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보통신·카드사 책임 공방…피해자 2500여 명 ‘분통’
금융기관 “양사가 원만한 해결책을 제시하리라 믿는다”
[일요서울 ㅣ 이범희 기자] ‘아름다운 사이트’가 되고 싶다던 소셜커머스 업체 티켓알라딘 대표부부 자살 파장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피해자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가 하면 피해금액도 100억 원에 육박할 것이란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카드사들의 피해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미 신한·국민·현대·삼성·롯데·비씨·외환 등 모든 카드사가 이에 대한 대책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PG(전자지불대행)업체인 한국정보통신 또한 이번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티켓알라딘의 결제대행 업무를 맡았기에 자칫 모든 피해를 떠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정보통신은 온라인 판매자와 신용카드사 사이에서 결제시스템을 구축하고 중개하는 역할을 한다. 이에 따라 일부 소비자들은 카드 결제와 관련된 피해 보상을 한국정보통신에 요구하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이번 일도 마찬가지다.
결제 대행을 맡은 한국정보통신에 그 책임을 묻는 피해자의 수가 늘어나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피해에 대한 문의 및 보상을 요구하는 전화가 끊임없이 연결되고 있다.
이미 카드사별로 할부 철회와 항변권 신청을 받고 있다. 할부 철회권은 할부로 물건 등을 산 날로부터 7일 이내(방문판매는 14일 이내)에 취소를 요청할 수 있는 권리다.
항변권은 소비자가 매매계약의 내용에 대해 불만이 있거나 매도인이 채무를 이행하지 않을 때 카드사 등에 잔여할부금 지급거절을 주장할 수 있는 권리다.
예를 들어 학원에 등록할 때 6개월치 비용을 미리 카드로 결제했으나 3개월 만에 학원이 문을 닫는 경우 나머지 3개월치 비용은 지급거절을 요청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철회요청에 따라 보상을 받기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책임소재를 두고 카드사와 한국정보통신이 보이지 않는 밀고 당기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피해자 모임인 ‘티켓알라딘 피해자 모임’에는 “카드사마다 상담하시는 분이 다르셔서 (전화) 걸 때마다 조금씩 다른 얘기를 하지만 한국정보통신을 통해 결제된 거라 대부분 그쪽에 먼저 전화하라고 하시네요”라는 제하의 글들이 많이 올라와 있다.
실제 [일요서울]이 모 카드사에 전화해 본 결과 상담원이 “한국정보통신에 피해접수하면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정보통신에서는 “당사한테 피해접수는 하되 항변권행사는 카드사에 해야 한다”며 책임을 전가했다.
금감원도 “양사가 원만하게 합의해 이번 사안을 처리하도록 종용하겠다”는 답변만 늘어놓는 등 한발 물러선 태도를 보였다. 이는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 18조 11항에 따라 통신판매업자와 대금을 받은 자가 다른 경우 이 둘은 연대책임진다는 조항에 의거 양사가 책임을 져야한다는 입장인 셈이다.
이 때문에 티켓알라딘에 대한 소비자 피해는 물론 금융기관에 대한 불신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포털사이트 ‘티켓알라딘 피해자 모임’은 물론 유사 카페들이 신설됐고, 해당카페 가입한 인원만도 지난달 29일 13시 현재 2500여 명을 넘어서고 있다.
사이트 가입자들도 각 카드사별 대응과 진행상황을 서로 공유하며 이번 사태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토로했다.
피해 확산과 불신 팽배
아이디 ljyhhh**는 “소셜 사기를 제가 당할 줄은 몰랐네요. 그냥 상품권 오는 게 좀 늦어지려니 했는데. 할부결제 끝난 것이 태반이니. 에효~ 일단은 한국정보통신에서 보내준 양식을 적어서 보내놓고, 소보원에도 간단히 민원신청은 했네요. 어디까지 구제해주려는지”라는 푸념의 글을 남겼다. 반면 대표 부부 자살에 대한 안타까운 심경을 밝힌 네티즌도 있었다. Metap***는 “피해자만 양산하고 무책임하게 생을 마감했네요. 사기 칠 의도가 아니었다면 죽음을 선택하기 전에 피해자들에게 사과하고 최대한 보상해 주려는 모습을 보였으면 하는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남네요”라고 적었다.
티켓알라딘을 통해 제품을 판매했던 특정 기업에 대한 불신도 확산일로다. 특히 SK네트윅스는 해당 사이트를 통해 SK주유소 상품권을 20% 할인해 판매했다는 이유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be***은 “SK나 GS·신세계는 액수 그대로 자기네가 가지고 가기 때문에 매출은 늘고 손해 보는 게 없네요. 피해는 소비자와 카드회사와 지급대행 회사가 떠안고~”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대부분의 피해자들은 티켓 알라딘을 지적하기보단 카드사와 PG사인 한국정보통신의 책임관계에 대해 궁금해 했다.
카드사 관계자는 “피해규모가 확인되는 대로 한국정보통신과 협의해 보상규모를 확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현금 결제의 경우 보상이 막막한 상황이다.
한국정보통신 관계자는 “현재 카드사와 정확한 피해 규모를 파악하고 있다”며 “보상 책임 부분을 어떻게 할 지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티켓알라딘은 주유상품권 등을 20~30% 할인 판매한 소셜커머스 업체다. 예를 들어 10만 원 어치 주유상품권을 8만 원에 판매한 뒤 5차례 나눠 2만 원씩 발송하는 방식을 택했다. 티켓알라딘이 취급하는 상품권은 주유소 외에 백화점, 대형마트에서도 사용이 가능해 인기를 모았다. 하지만 지난달 21일 경주시 소재 모 펜션에서 티켓알라딘 대표 A(38ㆍ여)씨, B(39)씨 부부가 사망한 채 발견됐다. 경찰에 따르면 현장에서 ‘사업에 실패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내용이 담긴 유서가 나왔다.
skycros@ilyoseoul.co.kr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