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안법 위반(찬양, 고무 등)으로 불구속 기소된 강정구 동국대 교수의 2심항소 2차공판(검찰, 피고인 쌍방)이 지난 14일 서울지법(형사) 제423호 법정에서 열렸다. 검찰 측은 "강 교수 저서가 학문적이 아닌 친북성향"이라고 판단했고 강 교수 (변호인)는 "검찰이 피고의 논문을 자의적, 악의적으로 왜곡한 부분이 많다"고 주장했다. 강 교수의 저서내용을 놓고 앞으로 검찰 측과 피고인(변호인)측간에 열띤 공방이 예상된다.
이날 공판은 1심 판결(징역2년, 자격정지 2년, 집행유예 3년)에 대한 피고인 측과 검찰 측 쌍방 간 항소에 따른 것이다. 양측 모두 1심결과를 만족하지 못한 판결로 받아들인 것이다.
다음 재판에 채택된 증인이 출석할 예정이다.
재판부<서울지법 형사항소4부 김한용 판사>는 이날 피고인(강정구 교수)측 증인신청을 받아들여 총7건 중 1건만을 채택하고 나머지는 기각했다.
피고인 측이 신청한 증인은 박철언(전 대통령 특보), 임동원(전 통일부장관), 이양호(전 국방부장관), 박순성(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김인수(가명·신문기자), 문서감정인(4명)이다.
재판부가 채택한 증인은 김인수(가명·신문기자)다. 증인은 다음 재판기일(2006.10.12)에 사유가 없는 한 법정에 출석해야 한다.
검찰-피고인 측 ‘폭풍전야’
재판부는 “피고인이 검찰에 잘못된 해명, 근거 등에 대한 이의를 제기하고 싶어 하고, 검찰 측과 피고인간에 가치관의 차이가 있다고 판단돼 피고인 측의 증인신청을 받아들인다”고 증인신청 채택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피고인이 제기한 ‘검찰의 논문왜곡’ 주장은 검찰의 평가이기 때문에 죄를 단정짓는 것은 아니며 검찰이 판단할 부분”이라고 밝혔다.
강정구 교수는 이날 재판부에 “내가 쓴 60~70여 편 논문의 내용을 전문가가 아닌 검찰이 추론을 한 것은 잘못됐으며, 객관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강 교수와 변호인 측은 “검찰이 피고인 논문상의 실제 서술과는 달리 자의적으로 변경하거나 짜깁기하는 등 피고인의 논문을 악의적으로 왜곡한 부분이 많다”며 검찰에 구석명(검찰에 피고인 측이 요구하는 내용에 대한 답변요구)해 줄 것을 재판부에 신청했다.
강 교수 측이 신청한 구석명 건수는 ‘북한군사력 위협 평가’ 등을 포함해 모두 10개 항목이다. 이에 대해 담당검사도 “피고의 주장에 대해 검찰도 반론을 준비하겠다”고 짧게 밝혔다.
‘한국전쟁’ 의미적 논란
강정구 교수는 저서를 통해 ‘한국전쟁’을 ‘민족해방전쟁으로 규정했다. 한국전쟁을 한 나라에 두 개의 주권이 생겨나 한 편이 다른 한 편을 침략해 통일하려는 내전으로 봤기 때문이다. 학술적 의미에서 ‘통일전쟁’이라는 것이다. 강 교수는 “‘한국전쟁’이 일어난 때가 1950년 6월25일이 아니라 남한좌익세력이 미 군정에 무력투쟁을 선포해 내전이 시작된 날부터”라고 했다. 또 “‘한국전쟁’은 내전으로 시작돼 북한이 남침한 6·25에 제한적 확대전쟁으로 성격이 바뀌어 7월에 미군이 개입하면서 국제전이 됐다”고 저서에서 밝혔다.
이에 대해 검찰은 항소이유서를 통해 “피고인이 북한 김일성이 주도한 6·25전쟁의 침략적 성격을 희석시키고 북한의 주장과 같이 민족사적 과제 완수를 위한 정당한 전쟁 즉 ‘정의의 전쟁으로 한껏 추켜세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1953년 7월27일 당시 주한 유엔군 사령관이던 클라크(Mark Wayne Clark)가 정전협정 직후 북한과의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NLL을 규정했다. 이것이 결국 남·북간에 영해갈등을 낳았다. NLL지역은 미국무부가 현재 분쟁지역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강 교수는 저서에서 “공동어로해역 내 꽃게잡이나 조개잡이 등에 쿼터제를 도입해 남·북간 우발적 충돌을 예방하고 NLL 지역을 남·북한이 공동 관리하는 ‘통일해역’으로 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검찰 측은 “피고인이 서해교전을 놓고 NLL이 우리 영해가 아니라고 한 것은 국가의 안보를 위태롭게 하는 것”이라며 기소를 했다.
강 교수, “재판에만 전념하겠다.”
이날 재판은 개정한지 40분 만에 끝났다. 재판을 보러 나온 사람들은 강 교수의 부인과 동료교수, 제자, 강 교수 탄압반대를 위한 공동대책위 회원 등 10여명이었다.
강 교수는 외부인과 취재진의 질문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강 교수는 지난5월 1심에서 징역2년, 자격정지 2년, 집행유예3년형을 선고받았다.
강 교수는 현재 동국대 교수직은 유지하고 있으나 교내 보직이 없고 강의를 하지 않고 있다. “성공회대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는 최근소문에 대해서는 “강 교수가 재판에만 열중하겠다고 말했다”고 공대위 측은 밝혔다. 현재 강정구 교수의 변호를 맡은 변호인단은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소속 변호사들로 7~8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강정구 교수는 이날 개량한복을 입고 나왔고, 표정은 밝아보였다. 재판이 끝난 후 강 교수 일행은 서울지법 내 일각에서 기도를 하고 오후 5시경 서울지법을 떠났다.
<라영철 기자> lycla@ilyoseo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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