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철수 ‘사퇴’ 징후 있었다…공식선거운동 준비 미흡
朴, 네거티브는 네거티브로 대응해야 대권 잡는다
‘안철수 중도사퇴’가 대권 구도를 급변시키고 있다. ‘문재인-안철수’ 단일화는 감정싸움으로 번졌고, 급기야 안 후보가 사퇴를 선언하자 그 불똥이 ‘이웃집’ 민주통합당으로 먼저 튀었다. 반면, 박 캠프는 진작부터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가 단일후보로 선출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었다. TV토론 이후 박 캠프는 ‘안철수 중도하차’에 대한 첩보를 입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문 후보가 대결상대로 정해지자 박 캠프는 ‘본선대결’을 위한 대권 전략도 가동하고 있다. 故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네거티브 공세와 함께 네거티브 대응팀의 임무가 막중해졌다. 한편으론 야권 단일화가 아름답게 끝나지 않은 이상 ‘중도층 흡수’ 구상도 하고 있다. 안철수 변수로 인한 박 후보의 대권 전략을 점검해봤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무소속 안철수 후보 사퇴 소식을 접했을 때 정치적 고향인 대구·경북을 방문하고 귀경하는 길이었다. 박 후보는 보고를 받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朴, 安 하차 첩보입수
“박에겐 보고되지 않았다”
그러나 박 캠프 일부에서는 ‘안철수 중도하차’에 대해 큰 충격을 받지 않았다면서 최근 박 캠프 핵심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고 말한다. 박 캠프 내부 정보망을 통해 이와 같은 사실이 첩보로 올라왔다고 한다.
박 캠프 핵심관계자는 지난 24일 [일요서울]과 전화통화에서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중도사퇴할 것이라는 정보를 지난 22일 입수해, 크게 놀라지 않았다”며 “안 캠프에 소속된 민주계 A인사가 이 사실을 첩보수준으로 알려왔다”고 귀띔했다.
박 후보에게 보고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첩보수준이기 때문에 박 후보에게 보고는 하지 않았다”고 운을 뗀 뒤 “캠프 내에서 이미 문 후보로 단일화가 될 것이라고 예상하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이 뿐만 아니다. ‘첩보’가 아닌 ‘안철수 중도하차’ 징후도 있었다. 안 후보가 27일 시작되는 공식 선거운동을 준비하지 않았다는 전언도 있다.
문재인 캠프 한 관계자는 지난 23일 [일요서울]과 전화통화에서 “야권 단일화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안 후보 측은 출마를 위한 서류를 준비했다고 하지만 선거운동에 필요한 유세차량 등을 업체에 신청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단일화 결과 후 곧바로 공식선거전에 돌입한 이상 이긴다는 생각으로 선거운동을 준비하는 게 정설인데 안 후보 측은 그렇지 못했다”며 “이는 안 후보가 중도하차할 수 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증명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캠프 내에서도 이와 일맥상통한 얘기들이 끊이지 않았다.
박·문 캠프 관계자들을 통해 나온 이야기지만 이는 안 후보가 중도 사퇴할 수도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단초가 된다. 이 외에도 안 캠프 내 단일화에 부정적이었던 변호사 그룹 등을 안 후보가 컨트롤 하지 못해 중도사퇴라는 ‘강수’를 뒀다는 분석도 있다. 즉 ‘안철수 중도사퇴’ 징후도 있었지만 ‘내부단속’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도 한 요인인 셈.
안철수 후폭풍 예의주시
유불리 ‘관망 중’
이미 ‘안철수 중도사퇴’를 내부적으로 알고 있었다는 박 캠프는 일단 문 후보에게 미칠 ‘안철수 중도사퇴 후폭풍’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안 후보의 고정지지층인 ‘중도층’이 이탈할 것이라 분석하고 그에 맞는 전략을 내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문 캠프에선 선대위 위원장단이 무소속 안 후보 측과 공동선대위 구성을 위해 총사퇴를 결의했다. 두 후보의 단일화 합의 정신과 새정치 선언을 바탕으로 한 국민연대 방식의 새로운 선대위 구성이 필요하다는 인식 때문이다. 이로써 안 후보의 지지층을 흡수하기 위한 움직임이 계속적으로 이뤄질 공산이 크다.
반면 박 캠프 내에선 ‘현재 판세라면 박 후보에게 유리하지도 불리하지도 않다며 표정관리 중이다. 안 후보가 문 후보를 어떻게 지원하느냐, 그리고 얼마나 화끈하게 지원하느냐’가 대권판세를 가늠할 수 있는 최대 변수로 보고 있다. 이는 곧 박 후보가 대통령이 되느냐 여부와 직결된다.
사실 박 후보는 누가 뭐래도 ‘박정희 시대’이래 기득권을 누려온 정통 보수층의 후보이지 중도후보라고 할 수는 없다. 특히 박 전 대표는 그 동안 중도층을 타깃으로 잡고 외연을 확대하려했지만 정수장학회 문제 등으로 중도층 잡는데 한계를 드러냈다. 그 결과 보수층 잡기로 대권 전략을 바꿨다. 이회창 전 총재가 박 후보를 지지하는 등 ‘보수결집’에 애썼던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정치권 일각에선 “문 후보와 안 후보의 지지세력이 완전한 교집합을 이루기 힘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신율 명지대 교수도 “감동이 너무 늦었다”며 “중도 보수층은 박 후보 지지자로 돌아설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일부 언론에서 대선 여론조사 다자대결에서 안 후보를 지지했던 응답자 중에서 박 후보와 문 후보의 양자대결이 이뤄질 경우 문 후보를 지지하지 않겠다는 비율이 29.8%에 달했다. 안 후보의 최대지지층인 중도층이 문 후보에게 결집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이런 결과는 박 후보의 ‘집토끼 전략’이 먹힐 것으로 보고 있다.
대권 전략 변화 없다
'민생+네거티브' 전략
그래서일까. 박 후보의 대권 전략이 큰 틀에선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투 트랙 전략을 여전히 구사할 방침이다. 선대위에서는 문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 전략을, 박 후보는 민생을 챙길 계획이다. 결과적으로 보수와 중도 대결 속에서 민생을 좀 더 챙기면 중도층 표심이 박 후보에게 올 수 있다는 게 박 캠프의 분석이다.
박 캠프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중도층의 표심은 이념적인 틀보다는 민생과 직결돼 있다”며 “경험이 많은 박 후보의 안정감이 경제 살리기로 연결된다면 중도층의 표심이 움직여 줄 것”이라고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박 후보가 ‘경제위기, 현장에서 답을 찾다’라는 제목으로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등을 잇달아 방문해 민생을 챙기는 행보는 결국 중도 표심을 공략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여기에다 박 후보 캠프에선 네거티브 전략을 적극 활용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캠프 한 핵심관계자는 지난 20일 [일요서울]과 만난 자리에서 “박 후보에 대한 아킬레스건은 이미 자체적으로 파악했다”며 “최태민 목사 문제, 과거사 문제, 가족사 문제, 개인사 문제에 대한 대응은 이미 마친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네거티브 대응을 하다보면 대선이 모두 끝이 나 ‘대응만 하다 대선에 패배할 수 있다’는 인식이 강하다”며 “네거티브는 네거티브로 맞서야 한다. 참여 정부에 대한 실패를 부각시킴과 동시에 문 후보에 대한 X파일도 함께 터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박 후보는 정수장학회 문제로 적잖은 타격을 입으며 추락했다. 집토끼 전략도 이때부터 구축했다. 이런 점들로 볼 때 박 캠프 측은 ‘정수장학회 사태’로 인해 지지율이 빠진 전례를 반면교사 삼아 문 후보 측에 역공을 가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는 박 캠프에서 절치부심 끝에 내세운 승부수인 셈이다.
<박형남 기자> 7122love@ilyoseoul.co.kr
박형남 기자 7122love@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