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의 대기업 프렌들리… 중소기업ㆍ서민 외면했다
신한의 대기업 프렌들리… 중소기업ㆍ서민 외면했다
  • 김나영 기자
  • 입력 2012-11-27 17:06
  • 승인 2012.11.27 17:06
  • 호수 969
  • 27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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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조화로 내몰린 한동우式 ‘따뜻한 금융’


- 대출부터 금리까지 親대기업 정책 일관
- 서민금융은 티끌만큼… ‘서늘한 금융’?

[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 신한금융그룹(회장 한동우)의 야심찬 캐치프레이즈인 ‘따뜻한 금융’이 부조화로 눈길을 끌고 있다. 한동우 회장은 지난달 9일 한 국제컨퍼런스에서 신한금융의 ‘따뜻한 금융’에 대해 “신한은 금융권 최고 수준의 사회공헌을 해왔는데 그만큼 인정받지는 못했다”면서 “본업인 금융업과 사회공헌활동을 별개로 생각해 진심이 전해지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금융권 일각에서는 “그나마 사회공헌에서만 서민을 껴안으려 하고 정작 은행 등에서는 중소기업과 서민을 배제하는 금융업을 일삼고 있다”면서 “애초부터 차가운 성격을 띤 신한금융이 몸에 맞지 않는 ‘따뜻한 금융’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어 부조화가 생긴 것”이라는 비아냥이 이어졌다.

<사진=뉴시스>


중소기업 내치고 대기업 품었다

일례로 신한은행(은행장 서진원)의 중소기업 대출 비율이 4대 은행 중 가장 많이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신한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비중은 지난달 말 기준 72.9%로 지난해 12월 말 76.5%보다 3.6%포인트 감소했다. 타행의 경우 우리은행은 2.6%포인트 감소했고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은 각각 0.3%포인트, 1.1%포인트 증가했다.

전체적인 대출 규모에서 대기업의 증가세 역시 압도적이었다. 신한은행의 같은 기간 대기업 대출 규모는 10개월 새 3조5000억 원가량 늘어났다. 하지만 중소기업 대출 규모는 겨우 1800억 원가량 늘어난 데 그쳤다. 기업대출의 총 증가액이 3조6800억 원가량인 것을 감안하면 중소기업의 대출은 늘었다고 말하기에 민망할 정도다. 이러한 정황은 분기별로 비교해도 마찬가지다.

일각에서는 기업의 집단분류가 바뀌면서 신규는 물론 기존 기업고객들의 위치가 변동됐다는 항변도 나왔다. 중견기업 중 3년 평균매출이 1500억 원 이상이면서 자기자본이 100억 원 이상인 기업들이 모두 대기업으로 분류된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요소는 신한은행 뿐 아니라 타행에도 동일하게 적용됐다. 현재 신한은행의 대기업 총 대출 규모가 은행권 1위인 것을 감안하면 결국 신한은행이 지속적으로 대기업 대출을 택했다는 분석이다.
 

대출로 ‘서민 울리기’는 1위

올해 신한은행은 유독 대출과 관련해 몸살을 앓는 상황이다. 앞서도 신한은행은 지난 7월 개인신용대출자들의 신용도를 평가하는 과정에서 학력에 따라 점수를 차등적용한 것이 밝혀져 금융소비자들의 공분을 산 바 있다.

감사원이 발표한 ‘금융권역별 감독실태’ 공개문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개인신용대출자들의 학력을 고졸 이하에서 석ㆍ박사 출신까지 4개 등급으로 분류한 뒤 고졸 이하 대출자는 13점, 석ㆍ박사 학위 소지자에게는 54점의 신용평점을 부여했다. 대출상환능력의 직접적인 기준이 되는 자산이나 소득이 아닌 학력만으로 4배 이상의 차등을 둔 것이다.

결국 학력에 근거한 신용평점 때문에 대출이 거절된 신한은행 고객은 모두 1만4138명이며 신청했던 대출금은 1241억 원으로 집계됐다. 신한은행 거래고객들은 개인신용대출 거절 사례 중 3분의 1에 달하는 수치가 학력 때문이었음을 알고 실망감을 금치 못했다.

대출승인 여부만이 아니다. 상대적으로 학력이 낮은 대출자들은 대출이 허용되더라도 더 비싼 대출이자를 물어야 했다. 이 신용평점은 대출금리 산정 시에도 포함돼 총 15만1648건 중 7만3796건은 대출금 2346억 원에 대해 17억 원의 이자를 추가로 부담하게 했다. 신한은행의 개인신용대출자 2명 중 1명은 상대적인 학력 기준에 의해 더 높은 이자를 낸 셈이다.

소위 말하는 자수성가형 현금부자들 중에는 어린 시절 집안이 어려워 고등교육을 받지 못하거나 의무교육조차도 끝마치지 못한 채 중퇴한 사례가 종종 있다. 때문에 초기 신한은행이 상위 1% 자산가들은 끌어들일 당시부터 거래했던 일부 큰손 고객들은 숨겨왔던 차별에 적잖은 배신감을 느껴 타행 프라이빗 뱅킹(PB) 서비스로 발길을 돌렸다는 후문까지 나왔다.

당시 신한은행 측은 “학력을 반영한 신용평가모형은 임의대로 만든 것이 아니라 금감원의 승인을 받아 만든 모형이었다”고 해명했으나, 타행 관계자는 “학력은 물론 인종, 종교, 나이에 관계없이 오로지 대출고객들의 상환능력에 기초한 등급부여 후 심사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며 “특정 은행에서 일어난 일로 인해 자칫 금융권 전반에 대한 고객들의 불신이 자리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겉만 번지르르한 서민금융지원

이후 신한은행은 대출금리 학력차별 파문을 사과하는 차원에서 서민금융지원 상품인 새희망홀씨 대출금리를 향후 1년간 1%포인트가량 낮추기로 했다고 밝혔다. 학력차별에서 발생한 소득을 피해자들에게 그대로 되돌려주는 데에는 갖가지 제한이 있어 서민금융지원상품의 대출금리를 낮추기로 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그 적용 대상은 오로지 새희망홀씨 대출 신규 또는 만기 연장에 국한돼 있어 매우 제한적이었다. 특히 신한은행의 새희망홀씨 대출 실적은 일부 지점의 경우 0건을 기록했다.

서민금융지원 상품이라고 홍보하는 다른 대출들도 겉만 번지르르하고 실속이 없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지난 8월 새로 출시된 새희망드림 대출의 경우 신용등급이 11~12등급인 극소수의 저신용자를 대상으로 설계돼 효용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서민금융거점점포를 내건 일부 지점 역시 서민대출이 1주일 간 10여 건에 불과한 때도 있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신한은행이 친대기업 정책을 펼치며 중소기업과 서민들을 외면하고 있다”면서 “말뿐인 서민금융지원 상품이나 일부 상품의 ‘반짝’ 금리 인하는 결국 ‘눈 가리고 아옹’하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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