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의 무대, 이미지, 사운드를 9명 배우들이 소화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2010년 제47회 동아연극상 무대미술기술상을 수상한 <소설가 구보씨의 1일>이 11월 27일부터 12월 30일까지 두산아트센터에서 막을 올린다. <소설가 구보씨의 1일>은 문학, 영상을 접목해 연극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1934년 8월 1일부터 9월 19일까지 ‘조선중앙일보’에 연재된 박태원의 중편소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은 근대 초기 서울의 모습과 예술가들의 초상을 담아낸 선구적인 모더니즘 소설이다. 소설에는 자유연애, 무성영화, 다방, 전차 등 당대 풍습과 언어가 드러나 있다.
연극은 두산아트센터 창작자육성 프로그램 지원 아티스트 성기웅이 구성과 연출을 맡았는데, 성기웅은 구보 박태원의 소설을 영상(일러스트, 동영상, 활자이미지), 음악, 조명 등으로 이미지화했다. 소설 속 문장을 그대로 전달하는 가운데, 다채로운 방식으로 텍스트를 재구성한 <소설가 구보씨의 1일>은 새로운 실험이었다. 연극은 소설 이상으로 1930년대 당시의 풍경과 풍속, 식민지 시대를 살아가던 지식인과 예술가들의 모습을 흥미롭게 재구성했다.

<소설가 구보씨의 1일>은 원작의 문장이나 단어가 품고 있는 의미를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전차, 경성거리 장면 등 구보가 산책하며 보고 듣는 것을 영상으로 구현해 관객들은 구보와 함께 산책하는 것처럼 느끼게 되며, 소설 속 텍스트로 언급된 음악을 실제로 구현했다. 또한 현대적 주석이나 숨어 있는 행간의 의미를 장면화 하는 작업을 통해 원작을 살렸다.
<소설가 구보씨의 1일>에는 아홉 명의 배우가 출연한다. 배우들은 소설 속 캐릭터를 연기하기도 하고, 소설 밖 실제 캐릭터로 등장하기도 한다. 오대석과 이윤재는 구보의 역할을 나누어 맡았다. 이윤재는 현실 속의 인물인 박태원을 연기하고, 오대석은 박태원의 분신인 소설 속 주인공 구보를 연기한다. 나머지 배우들 역시 이상, 김기림, 여급, 일본여급 등 다양한 역할을 연기하며 소설 텍스트를 전달한다.
2012년 공연은 8명의 초연 배우외 <목란언니>를 통해 관객들에게 호응을 얻은 바 있는 박지환이 합류해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시놉시스
1934년 여름. 젊은 소설가 구보 박태원은 느즈막이 집을 나서서 하루 종일 경성을 배회한다. 그는 찻집에서 커피를 마시며 벗과 예술을 논하고 또 거리를 산책하며 만나는 풍물과 사람들을 공책에 기록하며 소설의 소재를 찾는다. 그런 박태원이 요사이 신문에 연재하고 있는 작품은 바로 자기 자신의 일상을 그리는 <소설가 구보씨의 1일>이다. 소설 쓰기에 골몰하는 박태원의 머리 속 생각과 소설 속 주인공 구보 씨가 보내는 하루 동안의 일상이 교차되는 가운데 소설가 구보씨의 하루가 저물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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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환 기자 hojj@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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