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연예가에 ‘연예인 지망생 사건’이 연일 화제로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뜨거운 빅뉴스로 연예가를 달구고 있는 이 사건의 전말은 스타를 꿈꾸던 20대 여성이 사채업자에게 돈을 빌렸다가 60억원 상당의 전 재산을 ‘몽땅’ 날렸다는 것. 이 철부지 여성은 배역을 주겠다는 연예기획사의 유혹에 넘어가 할아버지의 부동산에도 손을 대 8개월 간 철창신세를 지기도 했다. 또, 이 과정에서 할아버지의 인감증명서를 발급받기 위해 자신의 할아버지와 닮은 사람을 고용, 동사무소에서 할아버지 행세를 하게 하는 등 치밀한 사기극을 벌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스타를 꿈꾸다 ‘패가망신’하는 사례는 사실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물론 일부의 문제지만 성공을 위해서라면 돈상납, 성상납 등 물불 가리지 않는다는 게 연예계의 실상이기도 하다. 따라서 스타의 신기루에 빠진 연예인 지망생들을 노리는 ‘사이비짝퉁 기획사’들은 연예가 및 방송가 등에서 종횡무진 판치고 있는 실정. 과연 이들은 연예인 지망생들에게 어떤 식으로 접근하고, 어느 정도 개입되어 있는지 현 실태를 알아본다.
연예인을 지망하는 사람들이 갈수록 늘고 있는 가운데 이와 관련된 학과나 오디션 등도 우후죽순처럼 생기고 있다.
요즘 청소년들의 희망 직업 1순위는 ‘연예인’. 실제로 500명의 고교생을 대상으로 한 방송사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47%가 연예인이 되고 싶다고 답했을 정도다. 방송연예 관련학과를 둔 대학이 전국 136개 대학에 달하고 그 정원도 1만400여명에 이른다.
매년 1만여 명의 자원이 방송과 영화 등 연예관련 직종의 꿈을 안고 사회로 쏟아져 나온다. 각종 연기학원, 음악학원 등에서도 유치원생부터 중년층에 이르기까지 스타를 꿈꾸는 이들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또한 난립하고 있는 2,000여개의 연예기획사에선 각자 연예인 지망생을 발굴해 교육시키며 호시탐탐 연예계 데뷔를 노리고 움직임이 활발하다. 한 매체는 이를 두고 ‘연예고시’라는 말을 사용했을 정도다.
‘스타로 키워주겠다’며 접근
연예계 지망생을 노리는 유혹의 손길은 ‘길거리 캐스팅’에서 가장 빈번하다. “연예인으로 가능성이 있으니 카메라 테스트를 해보자”는 식으로 유인하는 것. 이는 ‘스타로 키워주겠다’며 돈을 뜯어내고 사라지는 일명 ‘유령기획사’인 경우가 태반이다.
하지만 요즘은 일부 자질없는 연예기획사 및 학원 등에서도 등록·교육비를 뜯어내기 위해 일부러 연예인 지망생 사냥에 나서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예기획사의 한 관계자는 “연예계 진출을 위해 최소 3~6개월 이상은 교육을 받아야 한다”며 “최소 400만~500만원으로 시작해 수천만원까지 선불로 받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실제로 이들 기획사들의 속셈은 몇 개월 시간만 끌다가 지망생들의 외모나 능력에 한계가 있는 것으로 몰고 가 스스로 포기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한 연예사이트의 피해사례 게시판에 따르면, 기획사에서 오디션에 뽑혀 연기학원을 다녔다는 A(19)양은 몇 달 간 연습을 해도 애초의 약속과 달리 아무것도 해 주지 않아 결국 그 학원을 나왔다고 한다.
A양은 “오디션에만 뽑히면 회사에서 다 책임지는 것처럼 말했다”며 “부모님을 겨우 설득해서 장기간 학원을 다녔는데 촬영 한 번 못나가고 500만원만 뜯겼다”고 토로했다.
최근에는 자녀의 연예계 진출을 위해 부모가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기도 하다.
먼저, 연예 관련 대학에 입학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는 부모가 많다고. 이들 대학은 활동경력을 중시하기 때문에 대학진학용으로 연예인 경력을 쌓게 하려는 치맛바람이 드세다는 후문이다.
지망생들 ‘스스럼없는’ 교태에 당혹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연예인으로 데뷔하는 경우는 극소수다. 또 연예인으로 데뷔했다고 해서 연예인으로 성공을 하는 사람도 극소수다. 스타가 되는 길은 그야말로 ‘하늘의 별따기’인 것이다.
대중문화의 메카 할리우드에서조차 지난 12년 동안 2만 명의 단역배우 중 12명만이 주연급 스타로 부상했다는 사실은 얼마나 연예인으로 성공하기 힘든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연예인 지망생들은 성을 바쳐(?) 연예인이 되려는 사람도 비일비재하다고. 또한 돈을 주고서라도 배역을 따내려는 연예인 지망생도 만만치 않다
한 연예기획사 실장은 “실제로 연예인 지망생들은 스타가 되기 위해 몸과 돈을 아끼지 않는 실정”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한번은 연예인 지망생인 여고생(16)이 연출자를 소개하는 자리에서 스스로 연출자의 무릎에 올라 교태를 부린 적이 있다”며 “그런 모습에 연출자도 당황하고 나도 연예계에 종사하는 것에 대해 회의가 느껴진다”고 말했다.
‘돈 뿌리는’ 부모들도 적지 않아
“우리 아이를 스타로 만들어 달라”며 돈을 뿌리는 부모도 적지 않다. 연예계 진출에 이어 성공까지 부모가 적극 관여하는 것.
이 실장에 따르면, 한해 80~90명의 부모들이 여의도 방송가 일대를 돌아다니며 돈을 뿌린다는 것.
그는 “프로필 제작과 활동경비 등을 포함해 적게는 5,000만원, 많게는 수억 원을 제시하는 부모도 적지 않다”며 “사정이 이렇다보니, 최근 기획사들은 연예인 지망생보다 자녀를 스타로 키우려는 부모들을 노리는 사기가 늘고 있는 추세”라고 귀띔했다.
일부 사채업자들도 연예인 지망생과 그들의 부모를 노리는 분위기다. 최근 60억원 상당의 재산을 뺏긴 연예인 지망생 사건이 그 예다. 이 웃지 못할 사건은 기획사와 사채업자 측에서 스타라는 무지개빛 환상을 좇는 연예인 지망생의 심리를 교묘히 이용, 가족을 상대로 사기에 걸려들게끔 유도해 결국 파국에 이르게 했다는 것이 골자다. 기획사와 사채업자가 공모해 사기를 친 것인지, 미성년자인 지망생이 어떻게 대부업체에 손을 뻗었는지 여부는 아직 수사 중에 있다고 경찰은 밝혔다.
전문가들은 연예인을 꿈꾸는 이들이 100만 명에 이른다고 추산하고 있다. 하지만 대중이 선망하는 스타가 되는 길은 결코 쉽지 않다. 스타의 신기루에 빠진 연예인 지망생들의 환상적 동경도 문제지만, 그 과정에서 이들을 노리는 검은 유혹들에 대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정은혜 kkeunnae@ilyoseoul.co.kr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