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태르포 청소년 바캉스 탈선 실태…어른 뺨치는 십대들의 부킹문화
세태르포 청소년 바캉스 탈선 실태…어른 뺨치는 십대들의 부킹문화
  • 서준/프리랜서 
  • 입력 2006-09-10 15:19
  • 승인 2006.09.10 15: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부킹·원나잇·성매매… ‘막나가는’ 청소년들

해마다 휴가철이 되면 들뜬 분위기 탓일까. 최근 피서지서 각종 사건사고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어른들뿐만 아니라 10대 청소년들이 이런 세태의 한가운데 서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 ‘부킹과 작업’은 기본이고, ‘원나잇’ 역시 ‘식은 죽 먹기’라는 것. 심지어 일부 여고생들 사이에선 본격적인 성매매가 이뤄지기도 한다. 게다가 폭주족들의 겁 없는 ‘광란의 질주’까지. 최근 들어 급증하고 있는 청소년들의 피서지에서의 비행실태를 짚어본다.


지난 8월 초순 K해수욕장. 시간은 새벽 1시를 넘어가고 있었지만 백사장의 청소년들은 숙박업소로 돌아갈 생각을 전혀 하지 않는 듯했다. 한눈에 봐도 이른바 ‘부킹과 작업’이 여기저기서 일어나고 있음을 눈치 챌 수 있었다. 취재진은 친구들과 놀러온 김진호(17)군과 잠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그는 ‘여기서 원나잇 하는 건 식은 죽 먹기’라고 말했다. “솔직히 여기에 여자들끼리 오는 것 자체가 ‘그걸’ 원하는 것 아닌가. 그저 몇 마디만 하고 술을 사주면 그날 밤은 행복하게 보낼 수 있다. 낮에는 각자들 놀고 밤에는 함께 할 상대를 찾는 게 일반적인 방식이다.” 김군의 친구인 이모군 역시 비슷한 말을 했다. “여기에 온지 3일째인데, 매일 밤 부킹을 해서 다른 여자아이들과 놀았다. 어떨 때는 그쪽에서 먼저 접근해올 때도 있다. 서로 뻔히 사정을 알기 때문에 긴 말이 필요 없다. 특히 쪽수(남녀의 숫자비율)가 맞게 되면 금상첨화다.”

폭죽과 굉음천지
이곳에서 벌어지는 청소년들의 부킹 문화는 어른들의 그것을 뺨치는 수준이다. 뿐만 아니라 아직 어린 나이들이기 때문에 ‘겁이 없는’ 특징도 가지고 있다. 때문에 과감하고 저돌적인 성향마저 있을 정도. 특히 일단 함께 술을 마시면 거의 100% 잠자리를 하게 된다는 것이다. 백사장에서 청소를 하는 청소원 김모씨는 “하루에 나오는 쓰레기양만 해도 10톤에 가깝고 치워지는 술병만 수만 개에 이른다”며 “이중 상당수가 어린 청소년들이 먹고 마신 것들”이라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그는 “심지어 새벽 가까운 시간에는 아예 백사장에서 서로를 부둥켜안고 진한 애정표현을 하는 아이들도 있다”고 혀를 내둘렀다. 또 바위 뒤편이나 으슥한 곳에서는 성행위의 부산물들도 많이 발견된다는 것이 김씨의 증언이다.

여고생 ‘성매매’ 이뤄지기도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일부 여고생들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성매매가 이뤄지기도 한다는 것. 친구들과 함께 피서를 왔다는 직장인 최모씨는 “한번은 고등학생쯤으로 보이는 여자 아이가 다가와 오늘밤 시간이 있냐고 물어 와서 당황한 적이 있었다”며 “내가 거부반응을 보여 직접적으로 이야기는 하지 않았겠지만 분명히 성매매를 목적으로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취재진은 이러한 사실을 모 숙박업소 주인을 통해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해수욕장 인근에 위치한 한 여관 주인은 “말하기 민망하지만 휴가철에 들어서 매일 다른 남자들과 이곳을 드나드는 여자 아이들이 있다”며 “남자 친구와 왔으면 매일 밤 다른 남자로 바뀔 이유가 없지 않겠냐”고 말했다. 가족들과 피서를 왔다는 김모씨 역시 이러한 ‘피서지에서의 성매매 제의’를 받았다고 한다. “가족들이랑 잠시 떨어져 있을 때였다. 혼자 한가롭게 벤치에 앉아있었는데 2명의 여자 아이들이 오더니 ‘오늘 시간이 되냐’, ‘우리와 함께 놀지 않겠냐’라는 제의를 해왔다. 의아해서 좀 더 자세히 물어봤더니 ‘약간의 용돈’만 주면 된다고 해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우연히 이야기를 나누게 된 한 또래의 여학생들의 말을 빌리자면, 이들이 이런 행동을 하게 되는 직접적인 이유는 기본적인 유흥비용, 즉 숙박비조차 챙기지 않고 휴가지에 왔기 때문이라고 한다. 꼭 비싼 여관이나 민박비용 때문이 아니더라도 달랑 차비만 챙겨 휴가를 온 이들은 걱정스러워하는 취재진에게 백사장에 자리 잡고 앉아 있으면 이리저리 합석하자고 하는 손길이 있게 마련이고 그중 있어 보이는 또래와 함께 하면 숙박비는 절로 해결이 된다고. 또 간혹 나이트라도 갈 목돈이 필요하면 또래보단, 나이 좀 있는 오빠들에게 접근하면 된다고 하며 돈 없이 떠나온 여행을 대수롭잖게 털어놓았다.

폭주족들 ‘광란의 질주’
청소년들의 탈선행각은 단지 ‘부킹’과 ‘성매매’에 머물지 않는다. 밤 시간의 해수욕장 분위기를 완전히 장악하면서 어른들마저 두려워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취재진이 찾는 또 다른 H해수욕장에서 이러한 광경을 볼 수 있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것은 이른바 폭주족들이 펼치는 광란의 질주였다. 그들은 시시 때때로 백사장 주변 도로를 아수라장으로 만들면서 해변 분위기를 완전히 망쳐놓고 있었다. 여기저기서 ‘도대체 시끄러워서 휴가를 제대로 즐길 수가 없다’는 볼멘 소리를 털어놓고 있었다. 아들과 함께 피서를 온 주부 이모씨는 “이건 제대로 된 피서를 즐기기 보다는 오히려 짜증나는 경험을 하러 온 것 같은 착각이 든다”며 “경찰들이 단속을 한다고 하더라도 한계가 있어서 곧 이곳을 떠나 다른 곳으로 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곳곳에서 술을 먹고 벌어지는 폭력 사태도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자제력이 약한 청소년들은 사소한 일을 가지고도 거칠게 싸우는 경우가 많다는 것. 해수욕장 인근의 파출소에 근무하는 한 경찰관은 “하루에도 2~3건의 폭력 사태는 예사롭게 일어난다. 특히, 청소년들은 술병을 깨고 돌을 집어 던지는 등 어른들보다 더한 폭력으로 싸움을 일으키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고 말했다. 특별히 상처가 나거나 고소를 하지 않는 한 대부분 훈방 조치를 취하기는 하지만 이러한 폭력 사태를 방치했다가는 큰 사건이 일어날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가 없는 상태라고 할 수 있다는 게 경찰의 말이었다. 즐겁고 행복해야할 휴가지이지만 이들 일부 탈선 청소년들의 잘못된 유흥의식으로 인해 올해도 많은 이들이 휴가지에서 불쾌한 감정을 가져야 한다는 것은 씁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어쩌면 누군가에겐 올 여름 백사장이 술병과 폭죽과 굉음으로 투영되었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피서지의 여고생 인터뷰
“어른들도 어린 우리들과 합석하자고 유혹…”
취재진은 백사장에서 친구들과 함께 온 여고생들을 인터뷰할 수 있었다. 겉모습으로만 보기에도 조금은 평범해(?) 보이지 않는 그녀들은 친구들끼리 차비만 모아 이곳에 휴가를 즐기러 왔다고 했다.

- 이곳에 와서 무엇을 하고 놀았나.
▲ 그냥 낮에는 해수욕하고 잠을 자고 밤에는 부킹을 해서 남자들하고 논다. 그냥 이렇게 앉아있기만 해도 수없이 많은 남자들이 부킹을 하러 온다. 우리는 그 중에서 잘 생기고 돈 좀 있을 것 같은 아이들하고 놀아주면 그만이다.
- 위험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가.
▲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면 어떻게 친구끼리 이곳에 오겠나. 그냥 즐기는 거다.
- 청소년들인데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우는 것에 대해서 주변에서 뭐라고 하지 않는가.
▲ 가끔씩 경찰관들이 와서 뭐라고 하긴 하는데 그때 뿐이고 별로 신경을 안 쓴다. 들고 있던 담배를 끄기는 하지만 경찰관이 가면 다시 핀다. 해수욕장에 사람들이 한두명이 아닌데 어떻게 우리들한테까지 일일이 신경을 쓰겠는가.
- 이곳에서 성매매를 하는 여학생들도 있다고 하는데, 그런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나.
▲ 들어보지는 못했지만 가능할 것 같다. 그런 걸 원하는 남자들도 많지 않은가. 휴가지에서 즐기고 돈도 얻는데 못할 것 없지 않냐.
- 청소년들의 탈선이 휴가지 분위기를 망친다고 생각하지 않나.
▲ 어른들은 매번 우리 탓을 하는데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어른들도 부킹도 하고 술도 먹고 싸움질을 하지 않는가. 우리만의 잘못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린 우리들과 같이 놀자며 합석해서는 어떻게 한번 해 보려고 하는 남자들 중엔 어른들도 많은 것 같다.

서준/프리랜서  www.dcinside.com 뉴스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