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 회장 “민영화는 ‘NO’, 혜택은 ‘YES’”… 금융권 ‘한숨’
- 당행 이득만 좇는 산은, 국책은행계 ‘체리피커’로 전락
[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 강만수 산은금융그룹 회장 겸 산업은행장의 행보가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산업은행 민영화를 위해 취임한 강 회장이 돌연 ‘민영화 반대론’을 펼치고, 정부 예산안에서는 산은 민영화를 염두에 둔 세외 수입과 이에 대비되는 세출이 상충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산은은 민영화를 빌미로 공공기관 지정에서 해제돼 자율성을 확보했으나 최근 민영화가 불투명해지면서 강 회장의 모순된 논리도 공격받는 상황이다.

민병두 민주통합당 의원은 지난 5일 산업은행 민영화와 관련해 “내년도 예산안 세외 수입에는 정부가 보유한 산업은행 지분의 전량 매각이 포함돼 있으나 세출에는 산업은행에 대한 추가 출자가 있어 모순된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민 의원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장관 박재완)가 상정한 2013년 예산안에는 산업은행 민영화를 위한 정부 보유지분 전량 매도가 전제된 세외 수입 2조6000억 원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국회 정무위원회의 세출에는 금융위원회(위원장 김석동)가 산업은행 추가 출자를 위해 요구한 600억 원이 있어 서로 상충된다.
민 의원은 “보유지분 매각 여부가 결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수입으로 산정한 것도 부적절한 일이며 경제위기 상황에서 전량 매각을 상정한다는 것 역시 비현실적으로 ‘위장예산’이나 다름없다”며 “이러한 모순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세외 수입 2조6000억 원과 세출 600억 원 중 양자택일을 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간섭은 배제하고 이득은 챙기고
실제로 산업은행 민영화 논란은 갈지자(之) 행보를 그린 지 오래다. 강만수 회장은 취임 초기부터 정부의 방침에 따라 산업은행을 민영화하겠다며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는 등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민영화는 현 정권에서 사실상 성사시키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고 결국 국회의 동의를 얻지 못해 표류하고 있다.
최근에 와서야 강 회장도 “민영화 반대론은 본인의 소신”이라며 “기업공개는 하되 민영화는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의지를 공개적으로 피력 중이다.
강 회장은 지난달 16일 국회 정무위원회가 주관한 산업은행 국정감사에서 “산업은행의 민영화는 추진하지 않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민 의원은 “강 회장이 산업은행 민영화는 반대한다고 했는데, 민영화를 안 하겠다면서 공공기관 지정 해제를 바라는 것은 모순이 아니냐”고 비판했다.
앞서 산은은 공공기관 지정 해제 논란이 불거졌을 때에도 시중은행들의 반발과 불공정 특혜 시비로 연일 도마 위에 오르내렸다. 달갑지 않은 간섭은 피하지만 정작 정부 보유지분은 남겨 정책금융으로서의 이점은 계속 가져가겠다는 산은의 속내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당시는 산은이 어떻게든 민영화를 추진해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강 회장의 입김으로 공공기관 해제를 미리 앞당기는 차원 정도로 해석됐다.
결국 산은은 지난 1월 공공기관 지정 해제로 국책은행으로서의 특혜는 그대로 누리면서도 공공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자율성을 보장받게 됐다.
게다가 지금은 강 회장이 공개적으로 민영화 반대론을 펼치고 있어 공공기관 지정 해제에 대한 눈길은 한층 더 냉랭해졌다. 이에 대해 강 회장은 “공공기관 지정 해제는 민영화가 아니라 기업공개를 전제로 한 것”이라며 “하지만 시장에서는 당초에 기업공개와 민영화를 같이 생각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본래 국책은행은 정부의 지급보증이 이뤄지며 시중은행과 달리 예대율 100%의 규제를 받지 않아도 되는 강점을 지녔다. 또한 낮은 이자율로 산업금융채권(산금채)를 발행할 수 있으며 종합증권사만 보유 가능한 증권 라이선스를 취득할 수 있다. 더불어 부실기업의 인수ㆍ합병 등에서 독점적인 정부의 지원을 받는 것도 가능하다.
이러한 국책은행의 이점을 가지고도 산은은 공공기관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했고 결국 강 회장이 공공기관 지정 해제를 추진하는 광폭행보를 보여 인력운영과 예산집행 부문에서 완전한 자율권을 획득한 것이다.
당시 기재부 측은 해당 기관들에 대한 정부의 민영화 의지를 분명히 밝혀 시장의 불확실성을 제거할 필요성이 있다는 입장이었지만 산은 민영화가 잠정적 중단 상태에 빠지면서 공공기관 지정 해제에 대한 의미를 잃은 형국이다.
강 회장, MB와 함께 사라지나
이러한 강 회장의 권력이 언제까지 갈지는 미지수다. 강 회장의 임기는 2014년 4월까지지만 오는 18대 대선 이후 계속해서 회장직과 은행장직을 유지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증폭되는 상황이다. 금융에 대한 장악력이 최고조에 달했던 MB 정권이 교체되면 소위 ‘금융권 4대 천왕’도 자리를 부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강 회장의 성과에 대한 의문도 끊이지 않고 있다. 설립의도대로 기업금융에 힘써왔던 산은이 개인금융을 끌어올리는 데 치중하면서 오히려 기업금융에서 힘을 잃는다는 지적이다. 이번 두산 영구채 논란에서도 발행은행인 산은의 책임론이 불거졌다. 계속해서 줄어드는 중소기업 대출 비율 또한 문제다. 취임 당시부터 공언했던 민영화도 불투명한 데다가 공공기관 지정 해제로 여론까지 잃었다.
이러한 상황을 의식한 듯 강 회장은 지난 국정감사에서 “정부가 대주주로 있고 경영은 자율적으로 하는 하이브리드 경영방식이 경쟁력을 높이는 데 유리하다”고 말했다. 이전까지 주장하던 ‘메가뱅크’에서 돌연 ‘하이브리드 은행’ 예찬론으로 선회한 것이다.
이에 대해 신동우 새누리당 의원은 “하이브리드가 한쪽으로는 자율성을 갖고 다른 쪽으로는 정책금융기관의 특수한 혜택을 취해 좋은 것만 골라가겠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꼬집었다.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