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원 SKC 회장, 개인회사에 일감몰아주기
최신원 SKC 회장, 개인회사에 일감몰아주기
  • 강길홍 기자
  • 입력 2012-12-04 10:00
  • 승인 2012.12.04 10:00
  • 호수 970
  • 2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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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회장이 지분 100% 인수 후 내부거래 비율 80%
SK텔레시스와 한해 500억 집중거래…구설수 이어져

[일요서울|강길홍 기자] 최신원 SKC·SK텔레시스 회장이 지분 100%를 보유한 개인회사에 그룹 내 일감을 몰아주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최신원 회장이 2010년 지분 100%를 인수한 에이앤티에스(AnTS)는 2010년 적자에서 지난해 흑자로 전환했다. 그 배경에는 최 회장이 이끌고 있는 SK텔레시스 등의 ‘일감몰아주기’가 있었다. 에이앤티에스의 실태를 살펴봤다.

에이앤티에스는 2004년 8월 이동통신용 중계기 개발·제조 전문기업으로 설립됐다. 설립 당시에는 최신원 회장의 지인들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가 2010년 국세청 조사결과 최 회장이 실소유자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지분 100%가 최 회장 소유로 전환됐다. 이종산 전 SKC 중국본부장이 대표이사를 맡고 있고 최신원 회장과 윤웅섭 전 SK텔레시스 재무팀장이 사내이사에 올라 있다.

적자에 허덕이 에이앤티에스는 최 회장의 개인회사가 된지 1년 만에 흑자로 전환해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그 배경에 그룹 내의 일감몰아주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에이앤티에스는 지난해 673억 원의 매출과 영업이익 19억, 순이익 1억 원을 기록했다. 2010년 매출 1080억 원, 영업손실 54억 원, 순손실 34억 원을 기록했던 것에서 흑자로 전환된 것이다. 지난해 기록한 672억8400만 원의 매출 가운데 542억2800만 원이 계열사와의 내부거래를 통해 올렸다. 전체 매출에서 내부거래 비율이 80% 이상이다.

특히 SK텔레시스와 집중적인 거래가 이어졌다. 지난해 에이앤티에스는 SK텔레시스를 통해 540억6300만 원의 매출을 올렸다. SK텔레시스는 중계기·유무선전송장비 등 통신장비의 제조 및 도소매업을 주력 사업으로 하고 있으며, SKC와 최 회장의 지분율이 각각 47.46%, 40.78%에 달한다. 이밖에 SKC와는 1억4700만 원, SK텔링크와 1300만 원, SK더블유와 500만 원의 내부거래가 있었다. 또한 이 같은 거래 대부분이 수의계약 방식으로 진행됐다는 점도 문제다.

SK텔레시스·SKC 등의 그룹내 계열사와의 집중적인 거래는 최 회장이 지분 100%를 보유하게 된 2010년 말 이후 시작됐다. 최신원 회장의 일감몰아주기는 올해도 이어졌다. SK텔레시스는 올해 3~4분기에 걸쳐 에이앤티에스로부터 중계기를 비롯한 총 190억 원의 상품·용역 매입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1ㆍ2분기 174억 원보다 10% 가까이 증가한 액수다.

SK텔레시스 관계자는 “SK텔레시스는 중계기 기술만 개발하고 에이앤티에스가 생산을 전담하고 있어 거래내역이 많은 것"이라며 “기술 유출 우려 때문에 다른 회사에 생산을 맡기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에이앤티에스에서 제품을 생산해야 SK텔레시스의 매출도 발생하는 구조에서 단순한 일감몰아주기로 보는 것은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일감몰아주기를 비롯해 에이앤티에스와 관련한 구설수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국세청은 2010년 11월 그룹 지주사인 SK그룹과 그 협력업체 등에 대한 현장조사를 진행한 바 있다. 국세청 조사과정에서 최 회장이 에이앤티에스의 실소유주라는 사실이 밝혀졌고, 최 회장은 자신의 인척인 이모씨 등 명목상의 주주 3명으로부터 에이앤티에스의 지분 100%를 넘겨받았다. 이 과정에서 최 회장은 탈세 혐의로 벌금을 내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SK그룹이 에이앤티에스를 계열사로 편입시키지 않은 사실이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김동수)에 적발돼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경고’ 조치를 받기도 했다. 공정위는 또 직권으로 에이앤티에스를 SK그룹의 계열사로 강제 편입시켰다. 이 때문에 SK그룹이 계열사를 숨겨왔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SK그룹은 최신원 회장이 SKC·SK텔레시스 등을 사실상 독자경영하고 있기 때문에 에이앤티에스의 존재를 파악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에이앤티에스가 SK그룹의 계열사가 아닌 최신원 회장의 개인회사로 보이는 이유다.

한편 SK그룹은 최종건 창업주에 이어 동생인 최종현 회장이 2대 회장에 올랐고, 이후 경영권이 최종현 회장의 장남인 최태원 회장에게 넘어갔다. 최태원 회장이 그룹의 경영권을 물려받은 데 비해 창업주의 아들인 최신원·창원 형제는 SKC·SK케미컬 등 일부 계열사의 경영을 맡고 있다. 최신원 회장 형제는 SKC와 SK텔레시스 등의 일부 계열사를 SK그룹과 관련 없이 사실상 독립경영하고 있다.

slize@ilyoseoul.co.kr

강길홍 기자 slize@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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