자체 조사를 통해 어느 정도 파악했을 수도 있다”며 “분담금 1,600억원이 아마 주회장의 비자금으로 흘러갔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
# 주수도 회장은 누구?‘제이유네트워크’ 국내 최대 다단계 판매 업체로 키워
제이유 그룹의 정·관계로비설은 주 회장 이력을 들여다 보면 보다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주회장은 1970년대 후반 서울 학원가에서 유명한 영어강사였다. 1982년부터 출판사와 학원을 운영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특히 주회장은 1987년 신민주공화당 강남지구당 위원장을 맡아 대통령선거에서 김종필 후보를 돕는 등 정치권에서 활동한 바 있다.
당시 당내에서 ‘21세기형 지도자’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이후 1992년 건설회사를 인수하고, 1996년 컴퓨터 관련 네트워크 마케팅 사업을 창업했다가 실패했다. 그리고 1999년 다단계판매회사인 제이유네트워크를 만들어 7년 만에 국내 최대 다단계 판매업체로 키웠다. 이렇게 크기까지 뒤를 봐주는 정·관계 비호세력이 있다는 의혹이 꾸준히 제기됐고 이 소문은 회원들이 회사를 신뢰하는데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또 주 회장은 제41회 대종상 시상식을 협찬하면서 조직위원장을 맡아 감독상 시상자로 나서는 한편 대학에서 ‘네트워크 마케팅’과 관련된 강연을 하는 등 자신의 사회활동을 적극적으로 알렸다.
특히 이번 주 회장 변호인 명단에는 송광수 전 검찰총장, 제갈융우 전 대검 형사부장, 김영진 전 대구지검장, 박태석 전 서울동부지검 차장 등 모두 30여 명으로 웬만한 재벌이나 거물 정치인 사건보다 규모가 크다. 전직 검찰총수가 개별 사건의 변호를 맡은 것도 드문 일이다.<훈>
양세훈 twonew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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