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몸값 올려 되팔아 차익 챙긴다”는 의혹… 왜?
- 매각 후 한국 철수 시 ‘먹튀’ 논란 재점화 가능성도
[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은행장 리차드 힐)의 한국 철수설이 다시금 불거지고 있다. SC지주와 은행 측은 강력히 부인하고 있지만 반복된 자산 매각과 고배당 때문에 큰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만약 SC그룹이 국내 지주와 은행을 매각하고 본국으로 철수할 경우 외국계 자본에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먹튀’ 논란도 다시 한 번 재현될 전망이다.

SC지주는 지난달 27일 보도해명자료를 통해 “SC은행의 한국 철수설은 사실무근”이라며 “향후에도 한국에서 지속적으로 비즈니스를 성장시키며 한국사회에 기여하고 함께 발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전에도 악성 루머 유포자를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바 있다”며 “이번 매각설 유포에 대해서도 강력한 법적 조치를 취해나갈 방침”이라고 선언했다.
계속되는 부정에도 사그라지지 않는 매각설
실제로 SC은행의 매각설은 그동안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최근에는 본사인 영국 SC그룹 측에서 이르면 내년 1분기에 한국 SC은행을 포함한 SC금융지주를 매각하고 한국 시장에서 철수한다는 것이 매각설의 주된 내용으로 떠올랐다. 이미 SC그룹 CEO인 피터 샌즈 회장의 핵심 측근이 국내 모 금융지주 최고위 관계자를 만나 매각 의사를 타진했다는 구체적인 전언까지 나올 정도다.
앞서 SC은행은 2010년에도 부동산 집중 매각이 불거지며 한국 철수설에 시달린 바 있다. 유원일 전 창조한국당 의원은 2010년 국정감사에서 SC지주가 옛 제일은행을 인수한 2005년부터 3000억 원대에 이르는 35건의 부동산을 집중적으로 헐값 매각한 데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지난해에도 유 전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SC지주가 다시금 추가적으로 600억 원에 달하는 9건의 부동산을 매각한 것에 대해 질타했으며 상습적인 회계부실과 MR계정을 통한 본사 송금의혹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금융권에서는 SC지주가 돈이 될 만한 부동산을 모두 팔고 본국으로 돌아가려는 것이라는 추측이 난무했다.
매각설이 불거질 때마다 SC은행과 지주 측은 강력히 부정했다. 하지만 지난 4월에 불거진 매각설은 본사로 송금한 1000억 원대 배당과 27개 지점 폐쇄로 촉발돼 그 어느 때보다도 강력했다. 급기야는 피터 샌즈 SC그룹 회장이 직접 내한해 기자간담회를 열어 해명하기에 이르렀다. 리차드 힐 SC지주 회장 겸 은행장도 여러 차례 부인을 거듭해왔다.
외국계 자본 특유의 한계 봉착했나
정작 SC 측이 부정해도 이러한 매각설이 계속해서 회자되는 것은 외국계 자본의 ‘먹튀’ 우려 때문이다. 이미 ‘론스타 사태’를 경험한 국내 금융시장에는 외국계 자본의 차익 실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박혀 있다.
특히 SC은행은 실적 부진 속에서도 본국에 돌아가는 배당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거기다 계속해서 부동산 등 보유 자산을 정리하고 IT부문의 투자를 부풀리는 모습은 의심을 사기에 충분했다는 것이 금융권의 평가다.
이로 인해 SC은행은 지난 국정감사에서도 여야를 막론한 공격적인 질문 공세에 진땀을 흘려야 했다.
김영주 민주통합당 의원은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리차드 힐 은행장을 향해 “SC은행이 2005년 제일은행을 인수한 뒤 5000억 원이 넘는 부동산을 매각하고 지점 수도 10%가량 줄였다”면서 “‘먹튀’를 준비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어 김 의원은 “지난해 SC은행은 당기순이익의 80% 이상인 2000억 원가량을 배당했다”면서 “대주주들이 대부분 외국인인 탓인지 자금이 외국으로 새나가고 있다”고 추궁했다.
또한 김 의원은 “SC은행이 부동산 매각대금 3500억 원을 IT시스템에 재투자한 것에 대한 정확한 자료를 제출해달라”면서 “일례로 알리안츠그룹이 한국 진출 이후 IT시스템을 바꾸는 데 총 380억 원이 들었다고 하는데, SC은행이 지난해에만 해당 시스템에 재투자한 금액이 3500억 원이라는 것은 무리가 있다. 위증을 했을 경우 고발해도 되느냐”고 압박했다.
리차드 힐 은행장은 “한국 철수설은 명백한 사실무근”이라며 “지점 통폐합으로 발생한 이익은 리노베이션과 IT부문에 재투자했다. 배당 역시 은행의 자산 및 부채 대비 적절한 수준이다”라고 해명했다.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