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그 새벽
-장미향
조심스럽게 가파른 계단을 숨 몰아쉬며
무거운 발걸음으로 오른다.
시민들의 심신(心身)을 가꾸는
사랑 터 남산공원으로.
사노라면 시시때때로 수많은 생각으로
흐릿하기 일쑤인데
그날 그 새벽, 잠자리를 털고 새벽을 걸으며
시간을 쪼개어 여기저기 떼어 부치다가
햇살에 눈부신 하얀 남산을 본
그 순간만은 선명했다.
또렷하게 떠오르는 예전 그 어느 날 걸었던
가로등 불빛이 희미해져 가는 새벽
거기다가 온통 하얗게 덮인 눈 섶에선
미처 잠에서 깨지 못한 까투리
놀라 푸드득 눈가루 흩뿌리며 날아오른다.
감성에 빠져 눈치 없는
인기척에 단잠을 깼나 보다.
미안한 맘도 잠시,
하얀 공기가 들락거리는 내 몸은
눈꽃 핀 나무사이로 공중을 날고 있다.
트랙 한 바퀴 돌고 내려오는 계단에
바싹 마른 흙이 뿌려져 있다.
모두 미끄러지지 말라는 배려가 묻어난다
한해가 저물어 가는 끝자락
매콤한 추위마저 못 느끼게
기꺼이 따끈한 맘 뿌려놓고 가신 그분처럼
사회 곳곳에서 남을 위한 배려
고마운 맘들이 눈처럼 흩날리면
세상엔 훈훈한 웃음꽃 가득할 텐데…
*추운 겨울날 새벽, 늘 푸근하고 절친한 친구 같은 남산공원에서.

장미향 시인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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