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은 노출의 계절이다. 올해의 컨셉은 S라인이다. 여성들은 비키니 차림으로 자신의 S라인 몸매를 자랑한다. 비키니를 입은 모습을 몰카로 찍어 인터넷에 올리는 ‘비키니 파파라치’가 기승을 부리며 바닷가마다 ‘파파라치’주의보가 발효됐다. 파파라치의 대부분이 남성들인 이들은 고성능 카메라로 무장, 멀리 있는 여성의 모습을 줌으로 당겨서 찍기 때문에 당사자들은 본인이 찍히고 있는지 잘 알아채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이러한 사진들은 일부 ‘섹티즌’들의 ‘눈요기감’이 되고 있어 여성들로서는 매우 불쾌한 일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사진을 찍는다고 해서 누군가로부터 특별한 경제적인 보상을 받는 것은 아니지만 일부 남성들은 사진찍기 자체를 즐기면서 특정 웹사이트에서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몰래 카메라로 찍은 사진들은 여성을 비하하고 성적 대상물로 전락시킨다는 점에서 보다 큰 문제를 안고 있다 휴가철 해변에서 은밀히 활동하는 ‘비키니 파파라치’의 세계를 취재했다.
최근 동해 해변으로 휴가를 떠났던 김모(27)양과 최모(26)양은 매우 불쾌한 경험을 했다. 한여름의 더위를 바닷가에서 식히고 있던 그녀들은 자신들의 사진을 몰래 찍던 한 남성과 크게 싸움을 벌였기 때문이다.
사진기를 들고 자신들의 주위를 계속 맴돌던 것을 이상하게 여긴 김양이 그 남성에게 ‘왜 허락도 없이 우리를 자꾸 찍느냐’고 화를 내기 시작했고 이를 부인하던 남성과 실랑이 끝에 파출소까지 가게 됐던 것.
남성은 “그냥 풍경 사진을 찍었을 뿐이며 그 와중에 여자들의 모습이 들어간 것일 뿐”이라고 변명을 했다. 결국 남성은 경찰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자신이 이제까지 찍은 사진을 모두 검색당해야 했고 그 사진들 속에는 김양과 최양 역시 적나라한 몸매를 드러내는 모습이 들어있었다.
김양은 “다행히 그 사람의 경우 그냥 변태라고 생각하고 넘기면 그만이지만 사진기를 들고 다니는 다른 모든 남성도 이상한 눈으로 볼까 걱정된다”며 “도대체 왜 그러한 짓을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 남성은 비록 법적 처벌을 받지 않았지만 낯선 여성들 앞에서 톡톡히 망신을 당해야만 했다.
해변을 서성이는 파파라치들
낮에만 이러한 비키니 파파라치가 활동하는 건 아니다. 최근에는 야간에도 적외선 모드로 촬영할 수 있는 첨단 기능을 갖춘 카메라가 많이 시중에 나옴에 따라 밤낮을 구분하지 않고 도처에서 비키니 파파라치들이 활동하고 있다.
특히 야간에는 청춘 남녀들의 ‘본격적인 애정행각(?)’이 야외에서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몰카’에 가까운 비디오들이 인터넷 상에 떠돌고 있다. 주요 타깃은 으슥한 공원 벤치나 숲속 등에서 진한 애정행각을 벌이는 이들. 때로는 거침없는 성행위도 일어나고 있어 거의 포르노에 가까운 수위가 연출되기도 한다고 한다.
비키니 파파라치들이 이러한 사진을 찍는 것은 그 스스로 일종의 관음증에 가까운 성향을 충족시켜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인터넷 사이트에 사진을 올린 뒤 그 반응을 즐기기 위함이다.
몰카 및 페티시 사진 전문 사이트들에서는 이러한 비키니 사진들이 올라가면 그 사진들에 대한 다양한 반응이 댓글로 올라온다. 혹시라도 수위가 좀 낮으면 ‘좀 더 강한 걸 올려달라’, ‘이번 것은 좀 약하지만 그런대로 볼만하다’ 등등의 의견을 서로 교환하면서 서로를 부추긴다는 것. 특히 조회 수에 따라서 등급이 상승되기 때문에 보다 활발한 활동을 하려는 이들이 점차 많아지고 있다.
해변에서의 이러한 비키니 사진을 찍는 것에 대한 법적인 처벌은 좀 애매한 부분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예를 들어 길거리에서 여성의 치맛 속을 몰래 촬영한 경우에는 성폭력 특별법 위반 혐의로 구속 수사까지 가능하지만 해변에서의 사진 촬영에 대한 기준은 아직 없기 때문이다.
법적 기준 모호해 단속 어려워
또한 이러한 기준 자체를 설정하기가 힘든 면도 있다. 함께 해변으로 휴가를 간 남녀는 얼마든지 서로의 사진을 찍을 수 있고, 그 과정에서라도 우연치 않게 다른 여성들의 모습이 찍힐 수도 있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비키니를 입는 것 자체가 여성들 스스로 선택한 것이기 때문에 이것을 촬영하는 것에 대한 법적인 해석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해변에서 찍은 사진을 자신의 블로그나 사이트에 올리면서 이것이 무차별적으로 유포되는 경우도 있다. 이때 사진을 올린 당사자들은 해변에서 보낸 즐거운 여름 한철의 추억어린 사진일지 모르겠지만 이러한 사진들을 여러 장 모아 유포를 하게 되면 영락없는 ‘해변 몰래 카메라’처럼 둔갑하게 된다.
최근 사이월드를 통해서 올렸던 자신의 사진이 유포된 것을 알게 된 김모양은 “내 사진이 이상한 사이트에서 유포되고 있다는 것을 알고 경악했다”며 “앞으로는 개인 커뮤니티를 꾸미는데 있어서도 주의를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남녀 두 사람이 이용하는 바닷가 텐트는 몰카 파파라치들의 먹이감이다. 낮에 고성능 몰카를 설치한 뒤 밤에 사랑행위를 하는 장면을 녹화하여 인터넷에 올리는 것도 예사라고 알려졌다.
지난해 <해운대 연가>시리즈 등이 대표적인 작품이다. 때문에 해변에서의 지나친 사랑행위는 금물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페티시 사진 마니아 이모씨 인터뷰
“노출이 많은 강남여성들이 사진발을 잘 받죠”
자영업자인 이모(41)씨는 스스로를 ‘페티시 사진 마니아’라고 부른다. 페티시 사진이란 길거리, 혹은 해변 등 공공의 장소에서 섹시한 여성들을 촬영하거나, 특정 부위를 강조하는 사진을 찍는 사람들을 말한다. 이씨는 길거리에서 사진을 찍다가 여성들과 싸우기도 수차례였다고 한다. 일주일에 2회 정도 ‘길거리 출사’를 나간다는 그와 인터뷰를 할 수 있었다.
- 우선 이러한 사진을 찍는 이유가 뭔가.
▲알다시피 이런 거 찍는다고 누가 돈 주는 건 아니다. 일종의 자기만족이라고 할 수 있다. 음식을 먹는 것에도 취향이 있고 옷을 입는 것에도 스타일이 있는 거 아니냐. 사진 촬영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풍경이나 인물을 좋아서 찍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나처럼 길거리의 예쁘고 아름다운 여성들을 찍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는 것 아닌가.
- 하지만 일종의 사생활 침해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물론 그런 부분을 전혀 배제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최대한 초상권을 보호해주기 위해서 노력한다. 얼굴은 절대 나오지 않도록 한다. 모자이크를 하는 게 아니라 얼굴까지 찍혔을 때는 아예 편집할 때 목 이상은 잘라버린다.
- 법적인 처벌을 받은 적은 없나.
▲아직까지 그런 적은 없다. 일부 페티시 마니아들은 길거리에서 여성들의 치맛 속을 촬영하기도 하지만 그건 명백히 법을 어기는 것이고, 나는 그렇게 까지는 하지 않는다. 솔직히 사진을 찍지 않더라도 길거리에서 예쁘고 섹시한 옷차림으로 다니는 여성을 만나면 눈으로 즐기지 않는가. 우리는 단지 그것을 사진으로 찍을 뿐이고 해당 여성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에서 그런 것들을 즐길 뿐이다.
- 주로 사진을 찍는 장소는 어디인가.
▲아무래도 젊은 여성들이 많이 오는 곳이다. 홍대 인근이나 명동, 신촌이나 압구정동, 논현동 등이다. 아무래도 강남지역의 여성들이 노출이 더 심해 ‘사진발’을 잘 받는 편이다.
- 현재까지 얼마나 많이 찍었나.
▲아마도 족히 수만 장은 될 것이다. 사진들을 보관하기 위해서 별도의 하드디스크 드라이브까지 구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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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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